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과 文의 시간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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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과 文의 시간은 다르다

조성우 기자페이지 + 입력 2020-11-11 00:02:45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미국 대선이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당선으로 막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 불복을 선언하며 소송전을 준비하고 있어 아직까지 명확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279명의 선거인단, 7000만표 이상을 획득한 바이든 당선인의 백악관행을 막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상 바이든 시대의 막이 오른 가운데 우리나라는 바이든 행정부와 합을 맞춰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재가동한다는 입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바이든 당선인과 다방면 소통을 강조하며 한반도 평화정착에 나서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한반도 생명·안전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는 것과 함께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할 준비가 돼 있다”며 “한미 간 튼튼한 공조와 함께 남과 북이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해나갈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역시 바이든 당선인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한미 양국이 외교안보, 경제통상 분야 등에서 호혜적 협력을 강화하면서 특히 한반도 평화정착을 실질적으로 진전시키도록 미리 준비하겠다”며 “미국의 새 행정부 인사들과 네트워크를 쌓고 정책을 사전 조율하는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여야 초당외교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여당이 바이든 당선인이 한반도 평화 도래에 큰 힘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오히려 바이든 시대가 ‘한반도의 신냉전’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흘러나오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집권 시절 부통령을 지낸 바이든 당선인은 바텀업(상향식) 방식의 의사소통을 중시한다. 실무협상을 통해 어느 정도 조율을 끝내야 협상 테이블을 차릴 가능성이 크다는 예측이다.

하지만 이 같은 방식은 북한이 가장 싫어하는 방식으로 알려져 있다. 실무협상 과정에서 비핵화 검증 등이 쟁점이 될 것이 뻔하기 때문에 북한이 꺼려한다는 것이다. 결국 협상테이블까지 나오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바이든 당선인은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원칙을 중요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미국의 입장과 부합하는 북한의 입장 피력이나 행동이 나오지 않을 경우 협상 테이블조차 차려지지 않을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의 바텀업 방식은 문재인 정부에도 좋을 것이 없다는 것이 외교·안보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1년 남짓의 임기를 남겨둔 문 대통령은 하루빨리 한반도 평화 및 북한의 비핵화 성과를 도출해야 하는데 실무협상을 중시하는 바이든 당선인의 성향상 빠른 성과 도출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자리 잡기까지의 시간과 북한과의 실무협상 기간을 고려했을 때 아무리 빨라도 내년 초께 미국과 북한이 만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때는 이미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기 때문에 미국과 북한 모두 문 대통령이 아닌 차기 대통령을 기다릴 것이라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이제 막 바이든 시대의 시간을 시작하는 미국과 문재인 시대의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우리나라의 시간은 다르다. 문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 시대의 도래를 원한다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기조에 발맞춰 바이든 행정부와의 공조를 하는 방법뿐이다.

시간이 많이 없다. 그간의 저자세 외교가 아닌 미국과 함께 완전한 비핵화 기조에 동참해야만이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조성우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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