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역전된 ‘보톡스 전쟁’…美 ITC, 메디톡스 손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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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제약, 메디톡스 영업 비밀 침해”…대웅제약 “최종 판결서 소명”

오창영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0-07-07 14:28:15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간의 ‘보톡스 전쟁’이 마침내 결판났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영업 비밀을 침해했다고 예비판결을 내렸다. ITC의 최종판결은 11월 초로 예정돼 있으나 대체적으로 ITC는 예비판결 결과를 최종판결에서 번복을 하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이번 예비판결로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에 승리하게 됐다.

미국 ITC는 6일(현지시간)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간 보툴리눔 균주 원료 도용 분쟁을 다루는 예비판결에서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대웅제약은 향후 10년간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를 미국에 수출하기 힘들어졌다.

앞서 메디톡스와 미국 기업 엘러간은 지난해 2월 대웅제약과 미국 판매사인 에볼루스를 미국 ITC에 제소했다. 메디톡스는 예전에 근무하던 직원이 보툴리눔 톡신과 제품의 전체 제조공정 기술 문서 등을 대웅제약에 넘겼다고 주장했다.

당초 ITC는 지난달 초 예비판결을 내릴 예정이었으나 대웅제약이 추가 서류를 제출하면서 시간이 필요하다는 근거를 들어 일정을 연기했다. 대웅제약은 메디톡스가 국내에서 무허가 원액으로 메디톡신을 제조하는 등 약사법을 위반했다는 내용을 담은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25일자로 메디톡스의 메디톡신 3개 품목에 대해 허가를 취소한 바 있다.

이번 예비판결에 대해 대웅제약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웅제약은 “ITC로부터 전달받은 예비판결은 미국의 자국 산업 보호를 목적으로 한 정책적 판단으로서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다”며 “ITC로부터 공식적인 결정문을 받는 대로 이를 검토한 후 이의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또 이번 ITC 행정법 판사의 결정은 예비판결인 만큼 그 자체로 효력을 가지지 않는 권고사항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대웅제약은 “ITC는 예비판결 전체 또는 일부에 대해 파기(reverse), 수정(modify), 인용(affirm) 등의 최종판결을 올해 11월 내릴 예정이다”며 “이는 다시 대통령의 승인 또는 거부권 행사를 통해 최종 확정된다”고 설명했다.

대웅제약은 ITC 행정법 판사가 잘못된 판단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톡신 균주를 절취했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다는 점을 밝혔는데도 불구하고 오판을 했다는 입장이다.

대웅제약은 “이번 예비판결에서 행정판사 스스로 메디톡스가 주장하는 균주 절취에 대한 확실한 증거는 없다고 명백히 밝혔다”며 “이는 균주 ‘16s rRNA’의 유전자 염기서열 차이 등 논란이 있는 과학적 감정 결과에 대해 메디톡스 측 전문가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인용했거나 메디톡스가 제출한 허위 자료·증언을 진실이라고 잘못 판단한 것이기 때문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메디톡스의 제조기술 도용, 관할권 및 영업 비밀 침해는 명백한 오판임이 분명하다”며 “이 부분을 적극 소명해 최종판결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 ITC 예비판결로 대웅제약은 당장 나보타의 미국 수출에 적신호가 켜졌다. 기업의 신뢰도 추락은 물론 미국 내 보툴리눔 톡신 제제 사업 차질이 불가피해서다. 더구나 최종판결에서 나보타의 미국 수입금지 10년이라는 예비판결 명령이 확정될 경우 피해는 매우 극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웅제약은 에볼루스로부터 4000만달러(약 478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인수하고 미국 사업을 강화하기로 결정했다. 에볼루스는 충분한 현금을 바탕으로 미국 내에서 더욱 공격적인 마케팅을 이어 나갈 계획이다. 대웅제약은 추후 주식전환을 통한 이익을 얻겠다는 구상이다.

반면 이번 예비판결에서 ITC가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주면서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에 천문학적인 손해 배상금을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또 ITC의 예비판결 결과를 적극 활용해 국내외에서 벌이고 있는 여타 소송에서도 승소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메디톡스는 “이번 판결 결과를 토대로 ITC 소송 외에 국내에서 진행 중인 민사 소송과 서울지검에 접수된 형사 소송에서 등에서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균주 및 제조기술 도용에 관한 혐의를 낱낱이 밝힐 계획이다”고 말했다.

[오창영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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