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양약품 또 행정처분 슈펙트 제동… 품질관리 도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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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된 처분에도 시스템 미비… 약사법 위반 이력 줄줄이
솜방망이 제재 논란… “위탁사 책임만으로 끝낼 일 아냐”
윤리경영 외치던 일양약품… 반복 무대응 신뢰는 어디에

허승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5-28 10:43:17

국산 18호 신약 ‘슈펙트’로 이름을 알린 일양약품이 또다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조업무정지 처분받았다. 관리 감독 소홀로 인한 제조업무정지 처분이 반복되고 있어 윤리경영이 도마 위에 올랐다.

제약사의 법규 위반 사례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위반 사례에 대해 솜방망이 처분이라는 평가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8일 식품의약안전처에 따르면 백혈병 치료제 ‘슈펙트캡슐(100mg·200mg)’에 대해 3개월간 제조업무정지 처분받았다. 기간은 2025년 5월 23일부터 8월 22일까지 제조가 중단된다.

식약처는 일양약품이 의약품 제조를 위탁하는 과정에서 수탁업체가 제조·관리를 부실하게 수행했음에도 불구하고 관리 감독을 소홀히 한 점을 약사법 위반으로 판단했다.

이는 약사법 제31조 제1항을 위반한 것이다. 의약품 제조 또는 시험을 위탁한 경우 위탁자는 수탁자가 제조·시험을 적절히 수행하도록 철저히 관리·감독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 같은 이유로 처분받은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8년 7월에는 ‘테라텍트프리필드시린지주’가 재심사 자료 미제출로 1개월 제조업무정지 처분 △2018년 8월 수탁제조자에 대한 관리·감독 소홀로 협심증 치료제 ‘심경락캡슐’에서 납 기준치 초과가 검출돼 3개월 제조업무정지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수탁자가 해당 품목 제조 시 허가사항대로 제조한 것처럼 제조기록서 거짓 작성하거나 납 기준치 초과 등 품질관리기록서를 거짓으로 작성했는데도 일양약품을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제조정지 3개월 처분이다.

△2020년 원료의약품 ‘아세트아미노펜’ 수입 과정에서 제조단위별 품질관리기록서 미작성 및 품질검사 미실시 후 판매한 사실이 적발돼 수입 업무정지 처분 △2023년 1월 수탁사 케이엠에스제약의 GMP 위반에 대한 관리 소홀로 ‘모티브정’ 3개월 제조업무정지 처분 △2025년 1월 ‘일양나프록센나트륨정’과 ‘더블락캡슐’이 자사 기준, 미준수로 1개월 제조업무정지 처분 등을 받은 바 있다.

이외에도 일양약품은 의사에게 유리한 처방을 댓가로 금품을 건네다 적발돼 일명 리베이트 관련해 간판 제품 31개 품목 가격 인하 또는 행정처분을 받은 바 있다.

이번에 제조업무정지를 받은 슈펙트는 일양약품이 개발한 국산 18호 신약으로 백혈병 치료제로 상징적 의미가 크다. 그러나 회사는 해당 제품의 효능을 과장해 주가를 부양했다는 혐의로 2019년 검찰 수사를 받았다.

4년여 만인 2024년 4월 서울남부지검은 김동연·정유석 공동대표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하며 사건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이 과정은 기업 신뢰도에 큰 타격을 남겼다.

국내 제약업계 전반에선 행정처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제조업무정지 처분은 영업정지와 달리 이미 출하된 제품 판매에는 영향을 주지 않으며 정지 전에 대량생산이 가능해 제재로서의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올해에도 일양약품을 포함해 셀트리온제약 휴비스트제약 제뉴파마 등 다수 제약사가 수탁 제조관리 소홀 소포장 규정 위반 등으로 1~3개월 제조업무정지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업계에선 “수탁사 책임만으로 돌리는 관행에서 벗어나 위탁사도 실질적 책임을 지는 구조로 전환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반복되는 처분에도 내부 시정 조치가 미진한 이유는 처벌의 약함 시스템의 불투명성 책임 분산 구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일양약품이 국민건강과 생명에 직결되는 의약품 품질관리를 허술하게 해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윤리경영 선언이 빈말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일양약품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윤리경영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방침을 강조하며 투명하고 공정한 기업 문화를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일양약품은 수탁사의 제조관리가 허술했음을 인지하고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윤리적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실이 입증됐다.

일양약품의 반복된 행정처분과 유통 전략의 실책은 단순한 실수로 보기 어렵다. 국산 신약을 개발한 저력을 다시 신뢰로 전환하기 위해선 통제 시스템 전면 개편과 책임 경영이 절실해 보인다.

반복된 제조업무정지와 관련해 일양약품 관계자는 “아직 회사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사안은 없다”며 “삭약처에서 보고된 애용 외에는 별도로 드릴 말이 없다”고 답했다.

허승아 기자 heosa@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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