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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이목이 경북 경주로 쏠리고 있다. 31일부터 11월 1일까지 경주에서 열리는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엔 21개국 정상들이 참석한다. 이를 계기로 세계 주요 2개국(G2)으로서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주석이 동시에 한국을 찾아 무역 및 역내 안보 현안을 놓고 ‘세기의 담판’을 갖는다.
일단 분위기는 우호적이다. 양측 대표단 모두 논의 과정을 ‘건설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미‧중 양측은 25일부터 26일까지 이틀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제5차 고위급 무역 협상에서 주요 현안에 대한 잠정 합의를 도출해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초 내가 중국을 방문하고 그 이후 시 주석이 워싱턴이나 팜비치, 또는 다른 장소로 오는 것에 대해 거의 동의했다”며 낙관적 분위기를 내비쳤다. 중국은 희토류와 미국산 대두 수입 카드를 양보하더라도 무역 전쟁을 확전시키지 않는 게 중요했다. 최근 폐막한 중국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4중 전회)는 제15차 5개년 계획을 검토하면서 ‘고수준 개방의 지속적인 확대’를 강조했다. 중국으로서는 세계 1위 경제 대국인 미국과 결별할 수 없다는 현실적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29일 가진 트럼프·이재명 대통령 간 한‧미 정상회담의 가장 큰 결과물은 단연 관세 협상 타결이다.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펀드의 현금 비율과 분납 방식 등에서 합의를 보았다. 일본산과 유럽산 자동차 관세가 15%로 낮아지면서 25% 관세를 부담했던 한국 기업들이 경쟁력을 회복하게 됐다.
한‧미 정상이 한국에 우라늄 농축과 핵연료 재처리를 허용하는 방향성을 담은 합의문을 채택한 점도 큰 소득이다. 한국의 ‘핵연료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 권한’이 확대된 것이다. 플루토늄 등을 추출하는 재처리를 거치면 저장공간을 줄일 수 있고 다시 쓸 수도 있다. 우라늄 농축의 경우 2015년 협정 개정 당시 미국 동의하에 20% 미만 저농축 우라늄 생산을 가능하도록 했지만, 논의를 진행하지 못해 아직 전량 수입에 의존했지만 해소된 계기를 마련했다.
다음 달 1일 한‧중 정상회담 또한 초미 관심이다. 한‧중 정상회담 의제는 양국 공동 번영을 위한 경제 협력, 주변 정세, 한반도 문제와 북한 등 여러 이슈가 있다. 중국 측에 이재명 대통령의 대북(對北) 구상을 설명해 교류(Exchange)·관계정상화(Normalization)·비핵화(Denuclearization)를 골자로 하는 ‘한반도 END 구상’에 대한 협력도 요청된다.
한화오션 미국 자회사에 대한 중국 정부의 제재 문제가 논의될지도 관심이다. 중국은 14일 중국 내 조직·개인이 미국의 한화 필리 조선소와 한화 쉬핑 등 다섯 업체와 거래·협력 등 활동을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 한화오션은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의 핵심 기업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와의 첫 한‧일 정상회담도 30일 갖는다. 한‧일 신시대를 여는 협력이 긴요하다.
이재명정부는 지구촌의 이목이 쏠리고 있는 경주 APEC 정상회의를 세계가 보란 듯이 잘 치러야 한다. 글로벌 경제와 안보에 크게 기여하는 성공적인 빅 이벤트가 될 수 있도록 정부와 국민 모두가 세심하게 힘을 모아야겠다. 한국의 위상과 저력, 진면목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경주 APEC 계기로 경제·안보 모두에서 실질적인 국익을 창출하는 국제 외교의 장이자 축제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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