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실사’ 고집하는 HDC현산, 아시아나 사실상 노딜 수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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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가격인하 제안에도 기존입장 유지…기안자급 2조 수혈 가능성

강주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0-09-03 14:46:27

▲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해 재실사 요구를 산업은행에 거듭 전달하며 ‘노딜’(No deal)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사진은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스카이데일리

HDC현대산업개발(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해 재실사 요구를 산업은행에 거듭 전달하며 ‘노딜’(No deal)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HDC현산은 전날 이메일을 통해 12주간의 재실사를 요구하는 입장을 산업은행(산은) 등 채권단에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지난해 12월 계약 당시와 상황이 크게 달라진 만큼 재실사가 필요하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한 셈이다.

이동걸 산은 회장과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지난달 26일 아시아나 인수 문제를 놓고 최종 담판을 벌인 뒤 HDC현산은 인수 조건을 놓고 고심을 거듭해왔다.

이 회장은 이 자리에서 코로나 상황 등을 감안해 채권단이 HDC현산의 인수 부담을 덜어주는 ‘당근책’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계약금액인 2조5000억원보다 1조원가량 적은 1조5000억원으로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토록 한 것으로 추정된다.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한 영구채·전환사채를 자본으로 유지하는 방안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채권단이 이미 거절한 바 있는 아시아나항공 재실사 카드를 HDC현산이 다시 꺼내 들면서 결국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약이 결렬 수순을 밟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매각 당사자인 금호산업이 이르면 주중 계약해지 통보를 할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앞서 산은은 지난달 3일 HDC현산의 재실사 제안을 일축하면서 HDC현산 측이 진정성을 보이지 않으면 인수 무산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후 금호산업과 HDC현산 대표이사(CEO) 간 협상, 이 회장과 정 회장의 담판이 성사됐다. 다만 양측이 입장차를 좁히지는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거래가 최종 무산될 경우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 관리 체제로 넘어간다.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 경영 정상화를 위해 2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 투입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장기적으로는 재매각을 추진한다는 입장이지만 코로나 사태로 항공 업황이 불투명한 상황이라 대체 인수자를 찾기도 쉽지 않다.

만약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노딜’로 마무리될 경우 계약 당사자인 금호산업과 HDC현산이 법정에서 계약금 반환문제를 두고 다툴 가능성도 제기된다. HDC현산 컨소시엄은 지난해 12월 금호산업의 아시아나 구주 30.77%를 3228억원에 인수하고 유상증자를 통해 2조1772억원 규모 신주를 발행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총 2조5000억원을 인수대금으로 제시했는데 이 중 인수가액 10%인 2500억원을 이행보증금으로 지불했다.

[강주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강주현 기자 jhk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