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숭 뚫린 개인정보…61GB 분량 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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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ATM·포스단말기 해킹수사 착수…악성코드 심어 개인정보 빼돌려

한원석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0-06-15 17:10:25

▲ 은행 전산망 해킹을 시도했다가 구속된 피의자의 외장하드에서 개인정보 약 61기가바이트(GB) 분량이 발견돼 경찰이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카이데일리

개인정보가 또 뚫렸다. 지난해 한 은행 전산망 해킹을 시도했다가 구속된 피의자의 외장하드에서 대량의 개인정보가 발견돼 경찰이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 피해가 예상돼 서둘러 조치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지방경찰청 보안수사대는 지난해 6월 하나은행 전산망을 해킹하기 위해 악성코드를 심으려 한 혐의(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구속된 이모씨(42)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외장하드 4개를 입수했다.

경찰이 문제의 외장하드를 디지털포렌식한 결과, 입수한 외장하드 중 2개에서 이씨가 국내 현금자동입출금기(ATM)와 포스단말기, 멤버십가맹점 등을 해킹해 빼낸 개인정보 약 61기가바이트(GB) 분량이 들어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는 신용카드번호는 물론 주민등록번호, 신용카드 비밀번호 등이 포함됐지만 신용카드 사용자의 이름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씨는 2014년에도 카드 가맹점의 포스(POS) 단말기를 해킹해 신용카드 정보를 무더기로 빼냈다가 처벌을 받은 전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이번에 외장하드에서 발견된 개인정보도 이씨가 해킹을 통해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 관계자는 “개인정보 유출 규모에 대해서는 확인 중이다”라며 “지난해 57만건 유출 사건에 준하는 수준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은 꾸준히 일어나고 있다. 2014년에는 외주업체 직원이 카드 3사의 카드번호, 이름, 주민번호 등 개인정보 1억400만건을 유출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어 2017년에는 ATM악성코드 감염으로 23만8000건이 유출됐고, 지난해와 올해 4월에는 각각 56만8000건과 90만건이 포스단말기 해킹으로 유출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3월 금융감독원(금감원)에 협조 요청을 보내 유출된 정보 규모를 파악하고, 금융보안원을 통해 카드사에도 외장하드 분석에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경찰과 금감원이 서로 엇박자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측은 금감원에 데이터 분석을 의뢰했으나 협조가 잘 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금감원은 개인정보가 다량 섞여 있는 자료를 조사나 분석할 근거가 없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민갑룡 경찰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주범은 구속하는 등 수사는 종결된 사안이나 회복을 위한 조치로 개인정보 유출 관련 부분을 당사자에게 안내해야 하는데, 그것을 위한 분류작업 과정에서 금융정보이다 보니 금감원의 협조가 필요한 사안이 있다”며 “협의하는 과정에서 자료가 방대해서 서로 얘기가 엇갈리는 부분이 있는데, 서로 머리를 맞대고 빨리 협업해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해킹을 당한 것 자체가 피해로 신속한 조치를 해야 되는데 금감원이 3개월 동안 질질 끌었다”며 “금융 사건에서 경찰보다 전문성이 있는 금감원이 피해규모와 경위를 빠르게 파악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금감원을 질타했다.

[한원석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한원석 기자 wsha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