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투자자에 98% 손실펀드 판매…라임사태 100%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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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중대한 착오 인정해 사상 첫 계약취소 결정
나머지 투자 피해에 대해선 자율 조정 유도

한원석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0-07-01 11:40:47

▲ 금감원이 라임 펀드 피해자들이 낸 분쟁조정 신청에 대해 민법 제109조에 따라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2018년 11월 이후 판매된 라임 무역금융펀드를 구매한 피해자들이 전액 배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사진은 집회를 연 라임 펀드 피해자들. ⓒ스카이데일리

금융감독원(금감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가 라임 펀드 피해자들이 낸 분쟁조정 신청에 대해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결정했다고 1일 밝혔다. 이로써 라임 펀드 불완전판매 피해자들이 전액 배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금감원은 전날인 30일 열린 분조위에서 2018년 11월 이후 판매된 라임 무역금융펀드 분쟁조정 신청 4건에 대해 민법 제109조에 따라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조항은 ‘의사표시는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부분에 착오가 있는 때에는 취소가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분조위에 신청된 분쟁조정 안건을 살펴보면 △장학재단에 76% 부실화된 펀드를 판매후 손실보전각서 작성 △70대 주부를 적극투자형으로 임의기재해 83% 부실화된 펀드 판매 △안전한 상품 요청한 50대 직장인에 98% 부실화된 펀드 판매 △5% 수익률을 기대하는 개인 전문투자자에 98% 부실화된 펀드 판매 등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계약체결 시점에 이미 투자원금의 76%에서 최대 98%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한 상황에서 라임 측은 투자제안서에 수익률, 투자구조, 투자자산 및 투자위험 등 총 11개의 핵심정보를 허위·부실 기재했다.

이를 판매한 신한금융투자는 투자제안서 내용을 그대로 설명함으로써 중요한 부분에서 투자자의 착오를 유발했고, 일부 판매직원은 투자자성향을 공격투자형으로 임의기재하거나 손실보전각서를 작성하는 등 합리적인 투자판단의 기회를 원천 차단한 것으로 인정됐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합리적인 투자판단 기회가 박탈된 점을 고려할 때 투자자에게 중과실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해, 계약을 취소하고 펀드 판매계약의 상대방인 판매사가 투자원금 전액을 반환하도록 결정했다. 이는 금융투자상품 분쟁조정 사례 중 최초이다.

정성웅 금감원 소비자 권익보호담당 부원장보는 “나머지 투자피해자에 대해서는 이번 결정에 따라 조속히 자율조정이 진행되도록 할 계획이다”며 “조정절차가 원만하게 이루어질 경우 최대 1611억원(개인 500명, 법인 58개사)의 투자원금이 반환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라임운용의 무역금융펀드는 지난 2017년 5월부터 투자금의 일정 배수를 차입해 운용 규모를 확대하는 스와프 계약인 총수익스와프(TRS)를 이용해 신한금투 명의로 인터내셔널 인베스트먼트그룹(IIG) 펀드 2개와 BAF 펀드, Barak 펀드, ATF 펀드 등 해외 무역금융펀드 5곳에 투자했다.

이중 2개의 IIG 펀드에서 문제가 발생했고, 2018년 6월쯤 라임운용과 신한금투도 이를 인지했다. 양사는 IIG 펀드가 기준가를 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서도 기준가를 매월 0.45%씩 오른 것처럼 꾸며 수익률을 조작했다. 같은 해 11월엔 IIG펀드로부터 청산절차가 시작됐다는 연락을 받고도 이를 숨기고 500억원 규모의 환매대금을 마련하기 위해 라임운용의 다른 펀드가 무역금융펀드에 투자하게 했다. 무역금융펀드의 부실을 다른 펀드로 떠넘긴 것이다. 이듬해까지도 부실을 은폐하기 위한 시도는 계속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2월말 기준 라임이 운용하는 펀드 중 환매가 연기된 펀드는 이번에 배상이 확정된 무역금융펀드를 비롯한 모(母) 펀드 4개와 자(子) 펀드 173개로 총 설정액은 1조6679억원에 달한다. 이중 해외투자 모펀드인 플루토TF-1호와 Credit Insured 1호에 각각 2438억원과 2949억원이 설정됐다.

이번 분조위의 조정안을 분쟁조정 신청인과 금융사 양자가 접수한 후 20일 이내에 수락하는 경우 조정이 성립된다. 관련법에 따르면 조정은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발생한다.

금감원은 나머지 2018년 11월 이후 판매된 라임 무역금융펀드에 가입한 투자피해자에 대해서는 분조위 결정내용에 따라 자율조정 등의 방식으로 처리할 계획이다. 또 현장조사 결과 확인된 투자자성향 임의기재, 손실보전각서 작성, 실명확인절차 위반, 계약서류 대필, 고령투자자보호절차 위반 등에 대해서는 해당 검사국에 통보할 예정이다.

지난달 26일까지 금감원에 접수된 분쟁조정 신청은 총 672건으로 은행 366건, 증권사 306건이다. 이 가운데 무역금융펀드 관련 신청은 총 108건이다.

[한원석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한원석 기자 wsha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