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Talk] 불안한 전·월세 시장 묘책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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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훈 기자페이지 + 입력 2023-11-20 00:02:30

수도권 주택시장에서 전세 사기 여파가 쉽게 가시지 않는 모양새다. 전세 사기가 집중적으로 이뤄진 빌라(다세대·연립) 기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최근 국토교통부는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 제13회 전체회의에서 895건을 심의해 694건에 대해 전세 사기 피해자로 최종 가결했다. 지금까지 전세 사기 피해자 등으로 인정된 건수는 총 8248건이다.

전세 사기 피해자는 40세 미만 청년층이 71.4%로 집계됐다. 20~29세가 1887건(22.8%)이었으며 30~39세는 4027건(48.6%)으로 나타났다.

피해 임차 보증금은 1억 원 이하 소액 구간이 46.3%로 가장 많았다. 이어 1억 원 초과~2억 원 이하 2763건(33.4%)·2억 원 초과~3억 원 이하 1437건(17.3%) 등으로 집계됐다. 이 외 3억 원 초과~4억 원 이하 227건(2.7%)·4억 원 초과~5억 원 이하 25건(0.3%)이었다.

빌라는 원룸 월세살이를 벗어난 30대 청년과 신혼부부 등 주로 실수요자들이 아파트 대체 주택으로 선택한 주택 유형이다. 아파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거주할 수 있고 전세 임대인의 경우 고정 주거비 부담을 줄여 청약·매매 등 ‘내 집 마련’을 위한 발판으로 삼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전세 사기 여파로 청년층의 주거 상향 사다리가 붕괴되고 있다.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에 달하는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다는 불안감이 커지며 빌라 전세 기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을 운영하는 스테이션3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바탕으로 2020년 1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서울 지역에서 거래된 소형주택(전용면적 60㎡ 이하) 전세 거래 49만8778건(아파트 23만 6193건, 연립·다세대 26만 2585건)을 분석한 결과 작년 12월 기준으로 아파트 전세 거래량이 연립·다세대 전세 거래량을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1월부터 2022년 11월까지 전용면적 60㎡ 이하 연립·다세대의 평균 전세 거래량은 6131건으로 전체 거래 비중의 54%를 차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전용면적 60㎡ 이하 아파트 평균 전세 거래량은 5155건으로 45.7%의 거래 비중을 보였다.

실수요자들은 고금리 기조에도 전세 사기 위험이 덜한 소형 아파트 임대차 시장으로 울며 겨자 먹기로 움직이고 있다. 수요가 집중되면 가격이 오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소형 아파트 전세 보증금이 상승하면 고금리에 대출이자 부담이 큰 실수요자들은 월세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경제만랩 분석에 따르면 실제 올해 1~10월 서울 소형아파트 시장에서는 월세 거래량(5만7761건)이 전세 거래량(5만7201건)을 넘어서면서 월세 비중이 역대 최고치인 50.2%를 기록했다.

‘역전세난’ 우려와 달리 하반기 전셋값이 상승하자 계약갱신청구권 사용도 다시 늘어나고 있다.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공개된 서울 아파트 전·월세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하반기(7∼10월) 체결된 전·월세 갱신계약 가운데 갱신권을 사용한 경우는 34.5%로 집계됐다. 상반기(1∼6월) 32.8%보다 1.7%p 늘어난 것이다.

전·월세 시장가격 상승은 실수요자들의 주거 불안을 의미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비(非)아파트를 기피하고 아파트를 선호하는 시장 분위기가 이어지면 결국 아파트 매매가격만 오르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부 차원의 주택 임대차 시장 모니터링과 주거 안정 대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박상훈 psh@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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