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의 김종인과 흔들리는 정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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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의 김종인과 흔들리는 정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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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우 기자페이지 + 입력 2020-09-23 00:02:46

9월 정기국회를 맞이해 여야가 분주하다. 21대 국회가 처음으로 맞이하는 정기국회인 만큼 원내정당은 철저한 준비를 통해 경쟁 정당과 차별화를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나름의 존재감을 발현해야 향후 국정운영에서의 우위는 물론 다가오는 재보궐선거와 대선 등에서 유리한 입지를 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 재보궐선거와 대선 승리가 필수적인 국민의힘의 경우 이번 정기국회에 역량을 집중하는 모양새다. 거대여당의 맞설 수 있는 제1야당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한편 여권인사들의 각종 의혹들을 규명하는데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이 대안정당으로의 존재감을 발현하기 위한 잰걸음을 이어가고 있지만 보수정당의 색체를 잃어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오히려 제1야당이 집권여당에 화답하는 모양새로 흘러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우려의 중심에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위원장이 서 있다. 흔들리는 당을 재건해야 한다는 특명을 받아들고 비대위원장 자리를 수락한 김 위원장이 보수정당의 색채를 희석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파괴적 혁신을 주창하며 정강·정책을 손보는 등 좌클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물론 김 위원장의 행보를 통해 국민의힘이 국민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지만 당의 정체성을 훼손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특히 더불어민주당(민주당)과 차별화를 시도해야할 9월 정기국회에서 민주당의 법안인 공정거래3법(공정거래법·상법·금융그룹감독법) 처리에 화답하고 있는 상황이여서 논란이 거세지는 분위기다.

자유시장경제 수호를 기치로 내건 보수정당의 수장이 기업 활동을 저해할 수 있는 법안 처리에 ‘일단 동의했다’는 것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당 내에서도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김 위원장의 찬성이) 정부안에 대한 찬성이라고 보면 안 된다”며 “다중대표소송,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등 쟁점 하나하나를 다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법제사법위원회 간사인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은 “다중대표소송이나 감사위원 분리선임 제도는 찬반 양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며 “찬성과 반대 쪽 입장을 모두 듣는 공청회와 간담회를 열고 심도 있게 숙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당의 상징인 당 색을 두고도 당내 이견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 당초 국민의힘은 다양성과 포용성의 의미를 담아 빨강·노랑·파랑 3색 혼용안을 채택할 것으로 보였으나 타 정당의 색과 겹친다는 이유로 발표를 연기했다. 김 위원장은 혼용을 선호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당내 반발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시대가 바뀜에 따라 당의 정책과 노선도 바뀔 수 있다. 하지만 무작정 따라가는 변화는 당의 정체성을 흔들뿐이다. 또 변화의 과정에서 구성원들의 동의를 받지 못한다면 그 역시 당의 존립을 위험하게 만드는 요소일 뿐이다.

김 위원장이 파괴적 혁신을 주장했지만 국민의힘은 별다른 색채가 없는 회색의 정당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있는 것 같다. 보수정당의 부활을 선언했다면 그에 맞는 행보가 필수적이다. 9월 정기국회에서 국민의힘이 해야할 일은 새로운 보수정당의 색채를 적립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조성우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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