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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50곳 부채는 670여 조원이나 된다. 올해 정부...'))
공공기관(공기업) 350곳의 부채가 670여조 원이나 된다. 올해 정부예산 607조 원보다 많다. 공공기관 부채를 방치하면 국가재정이 파탄 나고 말 것이란 위기감이 제기된 지 오래다. 공공기관 군살 빼기가 절박한 이유다.
우리나라 공공기관 위상은 막강하다. 경쟁 제한과 진입 규제로 독점적 이윤과 안정적 시장 지배가 보장된다. 하지만 낮은 서비스 품질로 소비자 불만이 크다. 높은 임금 수준·과도한 복지 혜택·강성 노조가 뒷배가 된 신분 보장 등 ‘철밥통’을 지키기 위한 개혁 저항 등으로 국민의 눈총을 받고 있다.
이런 실정이기에 정부가 한국전력공사·한국가스공사 등 부채가 많은 14개 재무위험기관을 대상으로 2026년까지 42조 원 규모의 부채 감축을 추진한다. 또 자산매각 등 재정건전화 노력으로 총 35개 공공기관의 부채 비율을 올해 214.3%에서 2027년 188.8%로 낮출 계획이다. 그래도 2027년 부채 규모는 743조7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전 누적적자와 공공주택 공급 확대 등의 영향이 클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정부의 이 같은 공공기관 재정건전화 계획에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집단 저항을 하고 있다. 양대 노총은 국회 앞에서 ‘공공부문 민영화 저지’ 대규모 집회를 열고 윤석열정부가 공적 부채를 공공기관 노동자에게 떠넘기고 있다며 공공기관 운영법 개정과 민영화 금지법 제정을 촉구했다.
이들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공공기관 자산 14조5000억 원의 매각을 결정했다고 비판하며 공공기관 노동자 정원 감축 등 구조조정은 공공기관 효율화가 아니라 공공기관의 공공적 역할과 사회적 책임을 파괴하는 ‘공공기관 죽이기’라고 주장했다. 양대 노총은 민영화 및 직무성과급제 저지·실질임금 보장·총인건비 폐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동조합의 이 같은 주장은 물정 모르는 철부지 같은 행태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선 민영화와 함께 일한 만큼 인사와 처우에서 보상받는 직무성과급제 등 제도 개선이 긴요하다. 조세재정연구원의 ‘공공기관 정책 인식도’ 설문조사에 따르면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이 심각하다는 인식이 일반 국민과 전문가 모두에서 6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난 데 비해 공공기관 종사자 중에서는 심각하다는 응답이 26.2%에 불과해 큰 온도차를 보였다. 일반 국민의 59.9%·전문가 62.9%는 공공기관 호봉제가 문제라고 답했다. 반면 공공기관 종사자는 73.9%가 호봉제는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이다. 공공기관 평균 보수가 높다는 응답은 일반 국민 61.0%·전문가 64.9%였고, 종사자들은 동의하지 않고 있다.
그동안 공공기관 종사자는 조직에 공정과 신뢰 회복이 가장 필요하다고 느끼면서도 실제 변화를 위한 노력은 소홀히 했다. 경쟁력 제고를 위해 일부 직무급제 도입도 대부분 연공서열을 유지한 채 직급 이름만 바꾸는 흉내 내기에 그쳤다. 이런 현실에서 정부가 공공기관 개혁을 위해 내년까지 공공기관 100곳에 직무급제를 강력 추진하자 양대 노총이 반발하고 있다.
사실 직무급으로 보수체계 전환을 추진하는 공공기관에 총인건비 인상과 경영평가 가점 등 인센티브를 주고, 공공기관 보수 중 성과급 비중과 차등 폭을 확대해 성과 중심의 보수 관리를 강화한다는 방침은 만시지탄이다. 한 마디로 공공기관 종사자들은 여태껏 과도한 부채 의식을 갖지 않고, 때 되면 호봉이 오르는 무사안일주의에 함몰돼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공공기관 부채는 정부가 보증을 선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숨겨진 나랏빚’으로 불린다. 감당할 수 없이 불어나면 결국 국민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 공공기관의 군살을 확 빼지 않으면 나라 살림은 결딴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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