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최근 10년간 35.4조 환손실 숨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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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부상 당기순익 32.9조, 실제론 4.1조 지적 나와
정성호 의원 “한은 경영상태 심각 왜곡… 위험 숨겨져 당국·국민 판단 흐려”

한원석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0-10-18 18:26:00

▲ 한국은행(한은)이 최근 10년간 35조4000억원의 환손실을 숨겼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따르면 같은 기간 32조9000억원인 당기순이익이 실제로 4조1000억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스카이데일리

한국은행(한은)이 최근 10년간 총 35조4000억원의 외국환 평가손실을 입었음에도 이를 숨긴 채 당기순익 33조원을 거뒀다고 공표한 것이란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1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한은은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공시한 당기순이익은 약 32조9000억원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기간중 외환 평가손익을 반영하면 한은의 실제 당기순이익은 4조1000억원에 그쳤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일반적인 회계기준에 따르면, 외환 손익은 매년 연말에 손실 혹은 이익으로 인식해야 한다. 외국환거래법 시행령 제27조와 과 국가회계법 등 관련법에서도 ‘외평기금이 보유하는 외화자금의 손익은 결산기에 평가손익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한은은 자체 회계규정 제48조에 따라 ‘외환평가조정금 계정’ 항목을 만들어 자산변동에 계상하고 이연시키는 식으로 처리하고 있다. 한은은 “환율 변동에 따라 발생하는 평가손익을 기간손익으로 인식할 경우 당행 수지 및 외환보유액에 급격한 변동을 야기할 수 있다”고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성호 의원실은 “외환보유액은 달러화로 표시되기 때문에 손익으로 인식하더라도 영향이 없으며 한은의 원화 표시 손익 수지만 변동된다”며 “(한은이) 수지변동을 꺼리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환율평가손익이 손익으로 계상되지 않음에 따라 한은의 당기순이익은 2010년 3조5000원에서 지난해 5조3000원으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한은은 2019년 기준 총 3900억달러(약 455조원)에 달하는 외화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중 450억달러는 외평기금에서 위탁받은 돈이다.

정 의원은 “지난 10년간 한은의 외국환 평가손실이 35조4000억원이나 발생했음에도 이를 손익으로 실현하지 않아 한은의 경영상태가 심각하게 왜곡됐고, 외환 보유에 따른 위험이 숨겨져 정책당국이나 국민의 외환보유 관련 판단을 흐린 것이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앞으로 재무현황을 발표할 때 외국환 평가손익을 보다 구체적이고 비중있게 공표해 외환·재정·무역·자본시장 정책 등 국가의 중요정책이 신중하게 수립·집행되도록 제도를 개선하라”고 촉구했다.

[한원석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한원석 기자 wsha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