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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데일리 기자수첩

‘조국 수호’ 기반만 깔아준 선거법거래

거래 참여했던 군소정당들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이하은기자(helee@skyedaily.com)

기사입력 2020-03-25 00: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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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하은 기자 (정치사회부)
 
비례정당을 둘러싼 각 당의 모습들이 가관이다. 미래통합당의 비례정당 미래한국당은 통합당에서 비례대표로 세우려 영입해 보낸 인사들을 무시하고 독자적으로 후보를 선정했다가 파열음을 냈다. 당선권 대다수의 후보 인사가 교체됐고, 그 과정에서 두 당의 대표들은 거친 말을 주고받았다. 결국 미래한국당의 공천관리위원과 대표가 모두 물러나며 사과하는 것으로 ‘파동’은 마무리됐다.
 
 
더불어민주당의 모습은 더하다. 처음부터 선거법에 반대하며 강행 시 비례정당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던 미래통합당이 실제로 비례정당을 만들자 맹비난을 퍼붓더니, 선거철이 되자 슬슬 태도를 바꿨다.
 
처음엔 절대 그럴 일 없다고 공언하다가, 당내 비례정당 주장에 ‘다양한 목소리가 있다’며 여운을 남기더니, ‘의병’, ‘외부에서의 움직임’ 등 운운하며 참여의 길을 열어놓았다. 자신들이 직접 만들지는 않되 자신들의 지지세력이 ‘자발적’으로 만드는 것에 기대보겠다는 꼼수로, 그야말로 ‘눈 가리고 아웅’ 전략이었다.
 
결국 ‘비례연합정당’ 형태를 내세워 참여 여부를 전 당원 투표로 부치며 책임을 분산시키더니, 참여 찬성 결과가 나오자 아예 노골적으로 비례정당에 뛰어들었다. 급기야는 자신들의 말바꾸기로 ‘배신’을 당한 군소정당을 향해 비례연합정당 참여를 압박하는 목소리를 냈다. 일종의 ‘공범 만들기’ 전략이었을까.
 
이후로도 잡음은 끊이지 않고 있다. 처음에 ‘정치개혁연합’과 함께하려던 민주당은 여기에 통합진보당 출신이 주축이 된 ‘민중당’이 참여한다고 하자 정치개혁연합을 버리고 ‘친(親)조국 인사’를 주축으로 하는 ‘시민을 위하여’라는 당으로 이동해 ‘더불어시민당’을 만들어놓았다. 이는 일방적인 방식으로 정치개혁연합과 이에 참여하던 녹색당의 반발을 샀다.
 
당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고 후보가 되지 못한 정봉주 전 의원은 ‘열린민주당’을 창당해 민주당 출신 무소속 손혜원 의원과 또 다른 ‘부적격’ 판정자인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을 끌어들였다. 조국 전 장관의 아들에게 인턴증명서를 허위로 발급해 준 혐의를 받는 최강욱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도 후보에 올랐다.
 
손학규 계 바른미래당, 대안신당, 민주평화당이 합당해 만든 민생당은 비례연합정당 참여를 두고 노골적으로 서로를 비난하는 말을 쏟아낼 만큼 내홍을 보이더니, ‘더불어시민당’의 꼴을 보고는 결국 자체적으로 비례대표 후보를 내는 것으로 방침을 정했다.
 
‘조국 사태’ 당시 그의 비리를 외면해 거센 비판에 직면하면서까지 선거법을 위해 민주당을 붙잡았다가 이번에 가장 크게 ‘배신’을 당한 정의당은 처음부터 민주당의 비례연합정당 참여에 선을 그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2년만에 최저치의 지지율을 보였다.
 
그래서 무엇을 위한 선거법 개정이었던가. 그토록 무리수를 둬 가며 만든 이 법은 결국 무슨 의미가 있었나. 정당들의 행태는 의문을 가중시킨다. 선거법에 반대하던 미래통합당은 진작부터 비례정당 창당을 예고했고, 민주당이 비례정당을 만들 경우 막을 방법은 애초부터 없었다. 그런데도 이 선거법 논의에 참여했던 군소정당들은 정말 일이 이리 될 줄 몰랐던 것인가. 당시 캡 씌우기니, 석패율이니 하며 민주당의 엄포에 눌리고 그들의 요구에 질질 끌려 후퇴한 안을 ‘울며 겨자먹기’로 받아들이면서도, 민주당이 또다시 말을 바꿀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는 말인가.
 
개정된 선거법을 통과시키며 민주당과 군소정당들은 소수정당의 비례성을 강화시켜 거대양당 구도 대신 다당제 정치구도를 펴는 것이 그 취지라고 주장했었다. 선거법과 공수처법을 통과시킨 4+1이라는 협의체가 결국 두 법을 거래했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어떻게 됐는가. 그들이 주장했던 취지대로 과연 소수정당의 비례성이 강화됐는가. 양당제 대신 다당제가 실현될 것 같은가. 민주당이 내세운 ‘비례연합정당’에서는 원외정당 출신 후보가 둘뿐인데, 이것이 어떻게 보이는가.
 
결국 선거법 거래는 민주당의 공수처법을 위한 함정일 뿐이었다. 실질적으로 효력이 생긴 건 공수처법 뿐이다. 의석을 위해, 혹은 그들의 주장대로 다당제를 위해, 군소정당들이 공수처법을 통과시키면서, 국민들은 헌법에도 없으면서, 검찰에 보고를 받고, 견제장치도 없는 공수처라는 수사기관이 과연 어떤 모습으로 탄생할 지 우려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비리투성이인 위선자의 지지세력으로 수사기관의 범죄혐의 수사마저 방해하려 드는, 어느 정당에서도 내세우기 민망한 수준의 이들이 주요 세력으로 자리한 정당이, 집권 여당의 위성정당이 되어 지금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모든 일들을 대체 어떻게 책임지고 수습하려고, 군소정당들은 이런 거래를 벌였던가.
 
정권의 핵심 인물이었던 조국 전 장관이 수사를 받자 다급하게 기능이 강화되고 설치가 앞당겨진, 기존 수사기관의 사건을 보고받고 이첩 받을 수 있는 새로운 수사기관과 공수처법. 그리고 선거법으로 집권당의 위성정당이 되며 목소리를 키우는 그의 지지세력들. 결국 이 모든 것이, ‘조국’을 위한 것이 되어 버린 게 아닌가.
 
자신들의 희망사항인 선거법을 위해 공수처법을 거래한 군소정당들은 이제 책임을 보여야 한다. ‘배신’을 당한 자신들의 입장과 감정만을 생각하고 거기에 머물 것이 아니라, 이제라도 자신들이 벌여놓은 일과 그 책임을 외면하지 말고, 최대한 그것을 수습하고 해결하기 위해 나서야 할 차례다. 그것이 유권자의 선택을 받는 정당으로서, 의회에서 법을 만드는 직무를 이행하는 제도권 정당으로서, 최소한의 책임을 지어 보일 수 있는 길일 것이다.
 
[ 이하은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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