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는 극복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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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는 극복하는 것이 아니다

홍승의 기자페이지 + 입력 2020-11-17 00:02:14

지난달 청각장애인 플로리스트 겸 작가 황민아씨를 만나서 인터뷰를 했다. 그가 무수히 많이 듣는 질문이 ‘장애를 극복한 사례가 있나요?’라는 것이다.

그는 아주 어렸을 때 청력을 잃어 지금 주어진 상황이 당연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그가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장애는 가난이나 성적처럼 내 의지로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의 말처럼 극복이라는 말은 후천적인 노력에 의해 바꿀 수 있는 것들에 해당한다. 가난을 극복하고 자수성가로 성공한 사람, 또는 성적이 매우 나빴다가 불굴의 의지와 노력으로 좋은 성적을 받은 학생에게는 극복이라는 단어가 자연스럽다. 청각장애인 황씨는 “요즘 의학 기술의 발달로 많은 청각장애인들이 들을 수 있고 의사소통이 가능하지만 그래도 나는 비장애인만큼 잘 들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황씨가 자신의 장애를 극복할 수 없는 것이라 인정한 것처럼 선천적으로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많은 사람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을 악조건이라고 생각하고 벗어나려고 시도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사회는 꼭 장애를 장애인들의 성공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보고 그것을 극복해야 한다는 분위기를 만든다.

그는 “대중 매체에서 흔히 장애의 극복을 말하는데, 사실 장애인에게 있어 ‘극복’이란 비장애인의 영역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닌 개인에게 주어진 조건에서 최선을 다해 자기계발을 하고 성취를 얻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장애인의 성공은 개인의 성공이 아닌 ‘장애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개인의 성취 또는 자기계발에 장애 극복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정작 평가받아야 할 대상이 개인에서 장애로 넘어간다.

차별은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타는 것과 같아서 조금만 부주의하거나 무지하면 나도 모르게 차별을 할 수 있다. 또한 차별이라는 것이 본인이 직접 당하지 않으면 그것이 차별인지 아닌지 가늠하기도 어렵다. 장애에 대한 차별도 그렇다. 장애를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 장애를 악조건이라 정의하고 장애인에 대해 평가를 내리는 것 또한 차별이 될 수 있다.

기자는 예전에 시각장애를 가진 학생의 국어 학습 지도를 도와주는 봉사활동을 한적이 있었다. 매번 수업을 하기 전에 음료수를 사오는 학생이었는데 학교 근처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사는 모습을 보고 학생에게 다가갔다. 대신 계산을 해주고 도와주려하자 학생이 자신이 할 수 있다며 괜찮다고 했었다.

편의점에서 물건을 사는 것은 학생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몸이 불편하니 당연히 도와줘야지란 생각에 혼자 판단한 것이다. 종종 편견에서 과도한 배려나 칭찬이 나오기도 한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이었다.

사고에서 행동이 나오기 때문에 차별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자칫 우를 범하기 십상이다. 인종차별 또는 성차별도 마찬가지다. 편견이나 고정관념에서 나온 표현은 칭찬이라 하더라도 명백한 차별이다. ‘장애인의 성공’이 아닌 ‘개인의 성공’으로 장애보다 개인이 조명받는 사회가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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