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원자력 발전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한·미 양국이 29일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한·미 정상회담 합의문에 한국에 우라늄 농축과 핵연료 재처리를 허용하는 방향성을 담은 정상 합의문이 채택될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 원자력협정의 핵심 쟁점은 ‘핵연료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 권한’ 확대다. 플루토늄 등을 추출하는 재처리를 거치면 저장 공간을 줄일 수 있고 다시 쓸 수도 있다. 우라늄 농축의 경우, 2015년 협정 개정 당시 미국 동의 하에 20% 미만 저농축 우라늄 생산을 가능하도록 했지만, 논의를 진행하지 못해 아직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차제에 이재명정부는 원전의 이점을 재인식해야겠다. 원전은 높은 경제성과 친환경성 등이 장점이다. 원전은 발전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매우 적다. 석탄 발전과 비교하면 온실가스 배출량이 1000의 1 수준에 불과하고, 태양광 발전보다 더 적다.
물론 신재생에너지 전환은 마땅히 가야 할 길이다. 하지만 에너지 전환은 긴 호흡의 정책이어야 한다. 즉 소재·전기·전자·화학·건축·기계 등의 영역에서 진전이 있어야 생산성 있는 신재생 에너지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국책 에너지경제연구원 같은 전문 기관에서도 신재생에너지를 태양광과 풍력으로만 구성하면 평소 15% 안팎인 전력 예비율이 6.4%까지 떨어져 수급 불안정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우려한 바 있다.
국제 기후변화 대응협약인 파리협정에 따르면, 5년마다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제출해야 한다. 한국은 올해 안에 ‘2035년 NDC’를 유엔에 제출할 예정이다. 온실가스를 감축하려면 천연가스나 석탄을 줄이고 비싼 재생에너지를 늘려야 하는데, 이 경우 한전의 전력 구매 비용이 늘어 결국은 전기요금을 올릴 수밖에 없다. 전원별 전력 생산 단가는 ㎾h당 원전이 48 원으로 가장 저렴하고, 신재생에너지인 태양광 169 원, 풍력은 109 원으로 월등히 비싸니 한전의 적자가 커질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이재명정부는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기조와 윤석열정부의 ‘친원전’ 기조 사이에 ‘원전 실용주의’를 표방해왔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최우선으로 하면서도 기존 원전은 수명을 연장해 현실적인 역할을 인정하는 접근 방식이다. 신규 원전 건설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입장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가동 기한이 지난 원전도 안전성이 담보되면 연장해서 쓰고, 짓던 것도 잘 지어야 한다”면서도 “풍력·태양광을 대대적으로 건설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장기적 방향은 맞지만 현실은 아니다.
인공지능(AI) 붐이 일면서 빅테크들의 데이터센터용 전력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탈탄소와 기후변화 대응 차원으로 원전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2023년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에선 ‘원자력 에너지 확대 선언’을 통해 2020년 기준 400GW(기가와트) 수준의 전 세계 원전 용량을 2050년까지 3배인 1200GW까지 늘리기로 합의한 배경이다.
탈원전을 외치던 유럽연합(EU)이 AI 패권 경쟁이 커지자 친원전으로 돌아서고 있다. 이재명정부는 산업과 환경, 국민 부담 경감 등을 두루 살펴 원전 생태계 발전과 재생에너지 정책을 긴 호흡으로 추진하길 당부한다.
정부 정책이 과학기술을 부정하고 이념에 매몰되면 안 된다. 에너지정책을 잘못 결정하면 한전에 적자 보전이나 전기세 인상 등 어떤 형식이든 국민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음을 직시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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