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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의 생활명상 즐기기

나를 호기심의 대상으로 삼으면

구름 걷힌 밤하늘의 별처럼 내가 반짝인다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0-08-10 13:59:21

▲김성수 작가·마음과학연구소 대표
 이왕 사는 것, 좀 더 아름답게 살아갈 수 없을까. 언제부턴가 내 안에는 이런 의식이 싹트고 있는 듯하다. 이제와서 돈이나 지식을 쌓는 일은 아무래도 요원해 보여서 질문의 결을 바꾸고 싶은 것이다. 생각난 김에 친애하는 친구들 단톡방에 유사한 성질의 질문을 던져 보기로 했다. ‘지금보다 좀 더 아름답게 살아갈 방법은 뭘까.’ 역시나 심드렁한 답변들이 돌아왔다.
 
‘처 자식 잘 먹여서 이만큼 살면 됐지, 뭐!’
‘이 나이에 무슨 아름다운 삶이 따로 있겠어? 그냥 살면되는 거지.’
‘자네가 불러주면 내 삶이 아름다워질 것 같다네.’
 
거의 키득키득 수준이다. 청년기 때는 꽤나 진보적인 얘깃거리나 나라 걱정으로 날밤 새기를 너끈히 했던 친구들이다. 왜 이렇게 됐지? 질문이 잘못 됐나? 돌이켜보면 젊은 혈기에 개똥 철학으로 심각했던 친구들한테 나는 시니컬하거나 시큰둥하게 대했었다. 그 뭐, 별 거 있겠어? 그랬던 시절의 감성 보복을 받나보다.
 
아빠, 자동차 바퀴는 왜 빨리 돌아가는 거야?
 
그렇다고 포기할 내가 아니다. 다른 질문을 단톡에 올렸다. 며칠에 한번씩 질문 내용도 바꿨다. 진정성 있게 답신해준 친구한테는 톡방을 통해 커피 상품권을 보내주기도 했다. 그냥 심드렁하게 넘기는 친구들이 있긴 했지만, 그럴수록 진지하게 되물었다. 그럴 만한 사정이 있으니 신중하게 적어보게나. 사정쪼로 요청하기도 했다.
 
‘자네가 요즘 들어 하루에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뭐지?’
‘자네는 몇 숟가락 정도 먹으면 밥 한끼를 해치우지?’
‘자네 몸에서는 하루 중 어떤 감각이 가장 많이 올라오는가. 간지러움이나 찌릿거림 등등’
‘하루 중에서 무슨 일 하는 데 시간을 가장 많이 쓰지?’
 
이런 것을 시치미 뚝 떼고 심각하게 되물으니 친구들도 차츰 진지해졌다. 그런 중에 드디어 어느 한 친구가 이런 답신을 해왔다. ‘이거 재밌네.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단 한번도 내가 몇 숟가락 만에 밥 한그릇을 먹는지, 하루 중에 제일 많이 하는 말이 무언지, 꿈에도 생각해본 적 없거든. 근데 작정하고 해보니 정말 그럴싸하네. 이런 게 나를 알아가는 일이라고 하는 건가. 말이 좀 이상하지만, 이게 인생을 아름답게 사는 방법 같은 느낌도 들더군. 내가 나를 지켜본다는 게 이런 기분이라니. 이상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어.’
 
자신에 대한 호기심이라고 하니, 뭔가 생소하고 특별한 것에 대한 관심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호기심은 이런 것이다. 어린 아이의 엉뚱 멘트 같은 질문을 자신에게 하는 일이다. 달려가는 자동차 바퀴를 보면서 ‘아빠 자동차 바퀴는 왜 빨리 돌아가는 거야’라고 묻는 것처럼 자신에게 도대체 ‘말이 안되는 일’을 묻는 일이다. 호기심은 어려운 문제를 묻는 게 아니다. 늘상 보고, 듣고, 만나는 것에 대한 ‘경망스러운’ 의문이다. 어린애처럼 자신의 소소한 사생활에 대고 툭, 묻는 것이다.
 
‘세수할 때 손으로 얼굴을 몇 번 문지르지?’
‘커피 탈 때 찻스푼으로 커피 물을 몇 번 돌리지?’
‘타이핑 할 때 내가 거의 안 쓰는 손가락이 있을까?’
 
의문은 시시하지만 현상은 혁명적이다. 천동설을 뒤엎은 지동설 같은 일이다. 한 사람의 의식 방향이 확 뒤집어지기 때문이다. 평소 바깥으로만 떠도는 당신 의식을 살펴보자. 텔레비전을 보면서 당신은 생각한다. ‘음, 저 주인공 여자가 곧 사무실 동료 여직원 만나는 남자친구를 목격하겠군. 그래야 얘기가 돌아가지. 거봐, 내 그럴 줄 알았다니까!’ 우리의 하루는 거의 이런 식이다. 그러면서 하루에 몇 차례 정도는 ‘거봐 내 그럴 줄 알았다니까’ 해야 보람찬 하루다. 이런 시선을 백팔십도 뒤엎으면 이렇게 된다.
 
‘음, 저 주인공을 나는 이 프로에서 몇 차례 보는 거지?’
‘나는 저 연속극을 보면서 몇 번이나 감탄하지?’
‘내가 왜 이 연속극을 보고 있지?’
 
자신에 대해 호기심을 갖는 일은 바깥으로 떠도는 관심을 나에게 회수하는 일이다. 여기저기 떠돌던 마음이 나에게로 온다. 그보다 더 기분좋은 이득이 있다. 내가 늘 주인공이 된다는 점이다. 어떤 현상이거나 일이거나, 사람과의 관계든 간에 ‘그’가 아닌 ‘나’에게 방점이 찍힌다. 하다못해 연속극을 보면서도 ‘그러면 그렇지. 내 그럴 줄 알았어’가 아니라 ‘내가 몇 번이나 감탄하는가’ ‘내가 저 사람을 몇 차례나 보는가’로 초점이 모아진다. 당신은 어쩌면 주목 받고 싶어서 평생 타인을 주목해왔는지도 모른다. 바이런 케이티라는 유명 심리학자는 ‘오늘도 자신이 인정욕구에 빠지지 않게 해달라’는 기도를 한다고 한다. 인간은 자칫하면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어서 헐떡이며 쫓아다니기 쉽다. 한 사람 이상이 모인 자리는 그 ‘헐떡임’이 작동 중이기 쉽다. 나에 대한 호기심을 갖는 일은 그 자존감 바닥치는 사태를 가볍게 역전시키는 사건이다.
 
자신에 대한 호기심을 갖는 것이 곧 인생을 아름답게 사는 충분조건이 되는 것은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가령 당신이 이 자리에 고요히 머물러 자신의 몸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감각을 알아차리기로 했다고 하자. 왼쪽 어깨에서는 쿡쿡 쑤심, 머리에서는 간지러움, 오른손바닥에서는 찌릿거림, 등판에서는 찌름, 스멀거림, 뜨거움 따위의 육체적 느낌들을 경험한다면, 당신은 지금 무엇을 보고 있을까. 밤하늘의 별들이 나를 타고 들어와 내 몸 여기저기에서 반짝이는 경험을 하는 기분이지 않을까.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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