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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가 내수 침체 장기화 돌파구로 CEO 교체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인적 쇄신을 통해 조직 기강을 다잡고 미래 먹거리 발굴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SK스퀘어 자회사 11번가는 신임 대표이사 자리에 박현수 최고사업책임자(CBO)를 선임했다.
이번 대표 교체는 쿠팡·네이버 등에 비해 경쟁력에 뒤처져 영업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오픈마켓 부문에서 12개월 연속으로 흑자 달성하며 적자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으나, 작년에도 전체 연간 기준 754억 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 기간 매출 역시 전년 대비 35% 줄어든 5618억 원에 그치며 역성장했다.
박현수 신임 대표는 2018년 11번가 경영관리실장으로 보임한 이후 코퍼레이션 센터장·CBO 등을 역임하며 11번가의 체질 개선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왔다는 평이다. 특히 재무분야의 오랜 경험을 기반으로 11번가가 작년부터 본격 추진해온 수익성 중심 경영을 주도하며, 주력사업인 오픈마켓 부문에서 2024년 2월부터 13개월 연속 영업이익 흑자 달성 등 11번가의 ‘질적 성장’을 일궈냈다고 한다.
또한 직매입 기반의 빠른 배송 서비스인 ‘슈팅배송’ 사업의 수익성을 높이면서 주7일 배송을 도입해 11번가의 배송 경쟁력을 강화했다. 또 중소 판매자를 위한 빠른 정산인 ‘안심정산’ 서비스를 업계 최초로 제공하여 판매자와의 상생을 추진해왔다.
CJ제일제당은 박민석 식품사업부문 대표가 이달 초 자리에서 물러나고 새 수장으로 그레고리 옙 푸드 연구소장을 선임했다. 외국인을 대표 자리에 앉힌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파격 인사란 평이다.
그레고리 옙 신임 대표는 맥코믹(McComick)·펩시코(PepsiCo) 등 세계 유수의 식품·음료 등 기업과 미국 IFF R&D센터까지 두루 경험한 30년 이상 경력의 글로벌 식품 전문가다. CJ제일제당은 2023년 10월부터 식품연구소장으로 재직해 왔다. 옙 신임 대표는 △CJ제일제당이 추진하는 글로벌전략제품(GSP) 대형화 △해외 신영토 확장 △미래 신사업 발굴 등에 주력할 방침이다.
하림과 빙그레도 최근 CEO 교체 대열에 합류했다. 하림은 육가공 부문 지휘봉을 조운호 전(前) 하이트진로음료 대표에 맡겼다. 조운호 신임 대표는 연세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MBA)과정을 밟았으며, 1981년 제일은행(現 SC제일은행) 행원으로 입사하며 사회 첫발을 뗐다. 이후 웅진그룹 기조실 팀장, 웅진식품 대표·부회장을 거쳐 세라젬그룹 부회장·얼쑤 사장·하이트진로음료 사장까지 역임한 전문 경영인이다
조 대표는 취임 이후 영업 마케팅을 총괄하며 실적 개선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1999년 조 사장은 웅진식품 CEO로 취임해 연평균 150억 원씩 추가 적자를 내던 회사를 2년 만에 2600억 원 매출에 영업이익 260억 원을 기록하는 회사로 탈바꿈시켰다. 또 하이트진로음료 CEO 재임 6년간에는 매출 규모를 2.4배 성장시키고, 음료 매출을 7배 성장시키는 성과를 낸 이력도 갖고 있다.
빙그레는 신임 대표이사에 자회사 제때의 김광수 사장을 내정했다. 빙그레는 다음 달 임시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개최해 김광수 대표이사 내정자를 선임할 계획이다. 김광수 사장은 ‘정통 빙그레맨’으로 통한다. 1985년 빙그레에 입사한 김 사장은 2015년부터 제때 대표를 맡아왔다.
유통업계는 이 같은 수시 인사 배경에는 기업들의 위기의식이 자리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소비 침체가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4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3.8로 작년 12월부터 5개월 연속으로 기준값인 100을 밑돌았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정치적 불안이 길어졌고 내수 침체, 미래 먹거리 발굴이 시급한 기업들이 인사로 조직 쇄신에 나선 것”이라면서 “앞으로 핵심 인재를 교체하는 인사 흐름이 더욱 가속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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