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수 신임 은행연합회장에게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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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 신임 은행연합회장에게 바란다

한원석 기자페이지 + 입력 2020-11-26 00:02:16

김광수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차기 은행연합회장으로 23일 확정됐다. 오는 27일 차기 회장 선출을 위한 사원총회를 거쳐 다음달 1일 정식으로 취임할 예정이다.

은행연합회는 김광수 신임 회장의 선임 이유로 오랜 경륜과 은행산업에 대한 탁월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 및 디지털 전환 등 대내외 불확실성에 직면한 은행 산업의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란 점을 들었다.

이번 선출에 대해 금융권에서 절묘한 선출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 차기 회장이 회장 후보군에서 민과 관 경력을 모두 가진 사실상 유일한 후보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도 사퇴한 이대훈 전 농협은행장을 제외하더라도, 후보에 오른 사람들이 은행권에 잔뼈가 굵거나 정치인, 관료 출신이었다. 김병호 전 하나금융그룹 부회장, 민병덕 전 KB국민은행장, 신상훈 전 신한금융그룹 사장은 정통 ‘뱅커’ 출신이고, 민병두 전 국회 정무위원장은 정치인, 이정환 주택금융공사 사장은 기획재정부 관료 출신으로 총선에 두 차례 출마한 경력이 있다.

이에 비해 김광수 신임 회장은 관과 민을 두루 거쳤다.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과 과장,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장, 금융정보분석원장 등을 지냈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에 근무하기도 했다. 퇴직 이후 법무법인 율촌 고문을 거쳐 2018년부터 NH농협금융 회장을 맡으면서 민간 경력도 갖고 있다.

김광수 신임 회장 앞에는 많은 과제들이 쌓여 있다. 당장 사모펀드 사태로 인해 은행권 최고경영자(CEO)들에 대한 금융당국의 중징계가 내려질 것에 대비해야 한다. 금융감독원은 다음달부터 라임 펀드와 관련해 신한·우리·하나은행 같은 주요 은행들에 대한 제재심의위원회를 열 예정이다. 앞서 라임 펀드를 판매한 증권사 전·현직 CEO와 임원진에게 면직과 직무정지 조치가 내려졌기에 은행에 대해서도 중징계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업계에서는 은행연합회장이 금융당국의 제재를 막을 수 있는 권한은 없지만, 제재가 이뤄져 소송전이 벌어질 경우 협회 차원에서 나설 것이란 기대감을 품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김 신임 회장이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행정고시 27회 동기라는 점도 선임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카카오와 네이버 등 ‘빅테크’ 기업들의 금융업 진출로 인한 디지털 플랫폼 전쟁도 숙제다. 엄청난 고객베이스를 바탕으로 한 강력한 플랫폼과 디지털금융에 적합한 IT시스템, 풍부한 데이터로 무장한 이들 기업에 맞서 은행만이 가지고 있는 강점을 기반으로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앞장서야 하는 무거운 짐을 지고 있다.

또한 위법계약 해지권, 분쟁조정 이탈 금지, 설명의무 관련 손해배상에 대한 입증책임 전환 등의 내용을 담은 금융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내년 3월 시행되는 것에 발맞춰 이를 제대로 정착시키는 과제도 있다.

이 밖에도 ‘한국판 뉴딜 정책’을 지원하기 위한 범 은행권의 70조원 지원계획에 대해서도 대응해야 한다. 은행 오프라인 점포 축소에 따른 금융당국과의 마찰도 조화롭게 해결해야 한다.

이번 은행연합회장 선임 과정에서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관료와 정치인 출신에 대한 반발이 나왔다. 한 시민단체는 “낙하산 후보들의 사퇴 선언을 바란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전관예우로 인한 감독 당국과의 유착으로 인해 금융소비자 권익보호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실제로 1984년 5월 전국은행연합회로 개편된 이후 역대 13명의 회장 가운데 이상철·신동혁·하영구 회장과 김태영 현 회장까지 4명만이 정통 ‘뱅커’ 출신으로 회장을 지낸 바 있다.

은행연합회는 금융권 다른 협회와 다르게 민법에 기반을 둔 비영리법인이다. 현재 회원사로 22개 은행이 속해 있다. ‘김광수 호(號)’ 은행연합회가 이러한 격변의 시기를 회원사들과 함계 잘 헤쳐 나가길 바란다.

한원석 wsha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