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양산서 고사리를 캐먹다 굶어죽은 백이·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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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의 지킨 백이·숙제 형제…중국이 지목한 수양산 위치는 거짓

성헌식 필진페이지 + 입력 2020-03-08 14:32:47

중국정부가 하북성 진황도시 노룡현에다 고죽국(孤竹國) 백이·숙제 관련 유적지를 조작해놓고 왜곡한 역사를 대중들에게 홍보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알아보기에 앞서 백이·숙제에 대해 먼저 간단히 소개하겠다.

청절지사로 알려져 있는 백이·숙제는 사마천이 쓴 ‘사기’ 열전에 가장 먼저 등장하는 인물이다. 물론 시대적으로 앞서는 인물이라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이유는 그 시대가 요구했던 인물상이 바로 백이·숙제와 같이 깨끗한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고죽국의 왕에게는 장남 백이(伯夷), 차남 성명미상 셋째 숙제(叔齊)의 세 왕자가 있었다. 그 중에서 셋째가 가장 똑똑했는지 고죽군은 숙제에게 왕위를 물려주려고 했다. 셋째로 정상에 오른 대표적인 인물에는 세종대왕과 삼성 이건희 회장 등이 있다.

고죽군이 세상을 떠나자 숙제는 큰 형에게 양위하겠다고 했다. 두 분 형님이 계신데 어찌 동생인 자가 왕위에 오를 수 있느냐는 이유에서다. 이것 역시 인도(人道)에 어긋나는 것으로 간주했다.

그러자 백이는 “네가 왕위를 잇는 것이 부왕의 뜻이다. 내가 이어받을 이유가 없다”하고는 궁을 떠나버리니 숙제도 그 뒤를 따랐다. 두 사람은 인도를 지키기 위해 왕위도 초개(草芥)와 같이 버렸던 것이다. 그래서 고죽국의 왕위는 차남에게 돌아가고 말았다.

세상을 떠돌다가 세월이 흘러 늙어버린 그들은 서백창(西伯昌)이 노인을 잘 대접해준다는 말을 듣고 찾아가기로 했다. 그러나 막상 가보니 이미 서백창은 죽었고 뒤를 이은 무왕(武王)이 아버지를 문왕(文王)으로 추존하고는 위패를 수레에 싣고 은나라를 정벌하기 위해 동쪽으로 진군하려던 참이었다. (참고로 이 장면은 본기 기록과 다르다. 다음 연재에 소개하기로 하겠다.)

두 사람은 무왕이 타고 있는 수레로 달려가 말고삐를 붙잡고는 “부왕의 장례도 치르지 않고 전쟁터로 떠나신다니 그것을 어찌 효(孝)라 할 수 있겠습니까? 또한 신하된 몸으로 군주를 죽이려하니 그것도 어찌 인(仁)이라 하겠나이까”고 하면서 천도(天道)를 어기지 말라고 간언했다.

▲ 무왕에게 천도에 어긋나니 출전하지 말라고 간언하는 백이·숙제. [사진=필자 제공]

이 말을 듣고 있던 무왕의 신하들이 두 사람의 목을 치려고하자 무왕 곁에 있던 강태공이 “그들은 의로운 사람(義人)들이니 살려주어라”고 구명해주어 두 사람은 목숨을 부지하고 무사히 그 자리를 떠날 수 있었다.

무왕이 은나라를 멸망시키자 모두가 주 왕실을 종주로 섬겼으나 오직 백이·숙제만은 주 무왕이 천도와 인도를 어겼다는 사실을 용서하지 않았다. “그런 주(周)를 섬긴다는 것은 수치로다. 의(義)로써 주나라 땅에서 나는 곡식을 먹지 않겠노라”면서 수양산(首陽山)에 들어가 고사리로 연명하다가 굶어죽었다.

그 때 두 사람은 아래 시를 지었다고 ‘사기’에 기록돼 있다.

“우리는 서산에 올라 고사리로 연명했노라.(登彼西山兮菜其薇矣)

폭력으로 폭력을 대한 것을 무왕은 모른다.(以暴易暴兮不知其非矣)

신농·순·우·성왕의 길을 잃은 우리는 이제 어디로 갈 것인가!(神農.虞.夏忽焉沒兮我安適歸矣) 아! 우리 목숨은 이제 끝나가노라.(于嗟徂兮命之衰矣)”

‘사기’를 쓴 사마천은 인간의 근본인 인(仁)과 의(義)를 지킨 백이·숙제가 굶어죽은 비극에 대해 “백이·숙제는 선인(善人)인가 아니면 악인(惡人)인가? 그토록 인을 지켰고 행동을 몸소 삼가면서까지 끝내는 굶어죽고 말았다는 사실을 우리는 어찌 이해해야 좋을 것인가?

백이·숙제뿐만 아니라 공자의 70명 제자 중 학문을 숭상하는 선비로서 가장 빼어난 인물은 안회(顔回)였다. 그러나 그는 매우 가난해 쌀겨조차도 흡족하게 먹지 못해 마침내 일찍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하늘은 선인에게 선을 내린다고 하는데 도대체 이것이 어찌된 노릇인가!

반면에 악명 높은 도척은 매일같이 죄 없는 사람을 죽여 간을 회로 먹는 등 포악이 극에 달했고, 수천 명의 부하들을 거느리고 온갖 나쁜 짓을 일삼았는데도 결국 천수(天壽)를 다 누리지 않았던가. 도대체 도척은 이 세상에서 어떤 덕을 쌓았다는 것인가”고 울부짖으며 절규했다.

지금까지 백이·숙제의 고사에 대해 알아본 이유는 이 세상에 천도와 인도가 과연 있는가라는 철학적인 문제를 따지자는 게 아니다. 백이·숙제가 고사리를 캐먹다가 굶어죽은 수양산이 어디인가를 찾으려는 것이다. 중국은 하북성 노룡현에 수양산이 있다고 하지만 미심쩍은 부분이 한 둘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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