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피츠버그에서 열린 제1회 펜실베이니아 에너지·혁신 서밋 기조연설자로 나섰다. 트럼프는 “미국의 운명이 모든 산업을 지배하고 모든 기술에서 1위가 된다는 게 우리의 믿음”이라며“여기엔AI 분야에서 세계 1위 초강대국이 되는 것도 포함된다. 우린 중국보다 훨씬 앞서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과 다른 나라들이 인공지능(AI) 부문에서 미국을 따라잡고자 달리고 있다”며 “그들이 따라잡도록 두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1월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가 출시한 AI 추론 모델 R1이 저렴한 개발 비용으로 미국 최고 AI 모델에 버금가는 성능을 구현해 전 세계에 충격을 준 바 있다. 트럼프는 이 분야의 미·중 초격차를 위해 작정하고 총력을 기울일 의지를 여러 차례 분명히 했다. 23일 워싱턴DC에서 열릴 ‘AI 경쟁 승리 서밋’ 기조연설을 통해 미국이 AI에서 압도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한 비전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이날의 피츠버그 행사 또한 그것과 연결돼 있다. 트럼프는 “오늘 오후 20개 기술 및 에너지 업계 선두 기업들이 펜실베이니아주에 920억 달러(약 127조 원) 넘게 투자하겠다고 발표한다”며 “펜실베이니아 역사상 최대 규모의 민간 투자”임을 짚었다. 블랙스톤·코어위브 등 투자 예정 기업들은 데이터센터 건설과 전력 및 송전 인프라 업그레이드, AI 훈련 등에 집중 투자할 예정이며, 이달 중 AI 관련 행동계획 공개와 새로운 AI 정책 실행을 위한 행정명령 서명 일정도 진행한다고 한다.
개인정보 및 프라이버시를 철저히 보호 대상으로 여기는 미국 등 서방 세계에 비해 이 방면의 규제가 사실상 전무한 중국이 AI 관련 산업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AI 산업이 미·중 패권 경쟁 한복판에 서 있는 가운데, 지난달 27일 트럼프는곧 발표될 ‘AI 행동계획’과 맞물려 ‘AI 행동의 날’을 주제로 진행될 행사에 대해 언급하며 에너지와 AI 성장 촉진을 위한 일련의 행정명령들을 준비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23일 행사가 AI 전략 공표의 마무리 일정이 되는 셈이다.
AI의 국내외 정치적 의미, 엄청난 전력 소모가 뒤따르는 AI 산업이 에너지산업과 불가분 관계 있다는 점이 이날 피츠버그 행사의 의미를 더욱 부각시킨다. 트럼프2기는 탈탄소 규제 완화와 에너지 독립을 더욱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더 이상 중동 석유에 매달리지 않아도 좋을 만큼 몇 백년치 매장량이라고 밝혀진 셰일을 ‘(미국에 내린) 깜짝 선물·축복’으로 흔히 전문가들 사이에서 표현된다. 패권 질서의 핵심에 에너지가 있다. 미국의 에너지 자급 능력을 친환경 명분으로 억제한 게 국제유가 상승으로 이어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결정적으로 가능하게 만든 것이라는 해석이 있다.
에너지 혁신의 화두를 ‘(탈탄소)친환경 vs 화석연료’가 아니라 ‘혁신적 자원 개발’ ‘미국우선 에너지 전략’으로 재정의하려는 시도가 트럼프2기에 뚜렷하다. 23일 행사로 마무리될 행보의 전 단계인 이번 서밋 장소부터 예사롭지 않다. 미국 내 첫 유정이 발견된 펜실베이니아주는 에너지 산업의 중추로서 산업화 시대를 뒷받침한 곳이다. 펜실베이니아주는 미국 최초의 유정이 발견된 곳으로 에너지 산업의 역사적 뿌리가 깊다. 셰일가스 혁명의 핵심 지역인 마르셀러스 셰일 소재지이기도 하다. 현재 천연가스 생산량 2위인데, 향후 크게 늘어날 수 있다.
정치적 존재감도 크다. 작년 11월 미 대선 7대 경합주 중 펜실베이니아 선거인단수(19명)가 가장 많았다. 아예 이곳을 완전히 공화당 지역으로 만들어 버리려는 구상도 엿보인다. 텍사스·캘리포니아에서 주로 개최되던 에너지산업 관련 행사가 펜실베니아에서 열려 대대적 투자까지 발표됨으로써 현지 정치 지향에 줄 변화 가능성이 높다. 에너지 관련업 종사자들이 많아 친환경 정책 아래 경제 침체가 심화되던 중이었다. 셰일 시추를 적극 지지한 트럼프의 구호 “드릴, 베이비 드릴”이 작년 선거판을 크게 뒤흔든 이유다. 펜실베이니아엔 주립대(PSU)·카네기멜론대(CMU) 등 에너지 R&D 거점 기관이 몰려 있으며 혁신형 원자력·탄소포집·청정가스 기술 등이 집약된, 전통과 신기술이 교차하는 지점이다.
한편 이날 기조연설에서 트럼프는 미국이 “위대한 반도체” “훌륭한 모든 것”을 가졌다면서 중국과 “매우 우호적인 모습으로” 경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전국에 석탄 화력발전소를 건설 중임을 지적한 뒤 “우리도 그렇게 할 자격이 있다”며 석탄을 에너지원으로 적극 개발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풍부한 저가 에너지가 AI 산업를 든든히 떠받치게 될 전망이다. 이날 행사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도 “AI 혁명이 임박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우리가 패배하도록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AI 연구·개발에 막대한 전력이 필요한 상황을 짚으며 “깨끗하고 아름다운 석탄·천연가스를 쓰며 원자력을 포용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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