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 리스크’ 침묵은 김성주의 직무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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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 기자페이지 + 입력 2020-03-30 00:02:52

올해도 어김없이 국내 주요기업들의 주총시즌이 찾아왔다. 우한코로나 사태 등으로 예년에 비해 화제성이 덜하긴 하지만 해당 기업이나 관련 인물들, 주요 투자자들의 관심만큼은 오히려 더욱 뜨겁다. 글로벌 경기침체, 내수경기 악화 등 대대외적인 악재가 산적한 탓이다. 기업의 성패에 직·간접적으로 관련 있는 주체들은 기업의 이익 도모에 힘을 보태겠다는 취지로 활발히 주총에 참여하고 있다. 주총의 긍정적인 측면이 잘 반영된 현상으로 평가된다.

물론 그렇지 못한 사례도 있다. 국민들의 노후자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공단(국민연금)의 행보가 그것이다. 세계 3위 규모의 막대한 기금을 통해 국내 주요 기업의 주식을 다량 보유한 ‘큰 손’ 국민연금은 투자의 본래 목적과는 거리가 먼 행보로 물의를 빚고 있다. 국민연금은 시장경제 훼손을 부추기는 과도한 경영권 간섭 행위로 오히려 기업의 정상적인 활동을 방해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경영권 간섭은 투자자가 추구하는 기업의 이윤 극대화를 통한 투자수익 확보와는 별개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사상 최대 이익을 일군 전문경영인의 대표이사 연임을 반대하거나 미래먹거리 확보를 위한 신사업 발굴 노력이 한창인 오너의 사내이사 선임에 반대표를 던졌다. 제 돈으로 투자한 정상적인 투자자라면 상상조차 하기 힘든 결정을 서슴없이 내리고 있다.

국민연금의 경영권 간섭이 제대로 된 기준조차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국민연금은 KT 새로운 수장으로 낙점된 구현모 사장의 대표이사 선임에 대해서는 일찌감치 찬성입장을 표명했다. 과거 공기업이었던 KT는 민영화 이후에도 국민연금이 최대주주에 올라 있어 줄곧 국민기업으로 불려 온 기업이다.

공교롭게도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진 구 사장은 최악의 상황엔 경영공백 사태를 불러올 여지가 있는 인물이다. 구 사장은 불법 정치자금 사건으로 경찰 수사를 받은 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상태다. 검찰의 수사 결과에 따라 범죄혐의가 입증될 경우 옥살이 신세를 면치 못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옥살이를 면한다 하더라도 구 사장 스스로 범죄 사실이 입증될 경우 사퇴한다는 조건을 내걸었기 때문에 KT는 경영공백을 피하기 어렵게 된다.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진 인물들과 KT 구 사장, 과연 어떤 인물이 해당 기업과 투자자인 국민연금, 그리고 국민연금 운용기금의 주인인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는지 묻고 싶다. 국민연금의 경영권 간섭과 인물 선택 기준에도 의구심이 생긴다. 도무지 일반 상식과는 거리가 먼 결정을 한 인물이 누구이고 또 도대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묻고 또 묻고 싶다.

한 가지 명확한 사실은 국민연금의 경영권 간섭은 기업경영 자체가 아닌 인물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누군 좋고 누군 싫다’ 식이다. 청와대·여당이 일방적으로 내리꽂는 정부기관 혹은 공기업 수장 선임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단순 투자자인 국민연금이 일반 기업들을 상대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는 배경이다. 국민들의 노후자금을 앞세운 막강한 권력의 정점에 누가 있는 지 참으로 궁금하다.

국민연금 조직체계의 정점엔 김성주 이사장이 자리하고 있다. 국민연금 이사장은 보건복지부 장관의 제청을 거쳐 대통령의 임명해 김 이사장이 정부 입김에서 자유로울 것이라고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나 설령 국민연금 결정이 김 이사장의 의지가 아니라도 해도 책임을 피할 순 없다. 오히려 모든 책임은 온전히 김 이사장의 몫이다.

국민연금 KT그룹의 잠재적 위협요소인 ‘구현모 리스크’의 책임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서 국민연금의 ‘구현모 리스크’ 침묵은 김 이사장의 직무유기가 된다. 지금이라도 김 이사장이 태도를 바꿔야 하는 이유다. 스스로 결정을 내리고 판단하지 않는다면 엄중한 국민심판의 책임을 온전히 떠안아야 한다는 사실을 김 이사장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국민연금 수장, 그 왕관의 주인은 김 이사장이다.

김신 s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