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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에 나가보면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으로 완전히 회복한 느낌이다. 해외로 나가는 여행객의 숫자가 하루가 다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제 한국도 선진국형 관광인 지속 가능한 관광을 생각할 시점이 찾아왔다.
지속 가능한 관광은 다음 세대가 필요로 하는 여건을 훼손하지 않는 수준에서 관광 자원을 개발하는 것을 말한다. 환경을 훼손하는 대규모 개발을 자제하고 탄소 배출을 줄임으로써 자연 친화적이고 지속 가능한 여행에 중점을 두는 것이다. 현지에서 자원봉사를 실천하는 것도 이에 속한다.
한국의 지속 가능한 여행지 단 한 곳?
국제지속가능한관광위원회의 공식 인증 기관인 ‘그린 데스티네이션’이 선정한 ‘2023 세계 100대 지속 가능한 관광지’ 목록을 보면 일본이 8곳이나 선정된 데 비해 한국은 단 한 곳 강원도만 웰니스 여행지로 선정되었다.
웰니스 관광이란 자연 치유·숲 체험·명상·다이어트·스파 등 건강과 체험을 주 내용으로 하는 여행을 말한다.
미국의 글로벌 웰니스 연구소(GWI)는 세계 웰니스 관광 시장 규모가 2020년 4357억 달러(약 560조 원)에서 2025년에는 1조1276억 달러(약 1454조 원)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가 실시한 최근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8%가 정신적인 안정에 도움이 되는 여행을 하고 싶다고 대답했다. 이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심신의 건강에 대한 욕구가 증가했음을 증명한다.
최근 럭셔리 여행에서 웰니스는 가장 중요한 테마로 손꼽힌다. 글로벌 호텔 체인은 자체적으로 스파·디톡스·다이어트 등 투숙객의 요구에 따른 맞춤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한국인은 한반도 전체가 웰니스 여행지라는 이상한 자부심에 빠져 있다. 경치만 좋다고 웰니스가 아니다.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국제 인증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 웰니스 여행지 반열에 오를 수 있다.
놀면서 배우는 봉사여행 인기
봉사여행도 지속 가능한 여행의 주요 테마 가운데 하나다. 2018년 국내 사회적 기업인 ‘공감만세’는 일본 히로시마현의 산골 마을 시이노모리의 오래된 민가를 수리·개조해 주는 지역 재생 프로젝트를 진행해 봉사여행의 좋은 선례를 남겼다.
해외로 나가지 않아도 국내에서 봉사여행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블랙야크그룹의 사회복지법인 블랙야크강태선나눔재단은 올여름 지역 소외계층 청소년을 위한 중장기 교육 문화 프로젝트 ‘고 백 썸 앤 썸’을 전개했다. 이에 8월에는 북한산 산행을 통해 산림을 정화하는 ‘클린마운틴’ 활동을 전개했으며, 10월에는 소이작도에서 바다쓰레기를 치우는 비치코밍을 진행했다.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는 탄소 중립 자원봉사 활동인 ‘안녕! 산해진미(山海眞美) 함께할게’를 진행 중이다. 1회는 6월 제주 올레길 20코스에서, 2회는 9월 전라북도 전주시 한옥마을 일원에서 개최했으며, 지난달에는 충청남도 홍성군 남당항 일원에서 3회 행사를 가졌다.
이 행사는 아동과 청소년이 대상이기에 생태 교육과 놀이 활동이 적절하게 가미된 플로깅 프로그램으로 운영하는 게 특징이다. 봉사활동 외에 △상괭이연 만들기 △스칸디아모스 만들기 △해파리 무드등 만들기 △자전거 발전기 체험과 같은 프로그램으로 아이들의 흥미를 자극하고 봉사는 즐거움이라는 생각을 심어주고 있다.
이에 충남지속가능발전협의회와 예비 사회적 기업 손향·커피홍·콩콩콩 종합 예술활동조합·은빛공방·말금·글로벌소담에서 행사를 즐기러 온 시민들에게 다양한 먹거리와 볼거리를 제공하는 따뜻한 풍경도 연출되었다.
‘안녕! 산해진미(山海眞美) 함께할게’ 캠페인은 ‘폐플라스틱과 쓰레기로부터 산(山과) 바다(海)를 지켜 참(眞)으로 아름다운(美) 지구를 만들자’는 SK이노베이션의 사내 캠페인을 해당 기업과 손잡고 확대 운영한 것이다.
한국인 81% “지속 가능한 여행하겠다”
글로벌 온라인 여행사 부킹닷컴이 2023년 5월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81%의 한국인 여행객이 향후 1년 안에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여행하겠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39%는 이로 인해 비용이 조금 더 들더라도 충분히 감당하겠다고 답변했다.
비용 때문에 지속 가능한 여행이 어렵다고 답한 45%의 여행객도 친환경 옵션을 택할 시 할인이나 금전적인 인센티브가 있다면 기꺼이 참여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지속 가능한 여행을 실천하는 데 비용 외에 각종 장벽이 존재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국인 응답자 52%는 지속가능한 여행을 위한 정보가 부족하다고 답했으며, 63%는 지속가능한 여행 선택지가 불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한국인 여행객은 여행지에서 친환경적인 활동을 지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에너지를 절약했다는 답변이 78%, 텀블러 이용이 46%, 쓰레기를 재활용했다는 대답이 45%였다.
외출 시 숙소 내 에어컨 전원을 끈다고 대답한 여행객의 비율도 73%나 됐다. 이는 지난해(45%)와 비교했을 때 28% 늘어난 수치다. 또한, 같은 수건을 여러 번 재사용한다고 밝힌 응답자도 47%나 됐다. 이 역시 전년(26%) 대비 21% 증가한 비율이다.
이 밖에도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도보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이가 39%, 과잉 관광을 방지하기 위해 성수기 여행을 피하는 여행객도 48%나 됐다. 한국인이 다방 면에서 책임감 있는 행동을 하는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일벌레의 나라로 유명한 한국에서 지속 가능한 여행이 완벽하게 정착하려면 우선 휴가 패턴이 변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2~3박 여행으로는 현지에 동화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달살기가 어렵다면 2주만이라도 머물면서 현지인의 생활에 젖어 들 필요가 있다.
기업에서도 직원들이 휴가 방식에 다양한 선택지를 주어야 할 것이다. 직원이 봉사여행을 떠날 경우 휴가 일수를 늘려주거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관광지를 둘러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로컬의 문화와 전통을 체험하고 봉사를 진행하는 여행은 개인을 위해서도 미래를 위해서도 권장할 만한 일이다.
한 나라의 진정한 국격은 구성원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보다 무언가를 즐기고 향유할 때 더 잘 드러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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