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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개발사인 미국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가 이사회에 의해 전격 축출됐다가 5일 만에 복직한 사건의 여파가 심상치 않다. 이사회의 ‘쿠데타’가 결국 실패로 돌아갔고 올트먼이 제자리로 복귀함으로써 5일 동안 벌어졌던 잠깐의 해프닝으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이 사건은 인류 역사상 매우 중요한 분기점으로 기록될 수 있다. 인간이 만들어 낸 최첨단 과학인 인공지능(AI) 기술의 지향점이 이상적 가치관 대신 상업적 가치관으로 노선을 확실히 정립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분명한 것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AI 개발 경쟁이 한층 치열한 국면으로 접어들게 된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AI 기술이 안전을 담보할 가드레일(안전장치) 없이 강력한 상용화로 치닫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챗GPT의 아버지’로 불리는 올트먼이 자신이 창립한 회사에서 쫓겨났던 것은 이사회와 가치관의 차이가 좁혀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오픈AI의 창립 이념은 ‘투자자의 이익이 아닌 인류 전체의 번영을 위해 AI를 개발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올트먼은 고성능 AI의 잠재적 위협에도 불구하고 일단 서비스를 내놓고 보자는 ‘급진파’로서 수익성을 앞세웠다. 하지만 이사회 임원 다수는 당초 비영리 기업으로 출발한 오픈AI의 철학에 부합하는 공익·안전 등의 가치를 추구했다. 양측이 물과 기름처럼 섞일 수 없었던 이유다.
이 둘의 대립에서 올트먼에게 힘을 실어 준 것은 대다수 직원들이었다. 앞서 오픈AI이사회는 ‘올트먼 해고’라는 강수를 쓰면서 가치관 수호를 위해 강경한 입장을 보여 왔지만, 올트먼 해고 이후 전체 임직원의 95%가 이사회 퇴진을 요구하는 연판장에 서명하자 판세가 역전된 것이다.
이 지점에서 오픈AI는 ‘인류 전체의 번영’이라는 창립 이념과 결별하고 ‘투자자의 이익’에 무게를 두는 영리기업으로 탈바꿈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오픈AI의 대주주인 마이크로소프트(MS)가 올트먼이 오픈AI에서 해고될 시 그를 영입해 새로운 AI 연구팀 설립 계획을 밝혔다는 사실은 향후 오픈AI가 안전성과 수익성의 갈등 상황에서 수익성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말해 주기 때문이다.
오픈AI 내부의 가치관 차이로 불거졌던 CEO 축출과 복귀 해프닝은 단지 오픈AI의 문제만은 아니다. 챗GPT 이후 급속도로 발전해 온 AI 기술과 이를 둘러싼 윤리 규제의 대립은 언젠가는 터질 문제였다. 그런 점에서 이번 오픈AI의 경영진 간 충돌이 표면화되면서 AI 기술의 지향점이나 가드레일에 관한 논의를 가시화한 것은 오히려 다행스런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시애틀타임스는 “올트먼의 승리는 AI 혁신을 가속화할 수 있다”며 “스타트업과 투자자에겐 좋은 소식이지만 AI 기술이 안전장치 없이 마구 증폭될 것에 대한 우려도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 점에서 각국과 국제기구들이 AI의 위험을 방지할 글로벌 AI 규제 정책을 정립하는 일이 요구된다.
글로벌 상황이 이렇게 급박한 데 비해 우리나라는 아직 먼 산 바라보고 있는 처지에 머물고 있다. 최근 한국경제인협회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전 세계 AI 전문 인재 47만7956명 중 한국의 인재는 전체의 0.5%인 2551명에 불과하다. 30개국 중 22위로 하위권이라니 ‘IT 강국’이라는 자부심이 무색하다. 우리도 미국·중국처럼 범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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