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에 오른 코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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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에 오른 코로나

낯섬과 익숙함, 균형잡기가 필요할때
무대예술 가치, 잃어버림을 잊지말자
성찰을 바탕으로한 미래 모색이 해답

이주영 필진페이지 + 입력 2020-12-02 12:21:20

잃었다. 한 순간이다. 팬데믹이 전 세계를 뒤덮고 있다. 세계보건기구가 선포한 팬데믹 주요 사례로는 홍콩독감(1968), 신종플루(2009) 그리고 현재까지 유행하고 있는 코로나19(2020) 등 다양하다. 하지만 코로나19 상황은 특별하다. 일상을 잃어버리게 했다. 전 세계가 마스크 속에 갇힌 형국이다.

무대예술 또한 예외가 아니다. 현장성이 생명인 극장의 팽팽한 공간감과 무대미학이 빚어내는 미장센을 느낄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 정부 정책이 시행되면서 극장은 문을 닫거나 극장을 오픈하더라도 객석 거리두기를 시행하는 등 평상 시 극장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 연출된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이 길어지면서 생겨난 공연계의 대체재이자 보완재는 온라인 생중계, 무관중 영상 녹화 제작 등을 들 수 있다. 공연은 팬데믹으로 인해 제 자리를 잃었다. 그 자리를 언택트(Untact)가 차지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무대예술의 일상은 새로운 도전의 연속이다. 그 도전은 잃음과 얻음의 경계를 넘나든다.

올해 10월에 있었던 포럼과 국제컨퍼런스에서 패널로 참석한 필자는 코로나 환경 속 공연예술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공통분모가 존재했다. 성찰과 미래로 압축할 수 있다. 춘천 하중도 생태공원 내 야외 라운드테이블에서 개최된 <어바웃 타임 중도 문화도시 포럼>에서 주목한 지점은 ‘코로나 환경 속 사라진 무대에서 시민들이 잃어버린 것은 무엇인가’를 추적하는 일이었다.

통상 무대예술을 언급할 때 예술가, 예술단체를 먼저 생각하게 마련이다. 공급자이자 생산자인 예술가의 존재와 예술 행위가 기본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포럼을 통해 수요자이자 향유자인 시민을 무대 위로 끌어낸 것은 유의미했다.

시민은 국가 사회 구성원이라는 사전적, 광의적 의미를 지닌다. 무대예술로 제한하자면, 관객이라고 볼 수 있다. 관객은 대상이자 대상체다. 하지만 이를 주체, 주체자로 치환하는 노력이 동시에 필요하다. 관객이 잃어버린 것은 무대라는 장소와 환경, 무대 속 작품, 무대 속 배우와 연주자, 극장과 축제 등 현장에서 만나는 사람까지 다양하다.

요체는 작품이다. 호흡과 교감을 생명으로 하는 현장예술의 미덕은 꼬리만 보인채 제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연을 볼 수 없다는 것, 현장의 숨소리, 배우와 무용수의 눈빛과 에너지를 만끽할 수 없는 ‘기회 부재’는 잃어버림 그 자체다.

▲ 사진은 10월 23일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대학교에서 ‘코로나 이후, 국제교류 경향과 전망’을 주제로 열린 IDANS 기조발제 장면. [사진=필자제공]

공연예술 국제교류 상황도 결을 같이한다. 교류의 핵은 잇기와 나누기다. 공연예술 국제교류는 지역과 대상이 로컬을 벗어난 상황에서 진행되는 특수성이 있다.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대학교 국제 세미나실에서 진행된 세미나는 ‘코로나 이후, 국제교류 경향과 전망’을 주제로 줌을 통해 논의했다.

기조발제를 시작으로 세 개의 발제과 지정토론이 이어졌다. 발제 중 중국 상하이 국제무용센터 프로젝트 디렉터인 사브리나 첸 리는 팬데믹 상황 속에서 우리가 성찰해야 할 지점을 정확하게 진단했다. 코로나로 인해 일상이 무너지고, 극장은 문을 닫으며, 공연이 취소되는 일들이 생겼다는 것이다.

국제교류 또한 예외가 아니다. 교류가 이루어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이럴 때 일수록 내적 상황을 균형감있게 보자는 측면은 설득력 강하다. 사브리나가 ‘위기는 기회’란 말을 언급했듯, 팬데믹 상황에서 독립 무용단체들을 극장으로 발길을 유도하고 관객 또한 무용가들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은 좋은 예다.

또한 국제교류가 어려운 상황 속에서 국내에 적극적으로 눈을 돌려 작품과 관객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향후 국제교류 진작을 위한 자양분이 된다. 내실을 다진다는 측면에서 의미있다. 조화와 균형의 강조다.

코로나가 무대에 올랐다.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가 중요하다. 무대예술은 현장성, 장소성, 대면성을 근간으로 한다. 이제는 지경이 넓혀진 상황 속에서 낯섬과 익숙함의 균형 잡기가 중하다. 성찰과 탐색을 통해 긴 안갯 속을 터벅터벅 걸어가야만 한다.

결국 무대예술의 가치 존속이다. 예술은 작품만을 말하지 않는다. 장르를 불문하고, 제작 과정 매 마디마디마다 영혼이 투영된 미의 산실이기 때문이다. 미적 체험인 공연 관람을 넘어 예술이 제공하는, 아니 예술과 동행하는 시간이 사라진 것에 대해 우리는 슬퍼하고 안타까워한다. 무대예술의 가치, 그 잃어버림을 잊어버리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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