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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희망이 되기 위해선 현실의 다양한 갈등과 문제들을 직시할 용기를 가져야 한다. 공존과 통합을 위한 합리적 토론과 사회화 과정도 요청된다. 그러나 정치권은 국민을 위한다며 ‘달콤한 선물 보따리’를 풀어 놓으며, 현실을 똑바로 보지 못하도록 욕망만 부추기고 있다.
6월3일 치러질 제21대 대통령 선거는 대통령의 탄핵에 따른 궐위로 인한 선거로서 법치와 자유민주주의, 국리민복을 위해 일하겠다는 진실한 지도자를 선택해야 할 선거다. 이는 후보와 정당이 내거는 공약이 중요함을 뜻한다.
하지만 7명의 후보가 출마한 이번 대선에서 주요 정당의 공약은 작지 않은 실망감을 안긴다. 선거 때마다 정당들이 표를 의식해 재원 마련 방안을 제시하는 것을 기피하거나 소극적이라는 지적을 받아 왔지만, 이번 대선에서도 또다시 무책임하게 공약을 발표하고 이를 실행할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뒷짐을 지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10대 공약’은 윤석열정부 3년을 극복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포부인 만큼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국가의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어 낼 인공지능(AI) 등 신산업 육성 방안, 지역 의사·지역 의대·공공의료사관학교 신설 등 사회·경제·정치·복지 분야에 걸친 개선 방안이 제시돼 있다.
그러나 10대 공약의 재원 마련 방안 부분은 10대 공약 모두 동일하게 ‘정부재정 지출구조 조정분’ ‘2025~30년 연간 총수입증가분(전망) 등으로 충당’이라는 두 문구가 전부였다. 재정 뒷받침이 없는 정책 공약으로서 선언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10대 정책 공약’도 마찬가지다. 이 또한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한 구체적 내용이 빠졌다. 김 후보는 경제 대전환, AI·에너지 3대 강국 도약, 청년 문제 해결을 위한 청년주택 공급 방안, 지역 균형발전과 미래 전략산업 활성화를 위한 초광역권 메가시티 등의 공약을 제시했다. 이 또한 재원 마련 방안을 보면 ‘기존 재원 활용으로 추가 재정 소요 없음’ ‘국비 활용, 민간 투자 유치, 글로벌 기업 투자 유치’ ‘기존예산 재조정, 주택도시기금 등 공공기금 활용’ 등이 제시됐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의 ‘10대 공약’은 민주당의 이 후보, 국민의힘의 김 후보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안을 제시해 주목되고 있다. 이 후보는 첫 번째 정책 공약인 정부 부처 개혁과 관련한 재원 마련 방안으로 부처 및 위원회 통합을 통한 중복 예산 절감, 행정 운영 효율화를 통한 예산 절약 및 부처 간 예산 배정 투명성 강화로 추가 재정 투입 최소화, 축소된 조직 운영을 통해 절감된 인건비와 운영비를 개편 비용으로 활용, 추가 예산 편성 최소화를 제시하는 등 정책별로 재원 조달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경제 불황과 한반도 안보 상황의 엄중함에서 국내 정치 안정은 안팎의 어려움을 여는 활로가 되기에 이번 대선의 의미는 자못 무겁고도 크다. 국가 위기 속에서 선거가 치러지는 만큼 난국 타개를 위한 정책 공약이 긴요함은 말할 나위도 없다.
사리가 이러함에도 여야 할 것 없이 안정적인 예산 마련 뒷받침 없이 돈 풀기 경쟁을 벌이면 재정 건전성을 해치고, 그 뒷감당은 미래 세대가 떠안게 된다. 유권자의 환심을 사기 위한 각 정당의 공약 경쟁이 치열하지만 막대한 사업비가 드는 공약을 발표하면서도 재원 마련과 이행 계획은 밝히지 않는 졸속·날림 공약은 선거판을 어지럽힐 뿐이다. 명목은 국가 경제 살리기이지만 사실상 ‘매표성 현금 살포’다. 아무리 표가 필요하더라도 포퓰리즘은 국민 삶을 피폐하게 만들 뿐이다. 정당과 후보의 자제, 유권자의 냉정한 선택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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