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보건당국 수장의 무책임 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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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현 기자페이지 + 입력 2020-03-16 00:02:06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의 발언이 의료계뿐 아니라 국민들 사이에서 큰 공분을 일으켰다. 문제의 발언은 지난 1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우한코로나) 확산에 따른 의료진의 마스크 부족 상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박 장관은 일선에서 마스크가 부족해 애를 태우는 의료진을 두고 “본인들이 재고를 쌓아두고 싶어서 그런다”는 식의 망언을 했다. 우한코로나 사태를 하루 빨리 종식시키기 위해 최일선 의료현장에서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들에게 하는 말인지 귀를 의심케하는 대목이다. 박 장관의 어처구니 없는 발언으로 의료계가 즉각 반발하고 나서 추후 후폭풍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의료계와 정치권 일각에선 ‘마스크 망언’이라 질타하며 박 장관의 경질을 요구하고 있다. 13일 전국의사총연합회는 성명서를 내고 “박 장관의 후안무치한 태도에 경악하며, 무능한 거짓말쟁이 장관의 즉각적인 파면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대한개원의협의회도 마찬가지로 13일 성명을 통해 “마스크 부족으로 인한 의료기관의 어려움으로 의사들은 진료용 마스크 보급을 계속 요구했으나 계속 무시돼 왔다”며 “겨우 수일 전인 지난 9일에 와서야 최초로 공적마스크를 지역의사회를 통해 구입을 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실제로 의료계는 마스크 부족 현상뿐 아니라 방호복 등 보호구 부족에 허덕이고 있는 현실이다. 심지어 마스크 지급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 병원도 존재한다. 서울 내 대학병원 A 전공의는 “덴탈 마스크도 부족해 전공의든 간호사든 밖에서 사와야 한다”며 “특히 전공의는 병동을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환자들과 가장 많이 접촉하는데, 가장 기본적인 덴탈 마스크조차 공급이 불안정하니 참담하다”고 한탄했다.

보건당국 수장이 이런 열악한 의료현장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않고 있다는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코로나 현장도 그렇지만 일반 병원 의료진 역시 심각한 상황이다. 감염 차단이 안 되는 일반 마스크로 의심 환자를 맞는 경우가 적지 않다. 우한코로나 전담병원에서 하루 사용하는 마스크 양이 5600장인데, 전담병원에 공급되는 마스크의 양은 고작 3000장에 불과하다.

의료진이 감염되면 병원 내 확산이라는 최악의 사태와 동시에 사실상 국가적 의료마비까지 우려된다. 박 장관은 이에 대해 대책을 내놓기는커녕 의료 현장 목소리를 전하는 국회의원에게 “내가 의원님보다 현장을 더 많이 다녔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진) 본인들이 더 많이 (마스크를) 갖고 싶어 하는 건 충분히 이해하지만, 전체 방역체계의 방호복이 부족한 것처럼 말씀하시면 현장에서 뛰는 사람들은 너무 섭섭하다”고 말했다.

비단 박 장관의 망언은 처음이 아니다. 박 장관은 지난달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우한코로나 사태와 관련해 “(코로나의) 가장 큰 원인은 중국에서 들어온 한국인이었다. 애초부터 중국에서 들어온 우리 한국인이라는 뜻이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감염병 책임을 아무 잘못 없는 국민에게 전가시켰다. 여기에 더해 “감염학회는 중국 입국 차단을 추천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아닌 발언을 이어갔다. 거짓말이 아니라 착각이었다면 국민의 보건을 책임지는 장관으로서 전문가의 판단을 무시한 무능과 무책임을 드러낸 일이다.

우리나라의 의료 수준과 시스템은 자타공인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15일 0시 기준으로 국내 우한코로나 확진자는 8162명이지만 사망자는 75명이고 치명률은 0.9%에 불과하다. 유럽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 이탈리아는 우한코로나 첫 확진자가 발생한지 20일 만에 사망자가 1000명을 돌파했다. 15일 오전 9시 기준으로 현재 확진자 수만 2만1157명이고 사망자 수는 1441명이다. 치명률은 무려 6.8%에 달하며 세계평균 3.7%의 약 2배에 달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의료진을 향한 박 장관의 망언은 의료계뿐 아니라 국민을 모독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금 이 시간에도 의료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악조건 속에서도 고군분투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박 장관은 국민과 의료진들에게 즉각 사과하고 의료진 마스크 공급에 신경을 써야 한다. 통계가 아무리 넉넉하다고 해도 현장에서 여전히 부족함을 느끼고 있다면 그 간극을 메워 안심하고 치료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게 보건당국 수장의 역할이다.

[이창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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