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가 가시화했다. 전국 40개 의대의 2025~2030년 희망 증원 규모가 최대 4000명에 육박했다. 정부는 수요조사의 타당성을 검토한 후 증원 규모를 확정할 방침이다. 이에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의료계 총파업’ 카드를 또 꺼냈다. ‘의료 수가 개선’ ‘지역·필수의료 인력 근무 여건 개선’이 급선무라는 것이다.
이에 반해 정부에서는 △지방 의료 공백 △필수 의료 분야 붕괴 위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3.7명보다 낮은 의사 수(2.6명) 등을 든다. 필수·지역 의료 확충에 의대 정원을 최소 10년 동안 1년에 1000명씩 늘리자는 의견에도 힘이 실린다. 여론 절대 다수는 ‘의대 증원’에 힘을 싣는다. 그럼에도 의협에 ‘밥그릇 지키기’라는 비난이 쏟아진다. 해마다 거듭되는 ‘의사 부족 문제’ 원인이 무엇인가.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근무 중인 A전문의는 ‘의대 정원 문제’ 시작부터 새로워야 한다고 본지에 밝혔다. A전문의는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사회주의 렌즈로 의사 수급 문제를 바라보고 해석하며 대안을 제시하는 착시에서부터 모든 게 굴절되어 보이는 것”이라며 모든 사안을 ‘리셋’해서 바라보자고 제안했다.
그는 “국가 중심의 의료 서비스에 공급과 수요의 균형 문제가 발생한다”며 “자유주의 렌즈로 의사 수급 문제를 바라보면 ‘면허증’ ‘수요와 공급’의 문제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저렴하지만 고품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계’로 정상화할 것”이라고 했다. 가장 먼저 ‘의료 서비스의 본질과 성격’에 대해 그는 수요자와 공급자 사이 거래되는 ‘용역’이라고 정의했다.
강제할 수도 없고 강제될 수도 없는 ‘건강 상태’에 대한 개인의 자율권이 ‘1물1가’의 합리성을 가진 경제적 거래의 개념을 통해 보완되어야 한다고 봤다. A전문의는 “1만원을 주고 치료를 받겠지만 1만1000원은 주고 싶지 않다는 환자와 1만원을 받고 치료를 해 주겠지만 9000원은 부족하다는 의사가 거래하는 시장에서 모두가 행복하고 수급도 부족할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 서비스’ ‘건강권’ 등의 가치척도를 계량화하는 것 자체가 ‘개인의 기준’에 따른 것인데, 이를 국가가 정책으로 개입하는 순간 의료의 왜곡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A전문의는 “필수·지역 의료의 붕괴와 ‘의사 수 부족’등 모든 것은 정책을 위하여 편의상 임의로 정의한 개념일 뿐”이라며 “국가 ‘가격 통제’ 방식으로 의료서비스에 개입하면 필수의료 분야에 이바지하는 이들은 적어질 수밖에 없다”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역 붕괴 의료도 ‘왜곡’됐다고 본 A전문의는 “의료 서비스 공급자가 지역으로 가지 않는 것은 가격 통제의 자연스러운 결과이고 당연히 수도권 대형병원에 수요자가 몰리면서 지역의 의료 공급이 더욱 희소해지는 것”이라고 했다.
‘의료서비스의 자율화’를 저해하는 근본적 원인을 ‘국가 운영 건강보험’으로 본 A전문의는 이의 비효율성을 언급하며 ‘그 자체로 실패한 제도’라고 했다. △관료 제도의 태생적 비효율성 △수요와 공급에 대한 정보 부족 △가치 계량의 자의성 등으로 의료시장의 왜곡이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 A전문의는 “국가 운영 건강 보험은 폐지되어야 마땅하다”며 “모든 의료보험은 민간 기업에 의해 공급되어야 개인의 가치 척도가 가장 정확하게 반영된 의료서비스가 시장에 공급될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도 이와 같은 대안의 비현실성을 고려하여 더 현실적이고 바로 적용 가능한 대안으로 △현실적 의료 수가 조정 △ 건강보험 제도 시장화 △ 각 대학 자유에 맡기는 의대 정원 증원 △의료 시장과 복지 제도 분리 △ 의사 면허 성격 전환을 통한 의사 고시의 개방화 등을 꼽았다.
A전문의는 “현재 나타난 의료계의 모든 문제는 ‘가격과 공급량의 통제’에서 비롯됐음을 감안하고 순수한 자유주의 시스템으로 돌아가 국가가 의사 공급량을 통제하는 의사 면허 제도 철폐와 국가 주도의 건강보험 또한 폐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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