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보톡스 업체 간 끝나지 않는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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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데일리 기자수첩

오창영 기자페이지 + 입력 2020-09-24 00:02:06

지난 7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주면서 사실상 대웅제약과 메디톡스 간 보툴리눔 균주 분쟁이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런데 ITC가 최종 판결이 두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당시 내렸던 예비판결을 뒤엎고 해당 사안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이번 ITC의 결정이 업계에 전해지자 대웅제약과 메디톡스 간 분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에 대웅제약은 ITC의 재검토로 예비판결을 뒤집고 최종 결정에서 승소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보이고 있다. 반면 메디톡스는 통상적 절차일 뿐이라고 업계의 우려를 경계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 대웅제약과 메디톡스 간 보툴리눔 균주 원료 도용 분쟁을 다루는 예비판결에서 메디톡스에 승리를 선언했던 미국 ITC는 대웅제약이 제기한 이의 신청을 받아 들여 해당 사안을 재검토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메디톡스와 미국 기업 엘러간은 지난해 2월 대웅제약과 미국 판매사인 에볼루스를 미국 ITC에 제소했다.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 원료를 도용했다는 이유에서다.

해당 사안을 오랜 기간 검토한 미국 ITC는 지난 7월 예비판결에서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공정 등 영업 비밀을 도용했다며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줬다. 이어 향후 10년간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에 대해 미국 수입 금지 명령을 내렸다. 법적 구속력이 없는 권고 사항이긴 하지만 ITC의 명령으로 인해 나보타의 미국 수출에는 상당한 제약이 생기고 말았다.

대웅제약은 미국에서 벌이던 나보타의 사업을 중단해야 할 위기에 처했다. 나보타가 미국 시장에 진출한 지 1년 만에 강제로 철수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 수년 내 1000억원 이상의 수익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만큼 ITC의 예비판결은 대웅제약에 큰 악재와도 다르지 않다.

이에 대웅제약은 “메디톡스의 일방적인 주장을 토대로 한 추론에 기반한 오판이다”고 강력히 반박했다. 이어 예비판결에 대한 이의 신청서를 ITC에 제출했다.

해당 신청서에는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 공정을 도용하지 않았다는 반박 내용과 함께 이 사안이 ITC 관할에 해당하는지, 미국 국내산업 요건을 충족하는지에 대한 문제 제기가 담겼다.

대웅제약은 “외국 회사가 보유한 외국 영업 비밀에 대한 분쟁은 ITC의 관할권을 넘어서는 것이다”며 “ITC 행정판사는 본 사건에 대한 관할권을 잘못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또 “보툴리눔 균주는 지금은 물론 과거에도 쉽게 구할 수 있어 영업 비밀이 성립할 수 없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대웅제약이 ITC의 관할권을 지적하는 등 예비판결에 대해 강하게 이의를 제기하자 ITC는 대웅제약과 메디톡스 간 보툴리눔 균주 분쟁을 다시 들여다보기로 결정한 것이다.

미국 ITC는 대웅제약의 이의 제기를 살펴보고 예비판결의 법적 규제 조치를 검토할 예정이다. 또 행정판사가 내린 나보타에 대한 10년 간 수입 금지 명령이 적정한 수준에서 이루어진 것인지에 대해서도 검토키로 했다. 이번 재검토를 거쳐 ITC는 현지시간으로 오는 11월 6일 최종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대웅제약은 ITC가 관할권, 미국 국내산업 요건 등 법리적인 쟁점뿐만 아니라 균주와 제조 공정의 도용 여부에 대해서도 재검토 결정을 내린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잘못된 예비판결을 재검토하기로 한 ITC의 결정에 기쁘게 생각한다”며 “예비판결의 오류를 바로잡아 최종판결에서도 반드시 승소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메디톡스는 ITC가 예비판결에 대해 재검토를 하는 것은 통상적이고 일반적인 절차라는 입장이다. 메디톡스에 따르면 5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ITC는 1명이라도 이의 제기를 수용키로 결정하면 해당 사안을 재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ITC가 예비 판결의 일부를 재검토하는 것은 ITC 소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통상적이고 일반적인 절차다”며 “이를 통해 예비 판결이 바뀌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못박았다.

미국 ITC의 예비판결 재검토 결정을 해석하는 관점을 놓고 두 제약사의 입장이 극명하게 갈리는 가운데 결과적으로 두 제약사 간 보툴리눔 균주 분쟁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최종판결이 내려질 11월까지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대치 상황은 더욱 첨예해질 것으로 보인다.

대웅제약은 최종판결에서 꼭 승리하겠다고 다짐하고 있으나 판결이 내려지려면 아직 한달 보름 가까운 기간을 더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예비판결 이후부터 즉시 발효된 나보타의 미국 수입 금지 명령은 여전히 유효하기에 전 세계 보톡스 시장에서 대웅제약의 입지는 그 사이 더 위축될 것으로 예측된다. 나보타가 최종판결 전까지 시장점유율을 지켜 나가기에 무리가 따를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메디톡스는 미국 시장 진출을 꿈꾸고 있지만 7년이 지난 지금도 메디톡신의 미국 FDA 허가가 계속 늦어져 아직 임상시험 단계에 머물러 있다. 당장 메디톡신을 통한 수익은 꿈꿀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결국 대웅제약과 메디톡스 간 보툴리눔 균주 분쟁의 결과는 최종판결 내용을 확인해 봐야 알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오랜 분쟁으로 전 세계 보톡스 시장에서 두 제약사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두 제약사가 대화를 통해 해당 분쟁을 현명하게 해결할 수 있었다면 좋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는 오늘이다.

[오창영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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