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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사람들]-행복중심용산생협
“우리 동네 바른먹거리 생산·유통·소비 책임지죠”
생산지기행·채종포사업 등 안심한 먹거리 지속가능생산 주도
이슬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3-31 00:53:17
▲ 행복중심용산생협(사진)은 1989년 설립된 행복중심생협연합회에 소속된 지역 단체다. 2011년 서울 효창동에 도시와 농촌을 잇는다는 의미의 ‘물꼬매장’을 연 용산생협은 현재 1520명의 조합원이 소속돼 있다.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우리끼리는 ‘상품’이란 대신 ‘생활재(生活材)’라는 말을 써요. 우리 생활에 꼭 필요한 것들인데 이를 상품으로 취급하지 말고 우리와 한 몸이라 생각하자는 취지에서죠. 소비는 곧 생산자의 생계와 연결돼 있어요. 우리는 소비자에겐 질 좋은 제품을 공급해주고 친환경 농사를 짓는 농민들에겐 생계 걱정을 덜어주는 역할을 하죠”
 
‘행복중심용산생활협동조합’(이하·용산생협)은 1989년 설립된 친환경 유기농 전문 행복중심생활협동조합연합회(구·여성민우회생활협동조합, 이하·생협) 용산지부다. 용산생협은 생활재위원회·교육문화위원회 등의 지부로 구성됐으며 총 1520명으로 이뤄져있다. 용산생협은 효창동 주민 1/5 이상이 소속된 대형규모의 마을형태 생협이다.
 
지역주민에 저렴한 값에 양질의 제품 제공, 생산자에게는 지속 가능 생산 동기 부여
 
용산생협 소속 정봉희(59·여) 이사에 따르면 2011년 효창동에서 운영된 ‘도시농부학교’가 생협의 근간이 됐다. 도시농부학교는 농촌 먹거리를 도시로 들여와 농촌을 활성화하고 도시지역민에게는 값싸고 질 좋은 식재료를 공급하는 역할을 했다. 도농 간 가교역할을 한 셈이다.
 
“그 해 강원도 횡성군과 협약을 맺고 횡성에서 안전한 먹거리를 도시로 들여오기 시작했어요. 이를 한 번 맛본 주민들이 점점 많이 찾아오게 됐죠. 아예 매장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해서 주민들 30여명이 2만원씩 출자하고 행정안전부가 당시 운영 중이던 조합을 마을기업으로 승격하는 사업에서 지원을 받아 ‘물꼬매장’을 열었죠. 그게 지금 생협의 전신이에요”
 
지난 2월 정기총회에서 선임된 박태정(47·여) 이사장은 생협이 이윤을 추구하는 공간이 아닌 만큼 윤리적 소비와 가치 소비 등을 추구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 결과 특정 이슈로 특정 품목의 값이 폭등하는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가격에 질 좋은 제품을 공급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해 살충제계란 파동 때였다. 계란 수급이 불안정해지면서 공급이 수요를 밑돌게 되자 계란 값이 폭등했다. 하지만 그 때도 효창동 주민들은 생협을 통해 평소 구매하던 가격 그대로 계란을 구입할 수 있었다. 
  
▲ 용산생협은 유통마진을 줄이고 조합원·지역 주민에게는 저렴한 가격에 ‘생활재’를 공급한다. 생산자에게는 지속 가능한 생산 동기를 부여한다. 사진은 왼쪽부터 순서대로 박태정 이사장, 정봉희 이사, 문현주 이사 ⓒ스카이데일리
   
“1000원짜리 오이가 있다고 가정해 봐요. 일반 소매점에서 판매될 경우 생산자는 불과 200~300원만을 받게 되요. 같은 오이가 생협에서 판매됐을 땐 생산자에게 700원이 돌아가죠. 유통마진을 줄이고 생협에서 영리추구를 하지 않다보니 가능한 거에요. 저희는 소비자에 안정적인 농산물을 공급하고 생산자들이 지속적으로 농업을 할 수 있게 단순한 판매활동을 넘어 조합원 및 지역주민들과 함께 윤리·책임적으로 소비를 하고 있어요”
 
생협은 소비를 통해서 뿐만 아니라 생산지기행을 통해 직접 생산지에서 생산자들과 만나기도 한다. 문현주(43·여) 이사는 해당 활동이 조합원들의 소비 태도에 크고 작은 변화를 일으킨다고 강조했다.
 
“조합원 그리고 조합원 가족들과 버스를 대절해 하루 정도 생산지를 다녀와요. 지난해에는 메주·두부 만들기, 블루베리·배따기, 김장 등의 체험을 했죠. 어떻게 키웠는지 설명 듣고 직접 딴 과일로 잼을 만들어보기도 했어요. 조합원들이 만약 매장 제품이었다면 울퉁불퉁하고 예쁘지 않아 사기 꺼려졌던 생활재라도 생산과정을 알기에 같은 가격이지만 사게 된다고 말해요”
 
“지난해에는 경기도 양평 배 농장을 다녀왔어요. 생산자분들은 조합원 앞에서 지난해 유난히 낙과가 많았고 다 버려졌는데도 가격을 올리지 않고 손해를 보면서 팔고 있다고 호소했죠. 매장에서 저희 운영진들이 하는 이야기와 생산지에서 생산자가 직접 하는 이야기는 다가오는 무게는 다르기 마련이에요. 조합원들이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이제 비싸다 생각하지 말고 사야겠다’며 느낀 점을 말했을 때 뭉클한 감정을 느꼈죠”
 
토종 채소 지키는 ‘채종포 사업’…“살고 싶은 마을 위해 계속 움직일 것”
 
박태정 이사장은 씨앗 주권 전쟁 현실에 대해 피력했다. 일제시대는 물론 현재에도 중국과 미국 등의 글로벌 종자 기업에 우리 토종 씨앗을 전부 빼앗겨 정작 우리가 쓸 것은 수입해오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유전자 구조를 변형시켜 수출하는 탓에 정작 해당 작물에서 나온 씨앗을 우리나라에 심어도 수확이 되지 않는다. 생협은 토종 씨앗을 찾아 직접 심는 ‘채종포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앉은뱅이밀·쥐이빨옥수수·구억배추·개쎄바닥상추 등의 토종 채소들은 이름부터 맛까지 남다르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청양의 청양고추도 과거 중국에 씨앗을 전부 빼앗겨서 이제는 우리가 돈을 주고 씨앗을 사오고 있어요. 정말 안타까운 현실이죠. 하지만 시골에 오래 사신 분들은 우리 토종 씨앗을 아직 가지고 있어요. 횡성과는 협약을 맺고 있어 한 달에 한 번씩 가서 토종 씨앗으로 씨앗을 심어요. 우리 토양·기후에서 오랜 시간동안 성숙해서 정말 맛있지만 먹기 위함이 아닌 씨를 엇기 위해 씨앗을 심는 셈인 거죠”
  
▲ 생협은 우리 토종 채소 씨앗을 보유한 사람을 찾아 이를 심고 씨앗을 수확하는 ‘채종포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물꼬매장 내부 전경, 채종포 사업 현장들, 수확 축제 현장 [사진=행복중심용산생협, ⓒ스카이데일리]
   
용산생협에 따르면 현재 친환경 실천 농가수가 6만여 농가를 넘어서고 있다. 그러나 농림축산식품부 등 관련 정부부처는 현재 저농약 표기 등을 허용하고 있지 않다. 이에 어렵게 친환경 농사를 짓는 생산자들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부작용이 발생하곤 한다.
 
“생산자들은 웬만한 철학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이상 친환경 농사짓기 너무 힘들어요. 편하게 농약 뿌리지 않고 손해를 보면서까지 본인들이 지키고 싶은 가치가 있어서 그렇게들 하곤 하죠. 그런데 이들의 공로를 치하해주는 제도들마저 자꾸만 없어져 버린다면 누가 끝까지 남아 생산을 계속할까요. 이런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죠”
 
학교 급식 등의 납품 문턱도 친환경 작물이 넘기에는 힘든 게 현실이다. 친환경으로 작물을 키우다 보면 당연히 반듯하지 않고 모양이 제각각일 수밖에 없지만 외관이 규격에 어긋나면 맛과는 상관없이 반품처리 되기 때문이다.
 
일례로 굽은 오이는 휜 방향으로 바닥에 놓고 쟀을 때 그 높이가 5cm에 달하면 납품을 허용하지 않는다. 마련된 교육청 등 담당 공공기관의 친환경 작물에 대한 기준이 생산 현실과 동떨어진 결과다.
 
“친환경 농사 생산자들은 자신들의 작물을 받아주지 않으니까 사회적인 기준에 맞추게 되는 거예요. 그러다보니 애호박이 이제 막 자라나기 시작할 때부터 겉에 비닐을 씌워 일직선으로 자라게 하는 등 괴롭히는 농사를 짓게 되죠. 깻잎도 4계절 내내 나는 음식이 아닌데 워낙 찾으니 자연 농법으로는 짓지만 계속 불을 켜놓고 키우는 거죠. 친환경인데 과연 친환경이 맞는지 의문이에요. 모두의 인식이 바뀌어야 해요”
 
“자본의 자립이 우선 돼야죠. 그래서 우린 동네 마을공동체로서 안전한 먹거리를 알리고 지역주민에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어요. 지난해부터는 식생활 교육을 어린이집 등에서 하고 있어요. 그렇게 우리 지역을 살고 싶은 마을로 만들 계획이에요. 이 많은 사업들을 꾸준히 해나가기 위해 쉬지 않고 노력할거예요”
 
[이슬비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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