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늘리려 집값 상승 유도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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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늘리려 집값 상승 유도했나

엄도현 기자페이지 + 입력 2020-07-13 00:02:00

서울을 누르니 수도권이 올랐다. 수도권을 누르니 대전과 청주가 올랐고 이들 지역은 전부 규제지역이 됐다. 현재도 규제가 없는 지역에서 풍선효과가 관측된다.

정부는 이달 10일 새로운 대책을 내놨다. 시장 옥죄기는 계속될 것임을 보여줬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중과다. 주택가격 인상의 주 이유로 다주택자를 직접 지목한 것이다.

정부는 대책을 통해 다주택자들의 종합부동산세(종부세)·양도소득세(양도세)·취득세 등 주택보유 전 과정에서 붙는 세금을 대폭 인상했다. 규제지역에 주택을 소유한 일부 시민은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몰려 집을 사지도, 팔지도, 가만히 있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내년부터 주택을 3채 이상 가지고 있거나 서울 등 조정대상지역에 2채 이상의 주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종부세율이 종전에 비해 2배가량 오른다. 금액에 따라 종부세율은 2.8%p까지 상승하고 조정대상지역 2주택 이상 보유자는 세부담 상한 기준이 전년대비 300%까지 적용된다. 1주택자에 종부세도 현 수준보다 0.1%p~0.3%p 오르는 지난해 12·16대책의 내용도 그대로 반영됐다.

양도세는 1년 미만으로 보유한 주택에 대한 세율을 현행 40%에서 70%로 상향한다. 1년 이상∼2년 미만 보유 주택의 양도세율은 현행 기본세율(6∼42%)에서 60%로 상향했다. 또, 다주택자가 보유한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을 양도할 경우 기본세율에 추가로 적용하는 중과세율을 지금보다 10%p 상향해 2주택자는 20%p, 3주택 이상은 30%p를 적용한다.

취득세 역시 인상된다. 그동안 개인과 법인은 주택 가액의 1%~3%를 취득세로 냈다. 앞으로는 2주택자는 8%, 3주택 이상과 법인은 12% 취득세율이 적용된다.

이에 대한 반발은 다주택자를 중심으로 거세게 일고 있다. 조세에 대한 불만은 기본이고 ‘집값 상승의 주범’이자 ‘투기꾼’으로 매도당한다는 모멸감도 큰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정책이 실패한 것에 대한 책임을 시민들에게 돌린다는 지적이 연일 이어지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과 커뮤니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더불어 정부의 대책이 주택시장 안정에 실효성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가 의도된 것이라는 의견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KB 부동산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서울 집값은 3억2000만원 가량 올랐다.

오르는 것은 집값과 세금만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재정 적자는 100조를 돌파했다. 정부는 지난달 3일 3차 추가경정예산으로 35조3000억원을 편성하면서 한 해에 세 번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사회보장성기금의 수지를 뺀 관리재정수지는 5월 한 달을 기준으로 21조4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5월까지의 누계로는 -77조9000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동기에 비해 적자 폭이 41조4000억원 커진 것이다. 정부가 예상하는 올해 말 기준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111조원이다. 이번 대책이 집값 안정이 아닌 세금 확보를 위해 마련됐다는 말이 단지 불평으로만 들리지 않는 이유다.

올해 코로나19 사태를 맞으며 재정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모두가 예상할 수 있는 결과였다. 호재 있는 지역의 집값이 오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정부의 지엽적인 규제지역 지정이 주변 지역의 집값 상승을 불러온다는 것도 이미 많은 전문가들이 예측했던 바다. 하지만 집값 상승에 대한 비난이 다주택자들에게 향하는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다.

올해 초 익명의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관한 인터뷰에서 정부가 핀셋 규제의 부작용인 풍선효과를 모르겠느냐고 되물었다. 이어 세금 확보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부동산 관련 세금을 올리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어쩌면 주택시장 안정이라는 목표는 허울 좋은 구실일지도 모른다.

[엄도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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