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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가 격랑의 소용돌이 속으로 급격히 빨려 들어가고 있다. 마치 칠흑같이 어두운 바다에서 강력한 태풍을 만나 마(魔)의 삼각파도를 마주한 오싹한 느낌이다. 하지만 그 위험한 항해를 느끼는 국민이 많지 않아 선장은 방향을 틀지 않을 기세다. 오히려 절대 멈추지 않을 비장한 각오가 보인다.
‘개헌-친북’ 마(魔)의 삼각파도 일으킬 단초···국가개조식 개헌론에 사회주의 이상 랑데부 우려
4·15 총선은 대한민국 호(號)를 이끄는 여권에 큰 힘을 실어 주었다. 안타깝게도 그 힘은 위기를 자처하고 있는 실상을 애써 간과하거나 아예 보지 않는 배경을 제공했다. 이 정도 운전이면 승리에 취해 신기루를 보는 환상에 빠져 있거나 위험한 줄 알면서도 질주하는 자살행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제발 신중모드를 강하게 주문하고자 한다.
위기의 삼각파도를 만드는 두 개의 거친 파도는 개헌론과 북한변수다. 개헌론은 이미 범 여권에서 분수처럼 솟구치고 있는 중이다. 거대한 두 파도가 만나면 어떤 불확실성이 닥칠지 누구도 예단하기 어렵다. 기지(旣知)의 정황들이 아무리 많아도 미지(未知)의 변수들이 매우 많고 너무 커 사전에 알고도 부실한 개헌설계와 북한대처 방식이 두렵다.
우선 개헌론만 해도 총선은 무대포식 설계에 강한 기폭제가 됐다. 개헌 풀무질이 불도저식 국가 개조론과 입맞춤을 할 전조가 보인다. 여권이나 청와대는 개헌 함구령을 내리면서 공식적으로 선을 긋고 있지만 왠지 자연스럽지 못하다. 마지못해 제지하는 제스처로 비춰지고 있음을 누구나 느낀다.
실제로 이전과는 다른 강력한 의사봉을 쥔 문희상 국회의장이 주목되는 첫 행보를 했다. 총선 전 무려 148명이 마치 도둑 발의한 국민발안제도 원포인트 개헌안 수순을 밟기 위해 문 의장이 법적 절차를 만지작거리고 나섰다. 야당에 날짜를 못 박아 본회의를 열자고 제안하고 나선 것 자체가 개헌론의 첫 단추라는 무게감을 갖는다.
국민발안제가 통과되면 개헌발의는 대통령과 국회 재적 과반수뿐만 아니라 국민 100만명 이상의 동의만 받으면 언제든 가능해진다. 이상국가를 향한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고 그것을 존중하는 과반이 넘는 슈퍼여당 외에 이상적 복지사회를 희망하는 일반 국민까지 가세하면 개헌물결이 넘실댈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본회의 통과는 이 같은 흐름 속에 통과의례가 될 게 뻔하다.
이상국가 개헌발의 봇물 닻 오른 국민발안제···인위적인 부의 평등 노골적 토지공개념 부상
이에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위험한 설계들이 벌써부터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슈퍼여권이 그리는 대한민국은 사회주의 이상이 그리는 목표와 많이 닮았다. 그동안 잠재됐던 이상국가를 실현하기 위한 자신감이 넘친다. 범 여권 190석이 지피고 있는 그 불씨가 활활 타오를 분위기다.
정의당 6석을 비롯한 열린민주당 3석과 친여 무소속 1석 등은 개헌을 위한 의석으로 이미 자동 계산되고 있다. 정의당의 당색과 친문정당을 표방해 온 열린민주당의 노선을 보면 슈퍼여권의 화학적 결합이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할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범 여권에서 제기되고 있는 개헌 방향 중 토지공개념은 단연 관심사다. 문재인 정부 대통령 비서실에서 시민사회수석을 지낸 이용선 국회의원 당선자가 작정하고 토해낸 일성을 보면 놀랍다. 그는 부동산 등의 자산격차를 인위적으로 해소해야만 빈부격차를 줄일 수 있다는 전형적인 사회주의 해법을 강한 톤으로 제시했다.
평생을 시민·노동·통일운동에 매진해 온 그의 전직 몇 개만 보면 그의 이상주의가 바로 읽힌다. 이 당선인은 내가 꿈꾸는 나라, 우리민족 서로돕기운동, 겨레의 숲, 여성이 만드는 일과 미래 등에서 대표나 이사 등 책임자로 활동했다. 국민 누구나 평등하고 행복한 그림이 나올 법 하지만 우리 스스로 빈곤의 올무를 찰 각오를 해야 한다.
이해식 당선인의 자치분권론 개헌도 관심사다. 그는 국회 행안위에 들어가 자치분권 개헌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자치단체 구력이 내공으로 쌓인 그의 전직 중 마을만들기 지방정부협의회, 목민관클럽 등은 분권에 강한 애착을 보이는 속내가 보인다. 자치단체를 정부수준으로 독립화 시키는 아름다운 꿈 역시 분열된 국론을 더 극단적으로 세포분열시킬 이상적인 옷이다.
개헌론은 이밖에도 정세균 총리의 ‘1년 골든 타임론’, 송영길 의원의 ‘대통령 중임제’ 등이 있다. 이들의 주장에도 위험한 뇌관들이 있다. 33년째 유지중인 이른바 ‘1987 헌법’은 개헌의 당위성이란 큰 그림을 그리다보면 굵직굵직한 기둥들을 손대야 한다. 그 과정에서 이미 의도를 드러냈던 것처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양대 축을 크게 흔들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사람 중심의 국가, 친노동 중심의 경제를 억척스럽게 유지해 온 의지가 대단한 정부다. 그런데 언뜻 보기에 좋을 듯 보였지만 반대의 결과를 쏟아내고 있다. 사람이 속박되는 반노동적인 사태를 맞고 있다. 빚에 짓눌리고 일자리가 줄어 사람이 속박되고 소외되고 있다. 그럼에도 환호성을 쏟아내는 개헌의 신기루가 살아 있는 것은 자청해서 부르는 위기의 파도라고 충고하지 않을 수 없다.
무력·독재 연명 시한부 정권에 국민재산 담보···불가능한 평화체제 징검다리 사업 과속설계
또 하나의 큰 불확실성 파도인 북한 변수 역시 개헌파고 못지않게 멋모르는 춤을 춰야할 사안이다. 북한 3대세습 정권은 가장 이상적인 국가를 꿈꾸고 자랑해 왔다. 하지만 북한 정권은 1990년대 말 수백만명의 아사자가 생기면서 사실상 망했다. 이후 후견국 중국과 한국정부가 직간접 도움을 주어 근근이 명맥을 유지해 오면서 위험한 핵거래로 미국과 돌파구를 마련해 보고자 했다.
문제의 핵심은 김정은 정권의 존립이 한계에 왔다는데 있다. 김정은 정권은 국제사회에서 그 어떤 명분으로도 용서받지 못한다. 김정은의 생사는 중요하지 않다. 북한 체제를 우리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고 수용한다고 해도 얼마가지 못한다. 김정은 정권과는 절대 가능하지 않은 평화체제를 꿈꾸거나 친북외교를 하다보면 그 사이 상상을 초월한 천문학적 혈세만 날릴 뿐이다.
원론적으로 봐도 사람 중심의 나라(인민)이자 완전한 독립의 나라(주체)로 덧씌우고 있는 것을 누가 믿는가. 무력(선군)의 무자비한 폭력 아래 상상하기조차 끔찍한 인권 말살과 살육이 난무하는 철권독재를 인민의 이상적인 주체나라라고 선전하는 코미디 같은 리얼리티 쇼를 이젠 삼척동자도 안다.
폭력만이 유일한 생존의 길인 대상과 벌인 막후 친교 속에서 국제사회의 우려와 긴장이 고조된 것을 외면한다면 대한민국도 고립무원의 처지로 변한다. 우리는 이번에 김정은 철권통치가 사라지기를 바라는 국제여론 속에서 혈세 3조원에 달하는 동해북부선 철도연결 신호탄을 쏘았다. 착공식도 아니고 추진 기념식을 굳이 열었다. 한반도 뉴딜사업이라고 대대적인 홍보까지 겸했으니 이해할 수 없다.
김정은 신병과 관련한 추측이 난무한 가운데 누구보다 확신에 찬 발언을 이어 온 ‘친 김정은 라인’을 타는 입장이 확인된 것은 위험이다. 김정은 변수가 준공식 깜짝팩트로 끝나지 않는다. 김정은 건강의 진짜 팩트가 몰고 올 파장이 곧 닥칠 위험임을 직시해야 한다.
과도한 개헌론과 일방적 친북외교는 보수진영의 붕괴에 가까운 혼돈이 오버랩 되면서 외견상 희망적으로 보인다. 국민의 표심은 덜 못하는 쪽을 봤음을 새김질해야 한다. 슈퍼의석의 착시효과를 진짜로 보면 안 된다. 이상주의 국가론에 국민의 인식을 가두려 하면 마의 삼각파도는 반드시 온다. 그 행보를 멈추는 것이 파국을 막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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