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지역 장고형 고분의 무덤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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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지역 장고형 고분의 무덤 주인

백제 곤지왕이 이끈 한반도출신 야마토 세력

정재수 필진페이지 + 입력 2020-08-16 17:51:18

장고형 고분은 원형과 방형(또는 삼각형)이 합쳐진 무덤형태로 우리나라 전통 타악기인 ‘장고’와 모양이 비슷해 붙여진 이름이다. 발견장소는 주로 대형 독널무덤(옹관묘)이 분포하는 영산강유역의 전남지역이다.

장고형 고분은 일본의 고분시대(4~6세기)에 성행한 전방후원분(前方後圓墳)과 계통을 같이해 종종 일본학자들에 의해 ‘일본이 고대 한국을 지배했다’는 역사논리의 먹잇감이 되곤 한다.

참고로 영산강유역은 원형무덤과 함께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방형(직사각형/사다리꼴) 무덤이 발견되는 지역이다. 원형과 방형을 결합한 일본의 전방후원분 역시 영산강유역이 시원이다.

장고형 고분의 축조 시기와 분포

전남지역 장고형 고분은 주로 해안 또는 해안에 인접한 강안지역의 비교적 전망이 좋은 구릉이나 평지에 위치한다. 이들 장고형 고분은 하위고분이 없는 1기 또는 2기가 독자적으로 존재한다. 매장시설은 후원부에 설치된 앞트기식돌방(횡구식석실) 또는 굴식돌방(횡혈식석실)이다. 축조시기는 5세기 후반부터 6세기 전반까지 대략 100년 동안에 한정된다.

현재까지 전남지역에서 발견된 장고형 고분은 10기(또는 13기)이다. 영광의 월계고분, 함평의 장고봉고분·신덕1호분·표산1호분, 광주의 명화동고분·월계동1호분·월계동2호분, 영암의 자라봉고분, 해남의 장고산고분·용두리고분 등이다. 이들 고분의 크기는 해당지역에서 단연코 최대이다.

특히 철제 투구와 갑옷 등 주로 왜 계통의 유물이 집중적으로 출토돼 무덤주인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왜인설 △왜인-마한계 토착세력 무덤 혼합설 △마한계 왜인의 재이주설 △마한계 토착세력 무덤설 △마한계 토착세력 무덤설 변형 △왜인계 백제 관료설 등이다. 각기 해석상의 약점들이 있어 명확한 정설은 없다.

무덤주인은 곤지왕이 이끈 야마토 세력

장고형 고분의 무덤주인은 축조시기(5세기 후반~6세기 전반)가 제한되고 출토유물이 왜 계통(철제 투구·갑옷)인 점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이는 5세기 후반인 475년 곤지왕이 일본열도에서 데리고 온 야마토(왜) 세력과 관련이 깊다. 곤지왕은 고구려 장수왕의 남벌전쟁으로 한성이 함락되자 급히 야마토 세력을 이끌고 웅진으로 귀국한다. 그리고 고구려와 정전협상을 원만히 마무리하고 동생 문주왕을 도와 백제 재건에 힘쓰다가 477년 7월 해씨세력(문주왕의 왕비 오로지)에 의해 전격적으로 암살당한다. 이로 인해 곤지왕 하나만 믿고 한반도로 건너온 야마토 세력은 더 이상 웅진(공주)에 뿌리내릴 근거를 상실한다. 이제 남은 길은 다시금 야마토로 돌아가는 길 뿐이다.

그러나 야마토 세력의 장수급 일부는 돌아가지 않고 충남지역(웅진)을 떠나 남쪽의 전남지역에 정착한다. 이들의 본향이 바로 전남지역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은 지도자 곤지왕을 잃은 까닭에 백제에서도 야마토에서도 환대받지 못하는 처지가 된다.

곤지왕이 이끈 야마토 세력 중에서는 일본(야마토) 출신도 있지만 대다수는 한반도(백제) 출신으로 추정된다. 이들 한반도출신 야마토 세력은 곤지왕과 정치적·군사적 행보를 함께한 사람들이다. 곤지왕은 458년 좌현왕에 임명돼 전남지역을 다스리다 461년 형 개로왕에 의해 일본열도로 추방되는 정치적 숙청을 당한다. 이때 좌현왕 시절에 인연을 맺은 영산강 유역(전남지역)의 상당수 지역 수장급 인사들이 곤지왕을 따라 일본으로 건너간다. 그리고 15년이 지난 475년 곤지왕이 이끄는 야마토 세력의 일원이 되어 다시금 귀국한다. 결국 이들은 지도자 곤지왕을 잃게 되자 백제(충남)도 야마토(오사카)도 아닌 본향 전남지역으로 돌아가 각기 따로따로 살다가 죽어서 묻힌 것이다.

다만 무덤양식을 장고형 고분을 선택한 것은 곤지왕과 함께 야마토에 15년간(461~475년) 살면서 직접 목격한 당시 야마토 오사카일대에 조성되기 시작한 전방후원분 무덤양식을 자연스레 차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무덤에서 출토된 왜 계통의 철제 투구와 갑옷은 이들이 살아생전에 직접 착용한 물건들이다.

전남지역 장고형 고분은 곤지왕이 이끈 야마토 세력의 일부 수장급 인물의 무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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