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공모주 배정제도 개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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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공모주 배정제도 개선해야

한원석 기자페이지 + 입력 2020-09-17 00:02:45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전 세계 증권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한때 3만선에 육박하던 미국의 다우존스 지수도 코로나 팬데믹 이후인 올해 3월 23일 1만9000선이 무너졌다가 최근 2만9000선까지 올라갔다. 코로나 사태 이후 폭락했던 일본의 니케이225 지수나 중국의 상해종합지수, 독일의 DAX 지수 등도 이전의 수치를 회복했다.

이렇게 주식시장이 다시 활황세를 보인 데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다. 그중 하나로 전 세계적으로 벌어진 개인들의 주식투자 열풍이 꼽힌다. 자본주의 종주국 미국의 경우 ‘로빈후드’라는 증권거래 앱이 1등 공신이다. 2015년 나온 ‘로빈후드’는 ‘COMMISSION ZERO(수수료 무료)’를 무기로 내세워 불과 5년여 만인 올해 5월말 현재 가입자 수가 1300만명에 이른다. 대부분 소액투자자인 이들은 ‘로빈후드 트레이더’라고 불린다.

실제로 애플이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인 아람코에 이어 역사상 두 번째로 시가총액(시총) 2조달러(약 2352조원)라는 고지를 밟은 데에는 이러한 개인투자자들의 시장 참여가 한몫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울러 아마존, 페이스북,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 테슬라 등의 시총도 빠르게 올랐다.

우리나라에는 한국판 ‘로빈후드 트레이더’인 이른바 ‘동학개미’ 열풍이 불었다. 그동안 외국인과 기관의 공매도에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던 개미투자자들은 코로나 사태 이후 공매도 금지조치가 취해지면서 무섭게 주식을 매수하기 시작했다. 그 영향으로 1500선이 무너졌던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이달 15일 종가 기준 2440선을 돌파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가 일어나기 전이던 2월 14일의 2243.59보다 높은 지수다.

이렇게 주식시장이 활황세를 보이면서 시중 자금도 주식시장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공모주에 대한 관심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최근 공모주 열풍을 낳은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는 연이어 역대 최대 청약액을 경신하며 신화를 새로 썼다. 하지만 예상보다 낮은 배정물량으로 인해 시초가 2배에 상장 당일 상한가를 의미하는 ‘따상’을 기록하더라도 수익은 예상보다 훨씬 적을 수밖에 없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의 공모가 50%인 청약증거금으로 1억원을 낸 개인투자자가 손에 쥘 수 있는 주식은 각각 12주와 5주에 불과했다. 공모주 물량은 한정돼 있는데 경쟁률이 수천대 1로 치솟으면서 실제 배정물량은 한줌에 불과했다. 청약증거금에 비례해 공모주를 배정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불만을 품은 개인투자자들이 금융당국을 상대로 공모주 배정 비중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행 제도는 신규 상장기업의 공모주 20% 이상을 개인에게 의무적으로 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그 밖에는 증권사 자율에 맡기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상장 주관사들이 개인에게 배정하는 비율은 딱 20%에 불과하다. 형평성 논란이 생길 수 있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일본과 홍콩 등은 소액청약에 대한 배정물량 비율을 고액청약보다 높게 둬 일반국민들에게 주식투자 참여의 기회를 고루 제공한다. 특히 홍콩·싱가포르 등은 복수계좌 청약금지를 전제로 일반청약자에 대해 의무배정을 하고 있다. 고액청약자가 소액 분산청약이라는 편법을 활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공모주와 관련된 문제제기가 이어지자 금융당국도 현행 제도를 개편해야 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한 간담회에서 “현행 개인투자자간 배정방식은 고액자산가일수록 유리하다”며 개편에 무게를 실었다. 이밖에도 △복수계좌 청약금지 △소액청약자 우대 △추첨제 방식 등 여러 안을 다양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암울했던 증시 상황을 바꾼 우리 증시 활황의 주역인 ‘동학개미’에 대한 역차별을 막고 일반인에게 증시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 부자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기회의 평등’은 이번 문재인 정부의 국정 철학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금융당국의 빠른 결단을 기대한다.

한원석 wsha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