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치료제 위고비 공급부족… 비만 진단없는 처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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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곳 중 7곳 BMI도 확인 안 해… 문턱 낮은 처방
“47만 원 부담돼”… 2030 비만약 클리닉 줄서

허승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7-03 10:59:10

비만 치료제로 주목받은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가 국내 출시 후 품절 사태를 빚을 만큼 인기를 얻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의료현장에서는 진단 없이 무분별한 처방이 이루어지고 가성비를 따지는 2030세대는 위고비에 대한 기피현상도 일어나고 있다.

3일 스카이데일리가 비만클리닉 의원이 밀집한 서울 신도림과 종로 일대를 취재한 결과 10곳 중 7곳은 위고비 처방을 진행하지 않는다고 답했고 3곳은 환자의 체질량지수(BMI) 등 환자 상태 체크 없이 바로 처방전을 발행했다.

위고비는 GLP-1 수용체 작용제로 본래 당뇨병 치료제인 ‘오젬픽’의 고용량 버전이다. 2021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비만 치료제로 승인받은 뒤 전 세계적으로 공급 부족 현상이 이어졌고 국내에는 2024년 10월 본격 유통이 시작됐다.

그러나 치료제 본연의 목적과 달리 위고비는 미용 목적 소비자들에게 먼저 돌아가고 있다.

본지는 서울의 한 피부과를 직접 방문해 위고비 처방 과정을 확인한 결과 체질량지수(BMI)나 동반 질환 여부를 묻기보단 “삭센다 맞아본 적 있느냐”는 질문만 받은 뒤 곧바로 처방이 이뤄졌다. 기자는 비만 판정을 받지 않은 일반 체형임에도 별다른 진단 없이 약을 받을 수 있었다.

위고비는 건강보험 비급여 품목이다. 1회 주사에 10만 원이 넘는 비용이 들며 한 달치 주사(4회)와 처방전까지 포함하면 약 47만 원이 필요하다. 가격 부담 때문에 2030세대 사이에서는 오히려 일반 비만약으로 돌아서는 ‘가성비 이탈’ 현상도 보였다.

실제로 본지가 비만약 클리닉 밀집한 서울 신도림 일대에서 처방을 위해 줄을 서고 있는 시민들을 취재했다.

A여성은 위고비도 있는데 줄을 서서 비만약 처방받는 이유에 대해 “초반엔 효과 있다고 해서 맞았는데 일주일에 한 번 맞는다지만 가격이 비싸고 빠지는 속도가 느린거 같다”며 “차라리 일반 비만약이 싸고 간편해 다시 처방받으려고 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B 여성은 “위고비에 대해 주변에서 많이 들었다 솔직히 직장인이 감당하기엔 가격이 조금 있다”며 “고민은 되지만 최근에 부작용 이슈도 있고 예전에 먹던 비만약이 편해서 다시 찾게 됐다”고 말했다.

내분비내과 A원장은 “위고비 처방 문의가 많았지만 우리 병원에선 아예 하지 않는다”며 “초진 한 번에 처방이 끝나고 사후관리가 없어 부작용이 발생해도 대응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싼 가격에 비해 효과가 장기적으로 미지수다”고 덧붙였다.

가정의학과 B의사도 “삭센다 때와 마찬가지로 붐이 일어 처방을 시작했지만 비만이 아닌 사람들도 무턱대고 찾아와 어느 병원은 되는데 왜 안 되냐? 질문하기도 하단다”며 “설명해도 이해하지 못하니 처방 자체를 중단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 한 의원은 어떻게 오셨어요. “위고비요” “삭센다요” “네 알겠습니다”로 처방이 끝나는 곳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모든 약물은 명확한 진단과 적절한 모니터링이 전제돼야 한다”며 “위고비는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장기 치료제인 만큼 처방부터 복약까지 의료인의 책임 있는 관리가 필수다”고 강조했다.

허승아 기자 heosa@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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