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방패막 ‘전세권 등기’ 시장선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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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차 복잡·비용 부담 등 활성화 어려워

임한상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5-13 11:23:02

▲ 한 공인중개소 사무실에 전세사기 피해 방지 방안이 게시 돼 있다. 스카이데일리

전세사기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실질적인 제도인 ‘전세권 설정 등기’가 시장에서 좀처럼 활용되지 않고 있다. 강력한 보호 장치임에도 낮은 실효성, 복잡한 절차, 높은 비용 그리고 집주인 동의라는 진입 장벽이 작용하면서 세입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시장에서 외면받는 현실이 사기 피해 확산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13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에서 전세권 설정 등기를 한 집합건물(아파트·오피스텔·다세대주택 등)은 2108건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서울의 전체 전세 거래는 6만 5938건이었는데 이 가운데 전세권 설정 등기가 이루어진 비율은 3.2%에 그친다. 세입자의 권리를 법적으로 가장 강하게 보장하는 제도임에도 활용률은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전세권 설정 등기는 등기부등본에 세입자의 권리를 명시하는 제도다. 이를 통해 세입자는 후순위 채권자보다 전세보증금을 우선적으로 돌려받을 수 있으며 별도의 소송 없이도 임의경매를 신청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확정일자만 등록한 경우에는 소송을 거쳐야 하므로 시간과 비용이 추가로 소요된다.

하지만 실제 계약에서는 전세권 설정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 가장 큰 이유는 집주인의 동의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확정일자는 세입자 단독으로 받을 수 있지만 전세권 설정은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대부분의 집주인들은 “전세권이 등기부에 남는 것이 부담스럽다”며 이를 기피하고 있다. 부동산 중개업소에 따르면 전세권 설정에 동의하는 집주인은 10명 중 1명도 채 되지 않는다.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전세보증금이 2억 원일 경우 등록세와 교육세 등을 포함한 공적 비용만 약 80만 원에 달한다. 여기에 법무사 수수료까지 더하면 100만 원 안팎의 비용이 들어간다. 반면 확정일자는 단돈 600원이면 가능하다. 이같은 차이는 세입자들이 전세권 설정을 꺼리는 주요 요인이다.

더욱이 전세권 설정이 있다고 해도 보증금을 일부라도 받으면 등기가 소멸되는 구조적 문제도 있다. 예를 들어 전세금이 1억 원인데 경매를 통해 5000만 원만 배당받으면 전세권 자체가 사라진다. 또 근저당권보다 늦게 등기된 경우에는 배당 우선순위가 밀려 보호받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이런 제도적 미비와 복잡성이 추가되면서 전세사기는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월세계약서 위조, 대출사기 등 신종 수법이 등장하지만 세입자는 이를 막을 마땅한 수단이 없다. 결국 현재로선 전세금 반환보증 가입이나 사전에 등기부를 직접 열람해 위험요소를 확인하는 것이 최선의 자구책이 되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전세권 설정 등기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제도적 간소화와 함께 집주인 동의 요건 완화, 비용 지원 등 현실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임한상 기자 hsr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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