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민 전락한 무주택자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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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난민 전락한 무주택자의 눈물

문용균 기자페이지 + 입력 2020-11-23 00:02:00

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 30대 남성 A씨는 부모님의 도움 없이 결혼, 20대 중반부터 몇 년간 모은 돈으로 4년 전 경기도 소재 소형 아파트에 전세로 들어갔다. 우리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평범한 가장인 그는 아이가 한 명, 두 명 생기며 더 넓은 평수의 아파트로 이사를 계획했지만 갈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몇 년 사이 매매는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이 됐고 아파트 전세도 급등해 더 넓은 집으로 가려면 빌라를 알아봐야 하는 상황이 됐다. 그는 젊은이가 열심히 일하고 아이들을 키우며 집을 넓혀 나가야 하는데 ‘나라가 거꾸로 돌아가는 것 같다’고 울분을 토했다.

청약통장을 사용해 3기 신도시에 도전하기에도 부담이 크다. 출퇴근 거리가 멀어지는데다 당장 인천, 하남, 남양주 등으로 이사를 해야 하는데 그 곳도 만만치 않은 전세가격을 형성하고 있어서다.

B씨는 결혼을 앞둔 30대 초반 남성이다. 그는 서울의 한 오피스텔에 전세로 거주하고 있다. B씨는 코로나19(코로나) 확산으로 결혼식이 미뤄진데다 전셋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 심적으로 지친 상태라고 전했다. 그는 경기도로의 이사도 계획하고 있다. 무리해서라도 집을 사야 할지 심각한 고민에 빠진 상황이다.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 상한제 도입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 온 부동산 관련 글들을 읽으며 참담한 심정이 든다.

이처럼 세입자들의 어려운 상황은 전세시장 통계로 잘 나타난다. 한국감정원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달 16일 기준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133.3으로 2012년 통계 집계 이후 가장 악화됐다. 지수가 100을 넘으면 전셋집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는 뜻이다.

전세수급지수는 올 6월 110을 넘지 않았으나 7월과 8월을 거치면서 120을 넘었고, 이달 들어서는 130 마저 훌쩍 뛰어넘어 고공행진 중이다.

경기도 역시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다. 7월 27일 109.1, 9월 28일 기준 116.8을 마크한 뒤 이달 16일엔 121.9를 기록했다.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부동산 업계 안팎에선 적어도 내년까진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책 방향을 수정하는 것이 최고의 대책이라는 전문가들의 조언이 있었지만 최근 정부가 기조를 밀고 나가며 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아파트가 아닌 소형 공공임대·다세대·오피스텔 등을 공급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무주택자의 서러움을 뼈저리게 느낀 이들은 더욱 더 내 집 마련에 혈안이 될 것이다. 좋은 집에 살고 싶은 인간 기본의 욕망을 무시한 부동산 정책이 불러 올 나비효과가 두렵다.

[문용균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문용균 ykmoo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