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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핵심 사업 구조를 택지 매각형에서 직접 개발·임대형으로 전면 전환하는 방안을 본격 검토 중이다. 공공개발 이익이 민간에 과도하게 이전되고 주택 가격 상승을 부추겨왔던 기존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최근 일제히 ‘판을 바꾸는’ LH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공공이 주도하는 개발·임대 시스템 강화에 힘을 실었다.
16일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LH가 조성한 택지를 민간에 매각하는 구조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윤덕 장관 후보자도 “이 대통령으로부터 구조적이고 판을 바꿀 수 있는 큰 규모의 개혁을 주문받았다”며 “능동적이고 공격적으로 임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과 장관 후보자가 나란히 구조개혁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은 LH 개혁이 단순한 조직 혁신이 아닌 주택시장 전반의 구조를 바꾸겠다는 강력한 정책 의지임을 보여준다.
그간 LH는 공공임대주택 공급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을 수도권 분양 사업이나 택지 매각 수익으로 메우는 교차 보전 구조를 유지해왔다. 이는 LH가 택지를 비싸게 팔수록 수익이 늘어나는 구조로 이어졌고 땅값과 집값 상승을 유도하며 땅장사 비판을 받아왔다. 경실련에 따르면 LH는 지난 10년간 여의도 14배에 이르는 땅을 78조 원에 매각했다.
이런 사업 구조는 개발이익이 건설사와 민간 소유자에게 집중되게 했다. LH는 공공 주택을 공급하면서도 결과적으로 시장 불균형을 키운다는 비판을 받았다. 건설사들이 높은 택지 매입가를 분양가에 전가했기에 집값 상승과 주거 불안정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정부가 구상하는 개혁의 방향은 명확하다. LH가 공공택지를 조성한 뒤 민간에 넘기지 않고 자체적으로 주택을 짓고 임대하거나 분양하는 구조로 전환하는 것이다. 싱가포르식 공공개발 모델처럼 LH가 직접 시행 주체가 되어 시공은 민간 건설사에 맡기되 분양가 책정과 운영까지 LH가 주도하는 방식이다. 분양가 통제가 가능해지고 개발이익 또한 공공이 환수할 수 있게 된다.
또한 토지 매각을 최소화하고 보유 택지를 장기 임대해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택지 조성 비용은 주택도시기금에서 차입하거나 공공채 발행을 통해 조달하며 임대 수익으로 장기간 상환하는 방식이 검토되고 있다.
이 같은 구조개편은 주거 안정성 강화를 목표로 한 장기 전략으로 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강조해온 ‘기본주택’ 구상과도 맞닿아 있다.
다만 LH 개혁에는 풀어야 할 난제가 있다. 우선 LH 부채 문제다. 지금도 160조 원이 넘는 부채를 안고 있는 LH가 직접 시행과 분양까지 맡게 되면 수년 내 300조 원대로 부채가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과거 개혁이 실패로 끝난 사례도 살펴봐야 한다. 2021년 ‘LH 직원 투기 사태’를 계기로 문재인 정부가 대대적 혁신안을 내놨지만 조직 개편과 인력 감축, 전관 비리 차단 모두 실질적 성과 없이 흐지부지됐다. 이후 2023년 ‘아파트 철근 누락 사태’로 또 한 번 국민 신뢰를 잃으며 LH는 개혁 실패의 상징이 됐다.
허나 이번 개혁은 단기적 수익 구조를 넘어서 주거 안정과 투기 억제라는 공공의 본질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서 과거와는 질적으로 다른 시도라는 의견이 나온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구조개편이 현실화될 경우 주택시장 안정과 서민 주거권 보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그만큼 추진력과 재정 안정성 그리고 정치적 일관성을 뒷받침할 체계적인 실행계획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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