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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의 글로벌 포커스

‘한국판 뉴딜’, 혁신국가로의 변신 가늠 시험대

전제 조건·성공 방정식 확보되지 않으면 실패할 가능성 有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0-09-14 11:36:23

▲ 김상철 G&C Factory 대표
 올해 7월 정부가 코로나19 이후 경제 회복 청사진으로 ‘한국판 뉴딜’을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디지털 뉴딜·그린 뉴딜·안전망 강화라는 3개의 축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정부가 끝나는 2022년까지 67조7000억원을 투입해 일자리 88만7000개, 다음 정부가 2025년까지 추가로 83조3000억원(총 160조원)을 투입해 일자리 190만개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하는 국가 전략으로서의 당위성이나 시급성은 충분히 인정된다. 그러나 이를 둘러싼 내·외부 반응이 의외로 시큰둥하다. 분위기가 뜨지 않는 몇 가지 이유가 존재하고 있는 듯하다.
 
가장 먼저 지적하고 싶은 것은 현 정부 들어서 추진한 경제 정책이 하나같이 성과를 내지 못함으로 인해 경제 주체들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정권 말기에 쫓기다시피 내놓은 정책이 늘공의 호응은 물론이고 다음 정권에서 이를 계승할 것인가도 미지수다. 정권 색깔이 바뀌거나 심지어 수평 이동을 하더라도 전임 정권이 추진하던 일들이 손바닥 뒤집듯이 중단되는 꼴을 경험하고 있기도 하다.
 
냉정하게 따지고 보면 별로 색다른 것도 아니다. 다른 나라들은 이런 유사한 국가 프로젝트를 코로나 이전부터 차근차근 추진해 나오고 있다. 상황 변화에 따라 방향과 우선순위를 조정하고 있는 정도의 대응이 목격된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내부 자중지란과 쉴 틈 없는 진영 싸움으로 귀중한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정권마다 유사한 정책을 들고나와 억지 시늉을 하고 있지만, 정치 게임으로 모든 것은 단절되고, 더 가관인 것은 남이 해놓은 일은 모두 적폐라고 규정하면서 벌집 쑤시듯 헤집는다. 
 
그것도 5년 임기의 단임 정부가 정권 초기에 미래는 닫고 과거 캐기에만 올인하는 현상이 으레 반복된다. 정신 차리고 일 좀 하려고 하면 권력을 놓아야 할 날이 머지않다. 이런 환경하에서는 기업이나 개인이 불안하고 자리를 잡지 못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이치다. 안방을 마다하고 바깥으로 나가는 궁리만 거듭한다. 선순환이 아닌 악순환 구조가 만연해지면서 국가는 후퇴하고, 갈수록 국민의 삶은 팍팍해진다. 지금과 같은 팬데믹이 닥치면 패닉 상황으로 치닫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판 뉴딜 프로젝트가 성공하려면 몇 가지 전제 조건과 성공 방정식이 필요하다. 첫째 전제 조건은 코로나 방역의 조기 성공이다. 방역이 성공하지 못하면 추진 동력이 생겨날 수 없다. 투명한 방역과 정치적 공방이나 잡음을 최소화하는 슬기로운 자세 견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둘째는 다음 정권이 쉽게 중단할 수 없도록 하는 선제적 장치의 충족이다.
 
이를 위해서는 민간의 주도적 참여를 유도해내는 것이며, 이는 프로젝트의 성공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중요한 척도이기도 하다. 셋째는 장래의 문제점과 후유증을 조기 진단하고 이를 차단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국민참여형 뉴딜 펀드' 논란이다. 부동산이나 주식에 몰리는 자금을 이쪽으로 유도하겠다는 의도이지만 말보다 쉬운 것은 없다. 뉴딜 펀드의 손실을 국민 세금으로 보전하는 것이 법적으로나 국제 규범 측면에서의 타당성 검증이 필요하다. 벌써 해외에서 민감한 반응을 보여 자칫 경쟁국과의 통상 마찰로 확대될 개연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탁상공론이나 아마추어적 대응으로는 초반에 승패가 결정 난다.
 
정치 포퓰리즘, 진영 논리, 숙주에 기생하는 좀비, 천편일률 등을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성공 방정식의 첫째는 과감한 규제 철폐다. 아무리 포장이 잘된 프로젝트라도 작동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충족되지 않으면 첫 단추부터 끼우지 못한다. 일본과 독일의 사례만 보더라도 이는 충분히 입증된다. 곧 사임하는 일본 최장수 총리 아베의 ‘아베노믹스’가 절반의 성공에 그치고 만 것은 일본의 고질적 딜레마인 규제 개혁이 미흡하였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양적 완화와 엔저(円低)라는 두 개의 화살이 과녁을 겨냥했지만 제3의 화살인 기업의 혁신을 제대로 끌어내지 못했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일본과 흡사한 정부 조직과 기업 문화를 가진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칸막이 행정과 부처 이기주의가 발목을 잡고 있다. 오히려 사회주의·시장경제 체제를 가진 중국이 훨씬 더 나은 민첩성과 효율성을 보인다. 반면 독일은 적은 재정을 투입하면서도 건전한 생태계 조성과 기업의 혁신을 끌어내는 규제 철폐가 우선되면서 성공적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 헬리콥터 머니라고 할 정도로 엄청난 재정 투입을 하고도 실패로 끝난 아베노믹스의 재판이 되지 않아야 한다.
 
둘째는 디지털과 그린 부문에서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들을 선별해내고 이에 특화해야 한다는 점이다. 모든 부문에서 남보다 우위에 설 수는 없다. 국내 산업 기반과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고려해 원점에서 옥석을 구분해야 한다. 코로나19는 글로벌 시장을 디지털 경제로 빠르게 전이시키고 있지만, 코로나 이전과 이후가 완전히 다르다.
 
일례로 공유경제는 후퇴하고, IT 플랫폼 시장이 급성장한다. 미국과 중국이 이 경쟁의 선단에 있으며, 우리는 이들과 무모한 규모의 경쟁을 할 것이 아니라 전략적 합종연횡에 치중해야 한다. 특히 우리에게 강점이 있는 IT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시티에 사활을 걸 필요가 있다. 미·중 마찰로 나타나고 있는 글로벌 경제 질서의 재편과 그 과정에서 우리에게 얻을 반사 이익과 손해까지 시야에 넣어야 한다. 문제는 그린 뉴딜이다.
 
나치게 정치나 진영 논리에 함몰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글로벌 트렌드와 우리 내부의 축적된 경쟁력을 고려해야 한다. 일시적으로 원전 공포감이 있었지만 최근 대다수 국가에서 신재생 에너지의 중요한 포트폴리오로 다시 자리매김하는 추세다.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우리 원전 기술이 사장되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다. 한국판 뉴딜에서 저렴하면서도 양질의 전력 인프라 확충은 경쟁 구도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이슈다.
 
셋째는 뉴딜을 성공시키기 위한 생태계의 복원과 확대이다. 규제 철폐와도 연결이 돼 있지만, 프로젝트 초기 단계부터 살아나지 않으면 결국 용두사미가 되고 만다. 수도권뿐만 아니라 지방에서도 우후죽순처럼 뉴딜 프로젝트에 덤벼들 태세다. 이 과정에서 각각의 기반과 특성을 살리지 못하고 천편일률적으로 흐르지 않을까 우려가 벌써 나온다. 프로젝트 숙주에 기생하는 좀비의 출현을 원천적으로 봉쇄해야 한다. 기업·사람·자금이 몰려드는 인바운드 경제로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 이를 위한 실질적인 당근이 필요하다.
 
해외에 나가 있는 기업을 국내로 유턴시킬 수 있어야 하며, 해외투자 유치에도 다시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창업에 불을 지펴야 하며, 대기업과 다수의 스타트업들이 생태계로 속속 진입할 수 있도록 문호를 활짝 열어야 한다. 토종뿐만 아니라 낯선 피부가 더 많이 눈에 띄어야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 디지털 기술의 글로벌 선두주자인 이스라엘을 벤치마킹, 대학과 군대의 창업이 늘어날 수 있도록 사고의 일대 전환이 필요하다. 혁신은 구호가 아니다. 한국판 뉴딜은 한국이 혁신국가로 탈바꿈할 수 있는가를 시험하는 큰 분수령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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