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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국민의 삶 규정할 권리는 없다

스카이데일리 기자수첩

엄도현기자(dhum@skyedaily.com)

기사입력 2020-05-29 00: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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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도현 기자 (건설/부동산부)
평생을 숭의동에서 부동산을 운영했다는 노인이 말했다. “내가 정부에서 여기를 뉴타운인지 뭔지 지정한다고 했을 때에도 반대하고 나섰던 사람이야. 그런데 이제 와서는 이 동네 거주 여건이 어떻고 치안이 어떻고 하면서 도시재생을 한답시고 세금을 붓고 있다는 말이지. 이 동네 사람들, 바라는거 많지 않아. 갈아엎건 고쳐쓰건 주민들이 알아서 하게 둘 것이지 왜 나라에서 이래라 저래라 헛다리를 짚느냐 이 말이야.”
 
정부는 2014년 창신·숭인동을 시작으로 △해방촌 △가리봉 △성수 △신촌 △장위 △암사 △상도 등 8곳에서 도시재생사업을 진행했다. 그리고 그 중 대부분의 사업이 마무리됐으며, 이로써 대표 낙후지역의 주민들의 주거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정작 도시재생의 효과를 직접적으로 느껴야 할 주민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본 기자가 만난 한 어르신은 가로등이 많이 늘어나서 좋다고 했다. 길가에서 담배를 피우던 청년은 내가 사는 집 앞은 여전히 똑같다고 말했고 슈퍼를 가던 길이던 한 노인은 그게 무엇이냐고 되물어왔다.
 
일본에서 유학을 온 지 4년이 됐다는 유학생은 도시재생이 진행 중이라기엔 주변의 분위기가 달라지지 않았다며 의아해했고, 30년 동안 한 자리를 지켰다는 철물점 사장은 멋진 건물들이 들어오니 미관이 좋아져서 만족스럽다고 했다. 길가에서 수다를 떨던 여인들은 백남준 기념관이 들어와서 밥이나 더 주느냐며 깔깔 웃었다.
 
창신·숭인의 도시재생 사업비는 200억원이며 대부분이 건축비로 지출됐다. 해방촌 사업비는 170억원이고 성수동 사업비는 447억원이다. 신촌은 244억이 들어갔고 장위는 186억, 창동은 100억, 암사동 226억, 상도동에는 165억원의 사업비가 책정됐다.
 
200억원이 들어간 창신·숭인의 ‘사업내용’에는 “뉴타운 해제 지역 및 봉제산업 밀집지역으로 공동체 활성화를 통한 주거·산업·문화를 통합재생하는 사업입니다”라고 적혀있다. 창신동에서 20년간 일해온 한 ‘봉제장인’은 공동체 활성화라는 단어에 손사레를 쳤다. 그저 자신의 직원들과 길고양이들의 안전을 위해 가게 앞 도로의 구멍이나 메워지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공동체라는 단어는 달콤하다. 산업생태계를 보존하고 원주민들의 이주를 유도하지 않는 주거여건의 향상이라는 목표 역시 달콤하다. 하지만 주민들은 달콤한 목표에 이끌리지 않는다. 그들 중 대부분은 피부로 느껴지는 변화에 주목한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달콤한 이상보다 현실의 변화이다. 
 
이상에 이끌리는 것은 그곳에 살지 않는 외부인뿐이다. 외부인들은 이상을 좇아 기념관 건립에 혈세 수십억을 붓고, 또 다른 외부인들은 사적인 이익을 좇아 대규모 택지개발을 원한다. 진정 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누가 판단하며, 누가 알고 있다고 주장하는가. 주민들의 삶을 파괴하는 것은 누구인가.
 
[엄도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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