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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치러진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문제가 ‘킬러문항’ 없이도 변별력을 갖췄다는 점에서 모처럼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해마다 난이도에 따라 ‘불수능’ 혹은 ‘물수능’이라는 비판과 불만이 쏟아지곤 했던 것과 다른 분위기다. 윤석열정부가 추진하는 3대 개혁 과제 중 하나인 교육 부문에서 가장 중요한 ‘공교육 정상화’로 가는 첫걸음으로 평가될 수 있는 성과다.
우리나라의 교육 문제는 단지 교육 문제만으로 그치지 않는 게 현실이다. 무엇보다도 학부모의 등골을 휘게 하는 주범이 사교육이다. 지금까지는 내 자식이 남들보다 뒤처지지 않도록 하려면 영어유치원에 보내야 하고 명문대 입학을 목표로 유명 학원에 보내거나 족집게 고액 과외라도 붙여야 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런 사교육 비용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부부들이 늘어 가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특히 대학 입학 관문인 수능에서 소위 ‘킬러문항’이 사교육의 주범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에 올해 6월 모의평가 이후 윤석열 대통령이 “킬러문항은 약자인 아이들 갖고 장난치는 것”이라며 교과과정 밖의 킬러문항을 없애도록 강력히 지시했다. 그리고 9월 모의평가는 초고난도 문항 없이도 변별력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에 치러진 수능 역시 “킬러문항은 없지만 국어·영어·수학 모두 변별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그런 점에서 일부 학원과 강사들의 주장처럼 ‘새로운 스타일의 수능’일 수도 있다. 하지만 새롭다고 해서 공교육의 범주를 벗어나는 건 아니다. 오히려 공교육에서 배운 내용을 스스로 복습하고 정리하는 학생들에게 더 유리할 수 있다. 이전의 수능처럼 문제 푸는 요령을 주입받아 해결하는 문제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부 수능 고난도 문항에 대해 킬러문항이 아니냐는 수험생들의 불만이 제기되기도 했다. EBS가 공개한 문항별 오답률에 따르면 수학 22번 문항의 경우 오답률이 98.6%였다. 정답을 맞춘 수험생은 전체의 1.4%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수능 출제위원단은 공교육 과정을 벗어난 문제는 내지 않았다는 입장이고, 전문가들도 공교육 내에서 배운 지식으로 충분히 풀 수 있는 문제라고 말한다.
이 같은 수능 문항들을 통해 우리 공교육이 지향하는 바가 드러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정문성 수능 출제위원장은 “킬러문항이 초고난도를 뜻하는 건 아니다”면서 “사교육 업계에선 킬러 문제를 원하겠지만 이제 그런 킬러 문제를 출제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문제 푸는 요령을 배우러 학원에 갈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학원에서 가르치는 ‘편법’이나 ‘요령’을 동원해야 잘 풀 수 있는 킬러문항을 없애고 학교에서 배운 기본 개념을 잘 익히고 스스로 생각을 많이 한 학생들이 풀 수 있는 문제로 실력을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수학 22번 문항 논란을 계기로 킬러문항의 개념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즉 킬러문항이 곧 고난도 문항을 뜻하는 건 아니라는 것, 그리고 고난도 문항은 변별력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것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다만 교육부는 초고난도의 수준에 대해서는 일정 정도 기준을 둬야 할 것이고, 해마다 수능 난이도의 균형을 유지하는 과제를 여전히 안고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올해 수능과 관련해 부각되는 또 하나의 과제는 ‘N수생’ 문제다. 올해 응시자 중 N수생은 약 16만 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전체 응시자의 3분의 1이 넘는 35.3%를 차지한다. N수생은 막대한 학원비는 물론 반수생이 빠져나간 대학들이 운영에 타격을 받는 등 사회적 비용이 엄청나다. 교육부가 공교육 정상화 다음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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