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낡은 생각에 취준생이 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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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현 기자페이지 + 입력 2020-06-03 00:02:3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누구 할 것 없이 큰 피해를 입히고 있다. 국내 취업준비생(취준생)들도 예외는 아니다. 어려운 경기에 가뜩이나 취업문이 줄어든 상황에서 코로나 감염 우려 때문에 채용일정까지 미뤄지니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올해 졸업했거나 졸업을 앞둔 기자의 지인들도 하나같이 곡소리를 냈다. 탈락의 쓴맛조차 보기 힘든 상황에서 이들은 기약 없는 취업준비에 몰두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친노동 정책을 펼치는 동시에 일자리 정부를 표방했다.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 중 하나인 ‘소득주도성장’도 일자리 확보가 필수적이라 다방면으로 일자리를 늘리려 애썼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했고 다양한 공공일자리를 창출했다. 이 과정에서 근로자들의 수입을 늘린다는 명분으로 최저임금을 급격히 끌어올렸다.

다만 경제성장률을 상회하는 최저임금 상승률이 곳곳에서 잡음을 일으켰다. 내로라하는 대기업도 최저임금 상승 영향으로 효과적인 영리활동에 어려움을 표한다. 중소기업은 말할 것도 없다. 인재를 채용하고 싶어도 부담이 커지니 쉽사리 고용을 실천하지 못한다. 민간 일자리가 줄어드니 정부는 공공일자리로 눈을 돌렸다. 아르바이트 수준의 일자리를 마련해 청년·노인을 고용하고 취업률을 끌어올렸다.

물론 이를 두고 취업난의 해소라고 말하는 이는 많지 않다. 게다가 공공일자리 창출엔 결국 국민의 혈세가 들어갔다. 공공일자리가 당장엔 좋아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론 민간 일자리를 줄이는 효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만큼 양질의 일자리를 줄이는 셈이다.

나아가 공공일자리 중 대부분은 생산적인 활동과 거리가 멀다. 혹자가 지적하는 ‘강의실 불끄기’, ‘산불감시’ 등 일자리는 개개인의 소득창출엔 효과가 있을지언정 국가 전체로 눈을 돌려보면 경제성장동력 유발과는 거리가 멀다. 생산적인 분야에서 거둬들인 세금이 비생산적인 분야로 들어간다는 점에 비춰보면 되레 경제성장을 어렵게 만든다고도 볼 수 있겠다.

코로나 사태는 이러한 움직임을 한층 심화시켰다. 민간은 채용문을 더 줄였고 일자리난이 심화되자 정부는 다시 공공일자리 창출을 내세웠다. 공공일자리 창출로 당장의 취업난 해소는 가능하겠지만 장기적 측면에서 또 다른 문제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크다. 경제 문제를 정부가 나서 해결하겠다는 낡은 생각이 일자리 난을 심화시키고 있는 셈이다.

기자가 취재 중 만나본 경제전문가 중 몇몇은 정부의 공공일자리 창출이 ‘일자리 회계분식’이라고까지 비판했다. 근본적인 문제해결 방책은 외면하고 임기응변식으로 통계상 취업률 상승을 위해 세금을 끌어다 비생산·단기 일자리를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해결책으론 ‘정도(正道)’를 지목했다. 일자리 창출 등 민간이 힘써야 할 일은 민간에게 맡기고 정부는 후방 지원 및 최소한의 감시·감독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부가 나서 민간을 좌지우지할 경우 그만큼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에 따른 것이다. 신산업·신기술 개발을 지원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낡은 규제를 혁파하고 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들은 당장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진 않겠지만 장기적 측면에서 국가 경제 활성화에 따른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미국 민간 기업은 우주로 로켓을 쏘아 올렸다. 발사 성공 자체도 경이로운 일이나 추진체를 바다 한가운데서 회수하는 모습도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민간기업의 로켓 발사는 코로나 국면 한가운데서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이며 연관 경제가 활성화되면서 자연스레 일자리 창출로도 이어질 것이다.

극단적인 사례라 비교하긴 어렵겠지만 미국 민간 기업이 로켓을 쏘아 올릴 때 신산업이라 부르기도 민망한 ‘타다’를 금지한 우리나라의 행보는 아쉽기만 하다. 타다가 금지되는 과정에서 수많은 타다 드라이버가 일자리를 잃었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의 행보가 아쉬워지는 또 하나의 이유다.

[강주현 기자/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강주현 jhk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