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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위즈데이타
비 개인 날 오후
종묘공원에
노인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아주아주 오랫적 친구처럼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눈다.
백발에
검은 반점이
인생을 증명하듯
연민의 정을 느끼게 한다.
나를 닮은 내 아버지가
그 속에서
장마 빗 소리 같은 파전을 부치며
세월의 잔을 높이 든다.
<深頌(심송) 안호원>
☞ 종묘공원
노인은 누군가의 아버지이고 그는 그 가족들을 위해 평생을 든든한 울타리로 살아 왔을 위대한 울타리임에도 정작 할아버지라는 호칭으로 바뀌면 외로움과 삶의 임계점에 다다른 안타까운 상징으로 회자된다. 종묘공원과 파고다공원은 모두의 아버지들이자 가족을 평생 지켜준 역전의 용사들이 외로움과 허전함을 달래느라 모여드는 만남의 장소다. 옹기종기 모이면 누구나 금방 친구가 되고 이내 동심의 어린아이가 되어 마구 웃고 떠들고 때로는 싸우기도 한다.
▲ 시와 시평 ⓒ스카이데일리
파전 붙이는 소리가 장마 빗 소리 같아 막걸리에 파전 먹을 생각으로 진작에 군침이 돌았다. 하지만 “세월의 잔을 높이 들” 때 뒤돌아 딸과 아내를 보면 이내 어깨가 무겁다. 하늘을 보며 웃고 계신 아버지를 보고 고개를 내려 저 수평선 끝을 마음껏 바라보고 싶은 시인의 가슴에 무게감 그리고 혼돈과 자괴감이 보인다.
<스카이데일리 문화팀=안호원 시와 시평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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