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수, 대한민국 역사강역을 밝히는 중요한 열쇠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전문가칼럼

성헌식의 대고구리

고구려·백제의 경계였던 패수…그 정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

성헌식 필진페이지 + 입력 2019-09-21 13:34:59

위만이 망명하면서 건넌 패수(浿水)는 당시 연(燕)과 조선과의 경계였다는 사실은 ‘사기’조선열전에 “한(漢)나라가 일어났으나 너무 멀어 지키기 어렵기 때문에 요동의 옛 요새를 다시 수리하고 패수(浿水)에 이르러 경계로 삼아 연에 속하게 했다”는 기록을 통해 잘 알 수 있다.

‘환단고기’ 북부여기에도 “시조 해모수 단군 38년(기원전 202년, 기해) 연의 노관이 요동의 옛 성터를 수리하고 동쪽은 패수를 경계로 했다”고 기록돼 있는데 이상한 점은 같은 내용임에도 강단사학계에서는 ‘사기’는 정사(正史)이나 ‘북부여기’는 위사(僞史)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또한 ‘사기’ 조선열전’에 한나라와 조선과의 주 전투지였던 패수를 통해 한사군의 위치를 알 수 있다. ‘한서’ 지리지에 의하면 패수는 유주(幽州)의 낙랑(樂浪)군에 속한 현이며 패수는 서쪽으로 증지까지 흘러 해로 들어간다는 설명이 있다. 이는 분명 오기임이 확실한데 일제식민사학자들은 이를 근거로 서쪽으로 흘러 황해로 들어가는 압록강·청천강·대동강 등을 패수라고 주장했다.

이병도 박사의 스승으로 임나일본부설을 주장했던 쓰다 소우키치(津田左右吉)는 압록강 패수설을 주장했다. 아울러 조선사편수회 간사로 근무했던 이나바 이와기치(稻葉岩吉)는 대동강 패수설을 주장하고 식민사학자 이병도 박사는 ‘한국고대사연구’에서 청천강 패수설을 주장했으며 현재 강단사학계가 이를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 여하튼 압록강·대동강·청천강 패수설 모두 한사군의 중심인 낙랑군이 평양에 있었다는 말과도 같은 것이다.

(낙랑군 乐浪郡)，武帝元封三年开。莽曰乐鲜。属幽州(유주)。户六万二千八百一十二，口四十万六千七百四十八。有云鄣(운장)。县二十五：朝鲜(저선)，讑邯，浿水(패수)，水西至增地入海。莽曰乐鲜亭含资，带水(대수)西至带方入海。黏蝉，遂成，增地，莽曰增土。带方，驷望，海冥，莽曰海桓，列口，长岑，屯有，昭明，高部都尉治。镂方，提奚，浑弥，吞列，分黎山，列水所出。西至黏蝉入海，行八百二十里。东暆，不而，东部都尉治。蚕台，华丽，邪头昧，前莫，夫租。

반면에 ‘수경주’에 “패수는 낙랑군 루방현에서 나와 동남쪽으로 임패현을 지나 동쪽으로 해(海)로 들어간다”의 주석에 “(설문을 쓴) 허신이 전하기를 패수는 루방에서 나와 동쪽으로 해(海)로 들어간다”는 기록이 있어 패수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흘러가는 강임을 알 수 있다.

패수는 고구려와 백제의 경계

패수는 ‘신당서’의 동이열전에 고구려의 남쪽경계(南界)로 기록되어 있다. ‘삼국사기’ 에 의하면 비류가 온조와 무리들을 거느리고 패수와 대수(帶水)를 건너 미추홀에 와서 살았고 백제 시조 온조가 위례성에서 한산 아래로 천도해 북쪽을 경계로 삼은 곳이라 우리의 고대 영토를 밝힘에 있어 가장 중요한 지명이라 할 수 있다. 참고로 패수와 대수는 유주의 낙랑군에 속하는 강들이다.

또한 고구려와 백제가 남북으로 대치했던 패수는 ‘삼국사기’ 에 371년에 고구리 군사들이 쳐들어오자 백제의 근초고왕이 군사를 매복시켰다가 기습해 승리한 곳이며 395년 광개토태왕이 남쪽에 있는 백제를 공격해 8000명을 사로잡는 대승을 거둔 곳으로 기록돼 있다.

그런데 위만이 망명하면서 건넌 패수를 청천강으로 비정한 식민사학자 이병도 박사는 고구려와 백제의 남북 경계였던 패수는 황해도 예성강으로 비정했다. 즉 하나의 강을 두고 두 가지 역사적 상황에 따라 다르게 비정을 한 것이다. 위만 망명일 경우 그렇다고 치면 고구려와 백제일 경우에는 매우 이상해진다. 패수가 청천강이라면 고구려의 남쪽 경계 밑에 도읍인 평양성이 위치하고 그 북쪽에서 백제와 고구리가 전쟁을 하는 기현상이 발생한다. 이유는 식민사학자 이병도 박사의 지명 비정에 심각한 오류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반도에 있는 강 모두를 동원해 위 두 가지 역사적 사실에 대입해 봐도 충족시킬 수 없다고 본다. 비주류사학계는 한반도가 아닌 서만주에 있는 강을 패수로 비정하기도 했다. 재야사학계는 하북성 난하 등을 패수로 비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모두 패수가 가지고 있는 이 두 가지 역사적 상황을 동시에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비주류사학계의 서만주일 경우, 백제의 북쪽경계가 거기까지 올라가야 하는 오류가 있다. 재야사학계의 난하 등일 경우, 백제는 바다 속으로 들어가야 하는 심각한 오류가 발생된다.

그래서 지금까지 학자들은 자신의 학설을 합리화하기 위해 시대에 따라 패수의 위치가 옮겨졌다는 어불성설의 주장을 하곤 했다. 물론 패수 이동설에 대해 아무런 근거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말이다.

지금까지 패수 관련 수많은 학술세미나에서 하북성 북부와 요녕성 서부에 있는 강들 중에 패수의 후보로 거론되지 않은 강이 거의 없을 정도다. 패수가 북경 부근에 있던 강이라면 백제의 위치는 하북성 남부여야 한다. 난하 등 하북성 동부를 흐르는 강이라면 백제는 발해의 바다 속으로 들어가야 하며 요녕성 서부를 흐르는 강이라면 백제의 위치가 지금의 요동반도로 올라가야 한다. 이게 과연 역사적으로 옳을까. 과연 그렇다면 패수는 어느 강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