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카 이재웅 퇴진 “책임지고 사임…미안하고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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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 금지법’에 좌절한 쏘카…“김현미 장관은 사과하고 대책 마련해야”

강주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0-03-13 13:13:42

▲이재웅 쏘카 대표가 경영일선에서 물러난다. 최근 여객자동차운수법 개정에 다라 이 대표가 추진해온 차량호출 서비스 ‘타다 베이직’이 불법화된 것이 이 대표 퇴진의 계기가 된 것으로 해석된다. 사진은 타다 차량. ⓒ스카이데일리

이재웅 쏘카 대표가 경영일선에서 물러난다. 최근 여객자동차운수법 개정에 따라 이 대표가 추진해온 차량호출 서비스 ‘타다 베이직’이 불법화된 것이 이 대표 퇴진의 계기가 된 것으로 해석된다.

쏘카는 13일 이사회를 열고 박재욱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쏘카는 “박 대표는 VCNC 대표를 겸직하며 이재웅 대표이사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고 설명했다.

이재웅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어찌되었든 저는 졌다. 타다 드라이버의 일자리도 못 지켰고, 투자자들의 믿음도 못 지켰고, 같이 일하는 동료들의 혁신의 꿈도 못 지켰다”며 “책임을 지고 쏘카 대표이사직을 사임한다”고 밝혔다.

이어 “타다에 환호했던 170만 이용자들의 성원도 눈에 밟히고 몇 대 안 되는 타다어시스트에 환호했던 교통약자들의 응원도 눈에 밟힌다”며 “무엇보다도 미래가 눈에 밟힌다”고 말했다.

글을 통해 이 대표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사과도 촉구했다. 그는 “국토부는 제발 이 경제위기는 피해달라고 하는 저희의 목소리도 무시하고 장차관이 총출동해 타다금지법을 통과시켰다”며 “저희는 일자리가 없어지는 수많은 드라이버들에게 사정하고 사과하고 대규모 적자를 무릅쓰고 한 달이라도 더 운행해서 그분들 생계를 도우려 하는 상황인데 정작 그 분들에게 사과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국토부 장관은 말 한마디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십년 동안 국토부의 정책실패로 혁신되지 않던 택시가 타다가 금지된다고 혁신될 것이라고 믿는 것도 말이 안 되지만, 택시 혁신을 위해 타다를 금지하겠다는 정책을 밀어붙인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잘못된 정책으로 일자리를 잃게 된 드라이버들에게는 최소한 사과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제가 사회를 충분히 설득하지 못한 탓이 크다”며 “저를 믿어준 여러 투자자들, 드라이버들, 동료들에게 면목 없고 미안한 마음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 사임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겠지만 반대로 제가 있어서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다는 것을 절감했다”며 “이제는 다음세대에게 문제 해결을 맡겨야할 때다”고 밝혔다.

이어 “앞을 열었어야 하는데 제 역할을 다 못하고 떠나게 돼서 면목없다”며 “하지만 사회는 언제나 혁신해왔고 언젠가는 기득권도 물러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 세대에서는 지속가능한 혁신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믿고 있다”며 “저도 온 힘을 다해 옆에서 돕겠다. 그동안 미안하고 고마웠다”고 밝혔다.

이 대표의 퇴진과 함께 쏘카는 다음달로 예정됐던 타다의 기업분할 계획을 철회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 2월 19일 서울중앙지법의 타다 서비스 합법 판결에도 불구하고 타다금지법(여객자동차운수법 개정안)이 6일 국회를 통과하면서 타다의 사업확대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타다 베이직 서비스는 다음달 11일부터 잠정 중단된다.

다만 프리미엄, 에어, 프리이빗 등의 서비스는 지속 운영된다.

박재욱 신임 쏘카 대표는 “쏘카는 과도한 차량 소유로 인한 사회, 경제, 환경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카셰어링을 비롯한 다양한 모빌리티 혁신을 선도해 나갈 것이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쏘카에서 손을 떼지만 벤처투자자로서의 활동은 계속할 것으로 알려졌다.

쏘카 관계자는 이재웅 대표의 퇴진에 대해 “다음 창업 후 오랫동안 투자자로 활동해왔고 다시 투자자로 돌아가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재욱 대표도 2년간 쏘카에서 COO로 일해왔으니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로 봐달라”고 밝혔다.

쏘카의 최대주주였던 이재웅 대표는 2018년 4월 대표이사로 취임하며 11년만에 벤처 경영인으로 복귀했다.

그는 취임 후 쏘카를 기술·데이터 기반 종합 모빌리티 기업으로 진화시키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타다’의 모태가 된 메신저앱 VCNC를 인수하는 등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타다’는 차량공유·호출 사업을 금지하고 있던 법 제도 안에서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 관광활성화를 위한 법 예외조항을 활용, 면허 없이 11인승 렌터카를 이용한 차량호출 사업을 해왔고,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하지만 택시업계 등이 타다의 사업이 불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정부와 정치권도 타다 영업이 편법이라고 판단했다. 이재웅 대표는 타다에서 얻는 이익을 모두 사회에 환원하겠다며 법 개정을 저지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국회는 지난 6일 본회의에서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인 승합자동차를 임차할 때 관광목적으로 대여시간이 6시간 이상이거나 대여 또는 반납장소가 공항 또는 항만인 경우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여객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타다의 현행 서비스는 1년 6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타다는 다음달 11일부터 ‘타다 베이직’서비스를 중단할 방침이다.

[강주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강주현 기자 jhk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