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아베 한·중 입국제한 지시…후생노동성 강력 반대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국제정치

아사히, “발표 하루 전 탑다운 방식 급조…정치적 의도”

정동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0-03-08 17:55:38

▲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한국과 중국에 대한 입국제한 강화를 측근에게 지시한 것은 입국제한 발표 하루 전인 4일 오전이라고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아사히신문은 6일 아베 총리의 한·중 입국 제한 조치 배경에는 정치적 의도가 숨어있다고 분석하면서, 아베내각이 전날 한·중에 대한 강경 조치를 취한 것에 대해 이미 침체된 일본 경제에 대한 심각한 영향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아사히신문은 또 이번 발표가 충분한 검토 없이 아베 총리의 지시에 따라 탑다운 방식으로 급조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베 총리가 한·중 입국 제한 조치를 발표할 때 “적극적이고 과단한 조치를 강구하기로 했다”며 강한 표현을 썼다고 지적하고 이는 지도력을 연출하기 위한 의도가 있는 것으로 풀이하기도 했다.

아베 총리의 4일 지시에 따라 5일 오전 스기타 가즈히로 관방 부장관 주재로 후생노동성, 외무성, 국토 교통성, 경제 산업성의 사무차관과 출입국재류관리청 장관 등이 모여 회의를 했다.

일본은 중국 우한을 포함한 후베이성에 최근 2주 내 체류 이력이 있는 외국인 입국 거부 방침을 지난 1월 31일에 발표했다. 아사히신문은 아베 총리가 이때부터 중국 전역을 대상으로 입국 제한 단행을 염두에 뒀다고 보도했다.

아베 총리의 이 같은 결정은 그의 지지기반인 보수층에서 중국 전역을 대상으로 한 입국 거부를 요구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4월 예정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국빈 방일이 연기로 조정되면서 아베 총리는 4일 측근에 한국과 중국의 입국제한을 지시했다.

이에 5일 오전 스기타 가즈히로 관방 부장관의 지시로 후생노동성·외무성·국토교통성·경제산업성의 사무차관과 출입국재류관리청 장관이 모여 회의를 했다.

총리 측은 한국·중국발 입국자에게 검역법에 따라 2주간 정류(특정 장소에 머무는 것)를 요구했다. 검염법에 따른 조건부 상륙 허가를 실시할 방침도 내걸었다.

아사히신문은 후생노동성 측이 총리 관저가 주장하는 조치가 현행법상 감염 의심자 등을 상정한 조치라며 강력히 반대했다고 전했다.

5일 저녁 예정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시작 시간이 다가옴에 따라 결국 검역법에 근거하지 않는 대기 요청과 조건부 상륙 허가를 삭제하는 것으로 타협이 된 것으로 밝혀졌다.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는 “후생노동성은 (입국제한) 할 마음이 없다”며 불만을 터트리기도 했다.

일본 언론들은 한국 정부가 아베 총리의 갑작스러운 발표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의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은 6일 일본에 대한 비자 면제와 이미 발급된 비자의 효력 정지 등 대응조치를 발표하며 “정부는 사전협의나 통보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일본 측의 이번 조치에 대해 깊은 유감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코자 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반발에 대해 일본 정부는 우한코로나 감염률 등 과학적 근거에 기초한 판단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요미우리 신문에 따르면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은 6일 중의원 외무위원회에서 1만명당 우한코로나 감염자는 5일 한국이 가장 많은 1.12명, 다음이 중국의 0.58명이라며 한·중 입국제한 조치의 배경에 대해서 설명하기도 했다.

모테기 외무상은 “외교적 관점에서 다른 문제와 관련지어 취한 조치는 아니다”며 한국의 반응은 오해에 근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6일 정례브리핑에서 일본 정부의 중국인 입국 제한 조치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는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정동현 기자/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정동현 기자 dhjeo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