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을 호령한 정복군주 동성왕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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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을 호령한 정복군주 동성왕③

백제를 대표한 모도왕은 대륙 분국의 우현왕

정재수 필진페이지 + 입력 2020-09-27 16:30:13

모도왕은 대륙 백제군의 우현왕

중국 사서 『양서』에 백제왕의 계보가 나온다. ‘여비(餘毗)가 죽고 그의 아들 경(慶)이 보위에 올랐다. 경이 죽고 그의 아들 모도(牟都)가 보위에 올랐다. 모도가 죽고 그의 아들 모대(牟大)가 보위에 올랐다.’ 왕통이 이어지는 계보가 비유왕(여비)→개로왕(여경)→모도왕→동성왕(모대) 순이다. 이는 『삼국사기』의 왕통계보인 비유왕→개로왕→문주왕→삼근왕→동성왕 순과는 다르다. 모도(牟都)왕은 누구일까?

대체적으로 『삼국사기』 계보설정에 맞춰 문주왕을 모도왕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특히 이전 개로왕 시기인 458년(개로4) 유송황제로부터 장군 군호를 받은 11명 중 보국장군 여도(餘都)를 모도(牟都)로 추정한다. 여도가 모도이며 문주왕이라는 해석이다. 과연 그럴까?

『삼국사기』는 『책부원귀』 기록을 인용해 모도왕의 존재를 언급한다. 모도왕은 480년 남제(南齊)에 사신을 파견해 ‘사지절도독백제제군사진동대장군’의 관작을 받는다(冊府元龜云南濟建元二年百濟王牟都遣使貢獻詔曰寶命惟新澤被絶域牟都世蕃東表守職遐外可卽授使持節都督百濟諸軍事鎭東大將軍). 이는 모도왕이 문주왕이 될 수 없는 결정적 증거이다. 문주왕은 모도왕이 관작을 받기 이전인 477년에 이미 사망한다. 김부식 또한 모도왕이 백제왕이 된 사실이 없다고 설명한다(三韓古記無牟都爲王之事). 그럼에도 학계는 동성왕이 훗날 모도를 왕으로 추증했다는 ‘모도왕 추증설’과 『삼국사기』가 계보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빠뜨렸다는 ‘모도왕 누락설’ 등을 내세운다.

필자는 둘 다 잘못된 해석이라고 본다. 대륙사서 『양서』 기록과 『삼국사기』 기록을 억지로 꿰어 맞춘 것이다. 모도왕은 한반도 백제왕이 아닌 대륙 요서지방 백제군(百濟郡)의 왕이다.

당시 백제 강역은 한반도와 대륙으로 나뉜다. 한반도는 중앙정부가 소재한 충청도 본국과 좌현왕 관할지인 전라도 지역으로 구분되며, 대륙은 우현왕의 관할지인 요서지방의 백제군이 있다. 대륙 백제군은 일종의 분국이다. 모도왕은 바로 백제 분국왕(우현왕)이다.

모도왕, 백제 대표권 일시적 행사

그렇다면 모도왕은 무슨 연유로 남제로부터 관작을 받은 것일까? 거슬러 올라가면 백제(본국)는 475년 장수왕의 남벌전쟁으로 개로왕 일족이 몰락하며 한성을 포함한 경기도 지역을 소실한다. 급히 웅진(공주)으로 천도한 문주왕과 뒤를 이은 아들 삼근왕이 연거푸 단명하며 백제 부여씨왕조는 최대위기를 맞이한다. 이때 야마토 웅략(유라쿠)왕의 후원에 힘입어 동성왕이 즉위하지만 본국의 위상과 역할은 추락할 대로 추락한다. 그래서 당시 우현왕인 대륙 백제군 모도왕이 일시적으로나마 백제를 대표하여 관작을 받는다. 다만 남제는 모도왕에게 ‘진동대장군’의 군호는 수여하나 ‘백제왕’의 관작은 주지 않는다. 이는 모도왕이 백제(본국) 왕이 아니라 분국(백제군) 왕이기 때문이다.

▲ 백제-북위 1차 전쟁(서기 484년) : 모도왕 사망 [출처=필자제공]

모도왕은 관작을 받은 4년 후인 484년 북위의 공격을 받는다. 대륙사서 『건강실록』은 ‘영명2년(484년) 위(魏) 오랑캐(북위)가 백제왕 변도弁都(모도)를 크게 파하였다.[永明二年魏虜征之大破百濟王弁都]’고 짤막하게 기록한다. 백제-북위의 1차 전쟁이다. 전후사정에 대한 구체적인 기록이 없어 상세한 내막은 알 수 없으나 이때 모도왕은 북위에 패하며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동성왕은 모도왕이 사망하면서 본국 백제의 위상과 대표권을 회복한다. 그리고 동성왕은 모도왕의 복수를 위해 북위 정벌을 준비하며 이제 자신이 직접 군사를 이끌고 황해바다를 건너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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