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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업체가 언론홍보업체를 가장해 국내 온라인 여론 왜곡에 나선 사실이 국가정보원 수사를 통해 드러났다. 국정원에 따르면 배후가 밝혀지지 않은 이 업체들은 국내 언론사로 위장한 뉴스 웹사이트 무려 38개를 개설해 특정 목적 성격을 지닌 콘텐츠를 기사 형식으로 유포했다. 내년 총선거를 앞두고 이처럼 중국발 여론조작 가능성이 드러난 이상 관계당국의 철저한 조사와 대응책이 요구된다.
국정원은 최근 이스트시큐리티·SK쉴더스·S2W·윈스 등 국내 보안업체들과 함께 이 같은 사실을 파악했다면서 “국내 여론 조성에 악용되기 전에 차단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확인된 가짜뉴스 사이트에는 친중(親中)·반미(反美)를 선동하는 콘텐츠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만일 조작에 의한 여론 왜곡이 총선에 영향을 미치도록 방치됐더라면 어땠을지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국가사이버안보센터가 분석·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특정 목적의 이들 콘텐츠는 ‘뉴스와이어 서비스’를 통해 유포됐다. 뉴스와이어 서비스는 ‘보도자료 배포 서비스’로 기업 및 기관의 홍보팀 보도자료 배포와 관련해 언론사가 보도자료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서비스다.
정체불명의 중국 홍보업체와 뉴스와이어 업체들은 한국 언론사로 위장한 가짜 웹사이트를 직접 제작해 중국 등 해외 서버를 통해 운영했다. 정상 언론사로 위장하기 위해 실제 한국 언론사의 기사를 무단으로 게시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런 기사들 사이에 친중·반미·반일 정서를 부추기는 콘텐츠가 곳곳에 배치됐다. 이는 특정 목적을 겨냥해 만들어진 이 콘텐츠들을 한국 언론사의 정상적인 기사로 착각하도록 만들려는 기획에 의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한국 언론사를 위장한 웹사이트를 제작·운영하는 행위를 지속한 중국의 홍보업체 및 뉴스와이어 업체는 현재까지 확인된 것만도 Haimaitk사·Haixun사·World Newswire 등 3곳이다. 국가사이버안보센터는 보고서에 이들 업체가 의도적 목적을 가진 기사를 작성·배포해 국내 여론 조성에 활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적시했다.
세계 보안업체들은 중국이 미국 등 서방국가를 대상으로 사이버 여론 조작 활동을 벌여 왔다고 지적한다. 코로나19 대유행 때인 2021년 9월에도 다국적 보안업체가 중국 공산당이 SNS에서 전개하는 선전·선동 활동을 폭로했다. 당시 미국 보안업체 파이어아이 맨디언트는 “친중 성향 가짜뉴스를 올리고 시위를 선동하는 ‘친중 영향력 확대운동(Pro-PRC Influence Campaign)이 세계 30개 이상의 SNS 플랫폼과 40개 이상의 웹사이트·포럼 등에서 7개 언어로 퍼지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올해 8월에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운영사인 ‘메타’가 “중국을 근거로 한 여론조작 캠페인과 관련이 있는 페이스북 계정 7704개와 페이스북 페이지 954개·페이스북 그룹 15개·인스타그램 계정 15개를 삭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중국의 사이버 여론 조작 활동의 타깃이 된 것으로 보인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총선을 앞두고 여론조작과 가짜뉴스가 횡행할 것이란 점이다. ‘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선거가 불순한 의도에 의한 조작으로 훼손되어선 안 된다. 이번 국정원 수사를 바탕으로 배후세력 규명 등 긴급한 대응책이 요구된다. 이와 함께 정부·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을 겨냥한 북한 연계 조직의 사이버 공격에도 방화벽 구축 등 철저한 대처가 필요하다. 아울러 4.15 총선 등 과거 선거에도 중국 등이 관여했다는 의혹도 철저히 조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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