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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여당의 쇄신에 먹구름이 진하다.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요구한 ‘당 지도부·중진·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의 내년 총선 용퇴(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 요구에 당사자들이 묵묵부답하는 상황에서 혁신위 내부 갈등설까지 불거졌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사의설이 돌았던 위원들과 만나 급히 봉합했으나 당 혁신의 추동력은 급격하게 떨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혁신위는 당 지도부·중진·친윤 의원들에게 30일까지 ‘데드라인(기한 마감일)’을 설정했다. 이들은 이후 토의를 거친 뒤 정식 안건으로 의결해 당 최고위원회에 해당 안건을 송부하기로 했다. ‘권고’보다 강력한 형태인 ‘안건’으로 최고위원회에 의결을 요구하는 ‘최후통첩’을 한 것이다. 김기현 대표가 전권을 부여한 혁신위의 안건 의결을 거부할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행보로 보인다.
현재로선 쇄신은 난망이다. ‘김기현 대표 체제 강화’가 그것을 잘 보여 준다. 한동안 공석이었던 최고위원에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을 뽑아 현 지도부 체제를 재정비한 것이다. 여기에 김 대표는 현재 지역구인 ‘울산 재출마설’에 “숙고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 5선인 주호영 의원과 친윤인 장제원·권성동 의원도 “서울에 가지 않는다”며 험지 출마 요구에 선을 그었다. 그 외 중진·친윤 의원들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러니 일부 혁신위원들은 ‘혁신위가 김기현 지도부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시간 끌기용’이라며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혁신위 내부 불만이 가득하다는 것을 보여 준 만큼, 한동안 혁신위 내홍에 당 또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당 지도부가 혁신위의 권고안 의결을 달가워하지 않는 탓에 실망감을 느끼는 혁신위원들의 추가 ‘엑소더스(대탈출)’가 없으리란 보장도 없다. “혁신위가 ‘희생’이라는 단어로 포장해 반헌법적이고 비민주적인 월권을 저지르고 있는 것 같다”는 등 당내 반발도 적잖다.
하지만 혁신안은 여당에 큰 파장을 미치겠지만 어느 정도 수용이 이뤄진다면 국민 지지 속에 야당에도 이에 준하는 인적 쇄신 요구가 생겨나고 정치 선진화의 기폭제로 작용할 수 있기에 현실화되길 바라는 여론 또한 큰 게 사실이다.
무엇보다 이번 혁신위의 제안은 총선 때마다 불거진 여당 내 고질적인 공천 파동과는 결이 다르다. 극심한 내부 분열과 외부 비난의 빌미가 된 비주류 찍어 내기가 아니라 주류 세력을 대상으로 한 것이기 때문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5일 인요한 혁신위원회의 ‘당 지도부·친윤 핵심·중진 의원들의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 권고안에 대해 “우리가 택하고 안 택하고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이것은 사느냐 아니면 버림받느냐의 길이기 때문에 방향은 이미 정해졌다”며 “가는 길이 쉬우면 혁신이 아니다. 혁신은 선택이 아니라 우리의 생명줄”이라고 말한 게 혁신의 당위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아닌 게 아니라 국민의힘이 이번에도 혁신 시늉만 하다 말았다는 평가를 극복하지 못하면 내년 총선에서 결코 좋은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다. 당내 일각에서 인 위원장에게 ‘논개’ 역할을 주문할 정도로 팽배한 위기의식을 지도부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국민의힘 소속 김태흠 충남도지사가 인 위원장에게 “중진들과 윤핵관들이 혁신위 이야기를 적극 받아들이지 않고 시간만 끈다면 논개처럼 다 끌어안아 버려라”고 주문한 것은 그만큼 총선 전망을 어둡게 예상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사실 국민의힘이 집권한 지 1년 반이 됐는데 그동안 국민에게 신뢰받을 수 있는 모습을 보여 줬는지 의문이다. 중도층·무당층 등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했던 유권자들이 다시 돌아오도록 윤핵관이나 중진들이 헌신·희생에 앞장서 건전 보수 정당의 전국화를 꾀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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