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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부터 보험사가 8주 넘게 치료를 받는 교통사고 경상 환자의 진료비 지급여부를 판단할 수 있게 된다. 현재 보험사는 교통사고 환자의 치료비를 4주까지 지급하고 있다. 만약 치료가 더 필요하다는 주치의 판단이 있으면 보험사로부터 8주까지 치료비를 지급받을 수 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2일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은 의무를 부담해야 할 보험사에게 의무이행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셈이다. 이해충돌 우려가 있다”면서 국토부의 이번 개정안이 교통사고 환자의 권익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개정안을 적용하면 8주까지는 현행과 동일하나 8주 이후부터는 보험사에 서류를 제출해 진료비 지급을 계속 받을 수 있을지를 검토받아야 한다. 그 과정에서 보험사는 의무기록지 제출을 요구할 수 있고 환자는 이를 거절할 수 없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5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의 시행령·시행규칙의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자동차보험을 악용한 부정수급과 보험사기, 과도한 합의금 지급 등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취지다.
곽도성 소비자주권시민회의 금융소비자센터 팀장은 “보험사는 민간 회사이기 때문에 이익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지급주체인 보험사가 스스로 치료비 지급 결정을 할 권한을 주는 것은 환자의 정당한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고 했다. 곽 팀장은 “법에서 경상 환자라고 해서 손해배상을 조금만 받을 수 있다거나 합리적인 이유를 들어 제한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둔 적이 없다. 법적인 근거가 없는 상태에서 시행령과 시행규칙만 바꾼 것”이라 지적했다.
경상 환자라면 대부분 8주 이내에서 치료가 끝난다. 하지만 예외 사항이 전혀 없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그래서 보험사에 판단을 맡기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게 시민단체의 생각이다. 보험사가 의료 자문 등을 거칠 수 있지만 그 결정을 온전히 믿을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도 필요하다는 뜻이다.
개정안 내용 중 보험사 결정에 불복할 경우 이의를 신청하는 제도 또한 쟁점이 됐다. 환자가 보험사의 치료비 지급 결정 등에 이의를 제기하려면 보험사 등을 통해 공제분쟁조정분과위원회에 조정을 요청해야 하기 때문이다. 보험사에 이의 신청의 주도권이 있어 이같은 절차가 요식행위에 그칠 수도 있다는 우려다.
곽도성 팀장은 “조정위원회가 공정하게 진행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조정위원회 위원 가운데 보험사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위원의 참여를 일정 비율 이하로 제한하거나 교통사고 환자의 권익 등을 실질적으로 대변할 수 있다고 보증할 수 있을 만한 위원을 일정 비율 이상 포함하도록 규정하지 않는 조정 결과에 대한 공정성 문제는 계속 제기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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