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위기 두산그룹, 인프라코어 내놨지만 ‘산 넘어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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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짜 두산인프라코어 지분 36.27% 매각…두산그룹 생존해도 미래 불투명

임현범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0-06-17 14:48:02

▲ 16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최근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을 위해 크레디트스위스(CS)를 매각 주간사로 선정했다.ⓒ스카이데일리

유동성 위기에 빠진 두산그룹이 두산인프라코어를 매물로 내놨다. 이를 통해 마련한 재원으로 당장 급한 불부터 끄겠다는 계획이지만, 두산인프라코어가 그룹 내에서도 알짜 계열사인 만큼 매각 이후 두산그룹의 수익성 확보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최근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을 위해 크레디트스위스(CS)를 매각 주간사로 선정했다. 매각 대상은 두산중공업이 보유한 두산인프라코어 지분 36.27%다. 두산인프라코어가 보유하고 있는 두산밥캣 지분 51.05%는 매각 대상에서 빠졌다.

두산그룹이 캐시카우로 불리는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에 나선 건 두산중공업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구안 이행을 위해서다. 앞서 두산그룹은 두산중공업 경영정상화를 위해 산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3조6000억원의 자금을 지원받았고, 그 대가로 3조원 규모의 자구안 이행을 약속했다.

두산그룹은 그간 자구안 이행을 위해 두산솔루스와 모트롤BG, 클럽모우CC 골프장, 두산타워, 두산건설 사옥 등 매각을 추진해왔지만 지지부진했다. 매수 희망자와 가격 차이가 커 협상에 난항을 빚었기 때문이다. 두산솔루스의 경우 두산이 매각 가격으로 최대 1조원을 원한 반면 잠재 매수자들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트롤BG의 경우 최근 예비입찰이 진행됐지만 흥행이 저조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두산그룹이 꺼낸 카드가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이다. 그간 채권단이 두산그룹의 강력한 자구안 이행을 위해 두산인프라코어 및 두산밥캣 등 핵심계열사 매각을 요구해왔기 때문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건설기계와 엔진 사업을 영위하는 그룹의 대표적인 캐시카우다. 지난해 두산중공업이 유동성 위기에도 불구하고 연결기준 1조769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것도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의 실적호조 덕분이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시가총액은 약 1조3000억원이며 매각 금액은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합산해 약 8000억원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재계 안팎에선 두산그룹이 두산인프라코어를 성공적으로 매각한다 해도 경영정상화에 대한 우려가 일고 있다. 알짜계열사까지 매각할 경우 당장 수익을 낼 만한 수단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두산중공업이 정부의 신재생 에너지 정책 기조에 맞춰 LNG 가스터빈과 풍력발전 등 친환경 분야에 주력한다곤 하지만 수익을 얻기까지 적어도 3~5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지난 11일 그룹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유상증자와 자본확충, 자산매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박 회장은 이르면 이번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을 만나 두산그룹 경영정상화 방안에 대한 이해를 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정원 회장은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그룹의 당면한 목표는 채권단 지원 자금을 신속히 상환하고 그룹의 중추인 중공업을 본 궤도에 올려놓는 것이다”며 “중공업을 하루 빨리 안정시키고 이를 통해 그룹 전반의 환경을 안정적으로 되돌려 놓는 것이 회장으로서 할 일이다”고 말했다.

임현범 기자 hby6609@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