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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호의 '맛있는 동네 산책'

그림의 액자처럼 음식도 ‘기물(器物)이 반’

미래유산 아카이빙 관련 사장탐방 방송 잇달아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0-04-05 15:20:14

▲ 유성호 맛 칼럼리스트
2016년에 서울시‧서울신문과 공동으로 ‘서울미래유산 역사탐방’을 시작으로 지난해에는 서울시와 미래유산 시장 아카이빙 작업을 했다. 중부시장, 구로시장, 서울풍물시장 등 세 곳에 대해 동영상과 텍스트 아카이빙 작업을 했는데, 방송사에서 아카이빙 자료를 보고 방송 소재로 삼겠다는 연락이 왔다. 구로시장의 경우 KBS TV ‘다큐3일’에서 촬영을 준비 중에 있다가 코로나 사태로 인해 연기됐고, 중부시장은 3월 28일 방영된 KBS TV ‘김영철의 동네한바퀴’에 소개됐다.
 
이 프로그램에서 중부시장 명물이자 붓글씨 할아버지로 통하는 정문교 서울상회 대표가 소개됐다. 정 대표는 방송에서 “(붓글씨로 쓰는) 사자성어가 뜻이 좋다”며 “그 뜻을 가지고 장사를 하면 마음이 편해진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2016년 미래유산 답사 때 발굴한 시장 명물상인이다.
  
▲지난해 필자가 대표로 있는 문화지평에서 서울시와 함께 서울미래유산 시장 아카이빙 사업을 실시한 결과를 보고 방송 프로그램 제작이 잇달았다. 시장은 그만큼 풍성한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에 방송 소재로는 최고다. 사진은 중부시장을 비롯해 을지로 일대를 소개한 KBS TV ‘김영철의 동네한바퀴’ 한 장면. [사진=필자제공]
  
외국인을 대상으로 쿠킹클래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김민선 셰프 역시 출연해 클래스 진행 모습을 보여줬다. 외국인에게 한국말을 가르쳐 주고 시장을 함께 본 후 요리를 해서 함께 나눠먹는 모습을 담은 프로그램이다. 체코 유학생인 애니 그루소바는 “체코에는 바다가 없어서 이렇게 큰 수산시장도 없다”며 “정말 새로운 경험이고 멸치 맛도 좋다”고 만족해했다.
 
을지로 명물 ‘우일집’ 한우사골칼국수
  
▲ 을지로 명물 ‘우일집’ 한우사골칼국수. 사골육수라서 속이 든든하다. [사진=필자제공]
 
이날 방송에는 모녀가 2대 때 50년 넘게 운영 중인 ‘우일집’의 한우사골칼국수가 소개됐다. 소 사골을 하루 정도 고와 낸 육수에 칼국수를 말아서 호박과 김 가루를 고명으로 얹어 먹는다. 육수를 사용하는 안동칼국시 방식인데, 을지로 골목에서 만날 수 있는 기쁨이 있다. 김영철 씨는 “사골육수라 그런지 구수하면서 뒷맛이 구수하다”고 평했다.
 
멸치나 바지락, 홍합 등 해물 육수 베이스보다 묵직하게 속을 채워주는 사골육수 칼국수 집은 서울에서 혜화동, 명륜동 등 성북지역에 제법 많이 분포해 있다. 이유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는 없지만 필자는 과거 조선시대 반촌(泮村)의 현방(푸줏간)에서 기원이 있지 않나 조심스레 주장한다. 주로 경상도 지역에서 많이 올라 온 유생들이 외식거리로 사골 칼국수를 찾으면서 사골 유통이 비교적 자유로웠던 반인(반촌에 살던 노비)들이 만들어낸 것으로 추정된다.
 
오징어불갈비찜 전문 ‘을지로전주옥’
 
▲ 을지로전주옥 노진상 사장은 홀에서 재워놨던 고기를 손질하는 모습으로 일종의 쇼잉 효과를 겸하면서 맛을 끌어올린다. [사진=필자제공]
 
 
이날 김영철 씨는 오징어불갈비찜(오불찜) 전문인 ‘을지로전주옥’에도 들렀다. 방송이 나간 후 필자도 때 마침 점심 약속이 있어서 맛을 볼 기회가 있었다. 흥건한 육수에 돼지갈비와 당면, 떡볶이 떡을 넣고 끓이다가 적당히 당면 순이 죽으면 통오징어를 잘라준다. 강원도 평창 근동에서 유명한 오삼불고기의 간장 소스 버전쯤으로 해석된다.
 
이날은 오징어 한 마리를 더 줬는데, 이유가 재미나다. 동행한 지인이 일전에 식사를 하는 중 사업자등록증 액자가 머리로 떨어졌다. 그때 일이 미안해서 노진상 사장이 한 마리를 서비스로 내준 것이다.
 
손님이 조금 한산해지자 노 사장이 점포 입구에서 양념에 갈비 재운 것을 옮겨 담고 있다. 주방에서 충분히 할 수 있지만 밖에서 하는 것은 일종의 쇼잉(showing)이다. 손님들은 넉넉한 갈비 모습을 통해 풍미와 포만감을 동시에 자극받는다. 오불찜의 맛은 예상한 대로다.
 
자작자작하게 끓기 시작하면 오징어가 질겨지기 전에 먼저 골라 먹고 당면과 돼지갈비를 차례로 공략하면 된다. 다행히 조미료 맛이 덜했던 기억이다. 인근에 석갈비와 옛날불고기를 전문하는 ‘전주옥’이란 상호를 가진 곳이 또 있어서 헷갈릴 우려가 있으니 잘 찾아가야 한다. 필자도 잘못 찾아갔다가 나오기도 했는데, 다음번엔 이 집을 가봐야겠다.
 
옛 혜민서 근처 골목 안 ‘커피한약방’
 
▲ 충만한 레트로 감성을 느끼면서 진한 커피 한잔 마실 수 있는 ‘커피한약방’. [사진=필자제공]
 
전주옥에서 배를 잔뜩 불린 다음 김영철 씨의 길을 밟아 커피전문점 ‘커피한약방’을 찾았다. 좁다란 을지로 뒷골목을 잘 보여주는 곳에 자리한 커피한약방과 손에 닿는 앞집 베이커리카페 혜민당은 같은 주인이 운영하는 곳이다. 자개가구를 활용한 인테리어가 멋스럽다,
 
가파른 계단에 붙어 있는 ‘階段操心(계단조심)’이란 글은 낙관까지 갖춰진 작품 아닌 작품이다. 글에 몰두하다 외려 계단에서 발을 헛디딜 우려가 있을 것 같다는 의견이 많은 논란(?)의 작품이다. 커피한약방 골목을 들어가기 전에는 설렁탕과 수육으로 유명한 ‘이남장’ 을지로본점이 있다. 식객들이 그냥 지나치기 힘든 곳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고 다양한 이야기를 품은 을지로 골목, 힙지로는 그런 곳이다.
 
서울미래유산 이야기로 돌아온다. 지난해 말 서울미래유산에 화랑이 집중적으로 발굴돼 선정됐다. 미래유산으로 선정된 화랑으로는 샘터화랑, 예화랑, 조선화랑, 통인화랑 등 4곳이다. 미래유산 발굴을 위한 소위원회에서 ‘화랑’을 특정해서 나온 결과다.
 
서초구에 있는 샘터화랑은 1978년 개관, 80년대 민중미술 관련 많은 작가와 작품을 발굴하는 등 민중미술이 명맥을 이어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예화랑은 1978년 인사동에서 개관했다가 82년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건너편으로 이전했다. 백남준 관련 많은 작품전을 기획했고 신사미술제를 개최하는 등 강남지역 미술문화를 선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1971년 개관한 조선화랑은 강남구 테헤란로에 위치하면서 국제기획전, 해외아트페어에 참가해 한국작가들의 국제시장 진출 길을 여는데 큰 기여를 했다. 1975년 개관한 통인화랑은 종로구 인사동에 위치해 있다. 박서보, 윤광조, 허건 등 유명미술 작가를 발굴하고 고미술품 운송을 최초로 시작하는 등 나름의 역사 있는 곳이다.
 
필자는 많은 화랑에서 전시회 초청을 받는다. 모두 가볼 순 없지만 마음이 당기는 작품이 있으면 발길이 저절로 닿는다. 가보면 이따금 아쉬운 게 작품을 담고 있는 액자다. 약 30여 년간 액자 장인으로 활동한 W. H. 베일리가 그의 저서 ‘그림보다 액자가 좋다(원제 : Defining Edges : A New Look at Picture Frames)’에서 강조한 메시지에 대해 우리 화단도 한번쯤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음식도 ‘기물(器物)이 반’이란 말이 있다. 미술 작품이건 음식이건 어디에 어떻게 담아내느냐에 따라 내용물의 생사가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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